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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바나나도 유전자가 50% 같아?!


육지에 사는 모든 동물은 몸 안에 바닷물과 같은 물(surrogate sea)을 지니고 있다. 새끼는 그곳에서 자란다. 레이첼 카슨은 『우리를 둘러싼 바다』에서 “생명이 바다에서 시작된 것처럼 우리 각자는 각자의 삶을 어머니의 자궁이라는 소형 바다 속에서 시작하며, 배(胚)가 발생하는 과정에서는 아가미로 숨을 쉬던 동물에서부터 육지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 이르기까지 이전의 조상들이 겪어 온 모든 단계를 반복한다.”라고 말한다. 닐 슈빈이 쓴 『DNA에서 우주를 만나다』(2015 번역판)도 인간의 몸에 남아있는 진화의 흔적을 썼다. 인간의 몸은 초신성 폭발 과정에서 생성된 원소로 구성되어 있으며, DNA에는 수십억 년의 생명 진화의 역사가 담겼다. 예를 들어 태아의 신장은 처음에는 어류의 신장을 닮고, 임신 3개월이 지나면 포유동물의 신장이 생긴다.


2013년 번역 출간된 하버드 대학 의대 조렙 슈랜드와 의학 전문 저널리스트인 리 디바인의 『디퓨징』은 인간의 진화과정 상의 특성을 설명한다. 화를 내면 인간의 뇌는 뇌간과 변연계의 지배를 받아, 철저히 본능에 의하여 휘둘리며 이성을 지닌 ‘문명인’은 하루아침에 원시인으로 바뀐다. 인류의 비극인 전쟁도 화를 포함한 질투와 의심의 ‘본능’으로 인한 것이다. 인간의 뇌에서 가장 먼저 나타난 뇌간은 ‘파충류의 뇌’라고 불리는데 심장박동과 호흡 등 생존기능을 담당한다. 뇌간 바로 옆에 있는 변연계는 ‘포유류의 뇌’라고 불리며 충동성과 기억, 그리고 감정을 담당한다. 그리고 이러한 분노 등 감정을 통제하는 곳은 뇌의 전전두엽이다. 인간이 태어나면 몇 시간 만에 변연계가 생성되지만 전전두엽은 1년이 지나야 생성되며 성인이 될 때까지 천천히 발전한다. 인간이 진정 인간이 되려면 상대방을 공감하고, 신뢰하고, 존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그것은 우리를 폭력으로 밀어내는 변연계를 거부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인간의 유전자의 10%는 포유류와 똑같다는 것이 밝혀졌다. 주노미아(Zoonomia) 프로젝트는 태반 포유류 240종의 게놈을 분석해 서로 공유하거나 인간만이 가진 고유 유전자를 찾아내는 연구로 2006년에 시작했다. ‘주노미아’는 찰스 다윈의 할아버지인 이래즈머스 다윈의 저서 제목 ‘Zoonomia’에서 따온 이름이다. 지구상에는 6000종이 넘는 포유류가 살고 있다. 240종은 포유류 전체의 4%에 해당하지만 상위분류체계인 ‘과’를 기준으로 보면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세계 50여개 연구기관에서 150여명의 과학자가 참여해 최대 규모로 진행된 태반 포유류 게놈 연구이다. 태반 포유류는 자궁 안에서 새끼를 키워 출산하는 포유류이다. 인간과 가까운 침팬지와 보노보, 서부로랜드고릴라, 수마트라 오랑우탄 등도 포함됐다. 2023년 4월 28일 연구 결과를 11편의 논문으로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인간의 게놈 중 적어도 10% 이상이 이들 모든 종에서 바뀌지 않고 보존된 것으로 밝혀졌다. 인간을 포함한 태반 포유류 전체에서 수백만 년에 걸친 진화를 거치면서도 바뀌지 않고 그대로 유지된 게놈 부위를 찾아냈다. 분석 대상이 된 태반 포유류의 98% 이상(235종)에서 4천552개의 게놈 인자가 똑같았다. 인간과 다른 포유류의 차이는 신경 유전자에 나타났다. 호모 사피엔스가 약 600만~700만 년 전 침팬지와의 공동 조상에서 분리된 뒤 신경계 유전자 변화로 달라진 것이다. 이로 인하여 인간은 지적인 동물이 되었다.

https://zoonomiaproject.org/the-white-paper/


인간은 또한 영장류이다. 영장류는 영장목(靈長目)에 속하는 포유류로 원숭이,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뿐만 아니라 인간도 여기에 포함된다. 원숭이는 꼬리가 있으나 인간은 꼬리가 없어 유인원으로 분류되고 몸집이 커서 ‘대형 유인원’으로 분류된다. 대형 유인원에는 고릴라, 오랑우탄, 침팬지와 인간으로 모두 4속(屬)뿐이다. 침팬지와 인간은 사람 족(Hominini)에 속한다. 우리 인간은 영장류, 포유류, 대형 유인원, 사람 족이다.


인간과 침팬지의 DNA 차이는 1% 내외이다. 심지어는 바나나의 유전자와도 거의 반이 일치한다고 말한다. 인간이 다른 동물이나 식물과 구분되는 다른 존재가 아니다. 인간은 다른 생명과 대부분의 유전자를 공유하고 일부 유전자가 차이가 있는 생명이다. 다른 생물들도 마찬가지이다. 그것이 진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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