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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과학 전쟁과 평화(끝)

또 다른 접근방법으로는 칼 세이건의 불가지론이 있다. 칼 세이건도 과학과 종교의 공동 노력을 말한다는 점에서 에드워드 윌슨과 같다. 종교가 우주, 생명, 인간에 대한 이해에 기여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며 이러한 맥락에서 종교와 과학이 협력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종교는 우주와 인간에 대한 이해를 심화하는 역할을 할 것이며, 이러한 맥락에서 종교와 과학이 대화하고 협력하자는 것이다. 종교와 과학이 공동노력이 필요한 것은 여전히 횡행하는 미신적인 믿음 때문이기도 하다. ‘UFO’와 관련된 미신이 그 예이다. 2022년 미국 의회에서 미확인 비행 물체(unidentified flying object, UFO) 관련 청문회가 열렸다. 수백 건 중 외계에서 기원한 사건이라는 물질적 증거는 단 하나도 확보하지 못했다고도 보고했다. 과학적으로도 외계인이 지구를 방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2021년 갤럽이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40%가 넘는 사람이 외계인이 타고 온 우주선이라고 믿는다. 암흑시대라고도 불렸던 서구의 중세에는 고대의 악령이 마녀로 되살아났었다. 현대에는 그 악령이 외계인으로 나타난 것이다. 


칼 세이건은 종교를 기독교 같은 유신론보다 더 넓은 맥락으로 대화를 시도한다. 종교는 계속 우주와 생명과 인간에 대한 이해를 담당하는 역할을 할 것이며, 그 안에서 종교와 과학이 대화하고 협력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특정 종교를 믿지 않는 불가지론자, 회의주의자, 자연주의자인 한 과학자가 좁은 의미의 종교를 넘어 우주와 생명과 인간의 궁극적인 존재 근거를 성찰하고 인류가 쌓아 온 모든 지식과 실천을 끌어안고자 한 진지한 모색은 선명한 한 줄기 빛을 선사해 준다(프레시안, 2010.7.30.). 2010년 번역 출간된『과학적 경험의 다양성』에서 칼 세이건(Carl Sagan, 1934~1996)은 우주의 무한한 깊이와 경이로움을 탐구하는 과학을 일종의 ‘지적 예배’라고 불렀다. 그 책에서 칼 세이건은 플루타르코스(Plutarchos, 46~120)가 한 말을 인용한다. “진정으로 경건한 사람이라면 무신론의 낭떠러지와 미신의 늪 사이에서 아주 힘든 길을 나아가게 마련이다.” 맹신은 회의주의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 맹신이 가져온 비극의 대표적인 것은 십자군전쟁, 마녀사냥, 홀로코스트이다. 인류의 모든 비극은 결국 잘못된 믿음이 뒤에 있다. 사이비 과학, 미신, 신화, 심령술, 마술이 횡행하는 배경에는 반지성주의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회의주의가 요구된다. 맹신에서 벗어나려면 회의하고 생각하여야 함을 의미한다.


칼 세이건의『코스모스』는 과학 책임에도 불구하고 시적이고 종교적인 느낌이 드는 내용도 있다. “당신과의 만남은 신의 축복이다. 수십억, 수백억 년의 우주 시간 속에 바로 지금, 그리고 무한한 우주 속의 같은 은하계, 같은 태양계, 같은 행성, 같은 나라, 그리고 같은 장소에서 당신을 만난 것은 1조에 1조배를 곱하고 다시 10억을 곱한 확률보다 작은 우연이기 때문이다.” 경희대 김상욱 교수는 저서『김상욱의 과학공부』에서 “생명체는 지구에서만 발견되는 아주 특별한 물질이다. 내 주위에 생명체가 있다면 이것은 놀라워해야 할 일이다. 더구나 그 수많은 생명체 가운데 나와 같은 종을 만나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다른 인간을 사랑해야만 하는 우주적 이유다.”라고 말했다. 칼 세이건은 신과 축복을 언급했지만 임종 마지막 순간에도 종교에 귀의하지 않았다. 부인의 회고. “남편은 믿음을 갖고자 한 적이 없었다. 다만 알고자 했을 뿐이다.”    

리처드 도킨스 이후 반종교적 무신론 과학자, 철학자, 저술가들의 저술이 쏟아져 나왔다. 이에 대응하여 종교계의 저술도 홍수를 이루었다. 무신론과 반 종교주의는 상당 부분 기독교 근본주의와 ‘사이비’ 기독교에 대한 반발 감이 한 몫 했다. 특히 사이비 기독교를 기독교와 동일시하면서 더욱 강한 반발이 나타났다. 2023년 방영된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은 끔직한 사이비 종교의 실체를 다뤘다. 충격적인 내용이다. 이들을 무조건 맹신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놀랍기가 그지없다. 게다가 ‘제도권’ 개신교의 목사들 안에서 ‘사이비’ 행태를 보이는 자들도 상당하다. 칼 세이건은 무신론과 맹신의 양극단을 피한다. 그는 우주의 경이로움에 대한 심오하고 경건한 감각을 가졌다. 칼 세이건의 1985년 「기퍼드 강연」을 그의 아내 앤 드루얀이 편집해 2006년에 출간한 『과학적 경험의 다양성』에 그것이 담겨있다. 책 제목은 윌리엄 제임스의『종교적 경험의 다양성』을 차용해 그녀가 붙인 것이다.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인 리처드 도킨스는 『과학적 경험의 다양성』의 책 서문에서 “천문학자는 성직자보다 더 경건해질 수밖에 없는 대상을 갖는다.…우주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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