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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본 뉴스: "나체로만 입장이 가능합니다!"

일부일처제 소가족은 장단점이 있다. 소가족은 이성을 차지하려는 ‘일상적’ 경쟁을 피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천적에 대항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일부일처제가 아닌 집단생활은 천적에 대항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내부의 연적(戀敵) 간 짝짓기 경쟁이 치열해진다는 단점이 있다. 영장류 동물 중에서 유일하게 인간만이 일부일처제를 하면서도 사회를 이루어 집단생활을 하는 종이다. 그래서 내부의 성 문제로 발생하는 충돌은 인간이 영원히 직면해야 할 난제이다. 


왜냐하면 인간 유전자는 결코 완전한 일부일처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오직 한 배우자만을 바라보고 살도록 진화하지는 않았다. 인류는 진화과정상 상당히 많은 사람이 불륜 유전자를 타고나며 인류가 존재하는 한 불륜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인류는 수렵채집 생활을 할 무렵에는 일부다처제였다. 그러나 농경을 시작하며 집단으로 정착한 이후 성병의 대유행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그로 인해 일부일처제가 위생적 관점에서 볼 때 집단 유지에 유리하여 정착하게 됐다.


일부다처제를 유지했던 인류의 유전자나 뇌 구조는 불륜의 씨앗을 가지고 있으며 일부일처제는 인류 진화의 큰 흐름에서 극히 최근의 결과이다. ‘불륜은 악’이라는 윤리관은 인간 사회에 나중에 생겨난 ‘부록’ 같은 개념이다. 인간은 완전한 일부일처제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 않다. 진화과정상 나타난 유전자 또는 그렇게 만들어진 존재이다. 일부일처로 살지만 커다란 공동체를 유지하며 살다보니 사회유지를 위하여 성 윤리를 만들었다. 그러나 바람둥이 유전자를 가진 몸을 가진 인간은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인간 사회의 역사와 문명은 온갖 ‘불륜’ 관련 외도, 소설, 드라마, 영화, 불륜, 가정파괴, 간통법률, 전쟁, 종교적 교리, 과학연구가 사회문화의 하나가 되었다. 소크라테스는 아내 크산티페 몰래 소라레테라는 연인을 만나다가 들키는 바람에 평생 쥐여살았다는 풍문이 있다. 


인간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인간보다 훨씬 강력한 일부일처제 유전자를 가진 동물도 그런 일이 나타난다. 완전한 일부일처제 유전자는 없나보다. 많은 새가 일부일처제(monogamy)를 채택하고 있다. 조류학자 데이비드 랙(David Lack)은 조류의 약 90%가 일부일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990년대 DNA 검사를 해보니 대부분의 종이 ‘외도’(Extra Pair Copulation, EPC)를 한다. 이를 사회적 일부일처제(social monogamy)라고 부르는데 외견상으로 일부일처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니라는 것이다. 조류 전체를 대상으로 하면 대체로 약 10%가 다른 수컷의 새끼임이 밝혀졌다. 인간과 똑같이 하룻밤의 ‘정사’를 은밀하게 한다. 인간처럼 수컷 새들도 암컷을 쫓아다니며 배우자 감시(mate guarding)를 한다고 한다. 


이를 바탕으로 과학자들은 사람도 부성불일치가 10%쯤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염색체를 조사해 친자 여부를 확인하는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약 1%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중세 때 묘지에서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10%가 훨씬 넘었다는 연구도 있었다.『암컷은 언제나 옳다』(2011년 번역출간)를 쓴 브리짓 스터치버리(Bridget Stutchbury)는 암컷이 ‘혼외’ 교미를 하는 것은 좋은 형질을 지닌 수컷과 ‘바람’을 피우면 좋은 형질을 물려주어 번성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를 좋은 유전자 가설(good genes hypothesis)이라고 부른다. 매력적인 사람을 만나면 혹하는 인간도 마찬가지이다.


인간은 가족이 사회와 국가 안에서 산다. 가족 안팎의 모든 여성은 미혼 혹은 기혼인 남자들에게 엄청난 유혹이 된다. 역사적으로 권력자는 여러 부인을 들이고, 현대 및 근대에는 이혼(또는 불륜. 필자 주)이 점점 늘어 일부일처제의 ‘보충제와 안전장치(?)’ 구실을 한다. 일부일처라는 진화와 유전자 그리고 사회제도는 배우자의 탈선에 대해 여자는 가족과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남자는 여자를 소유하고 통제하려는 욕구를 가져왔고 역사적으로 많은 부작용을 가져온 것이 사실이다. 분명한 것은 인간 결혼제도는 진화와 인류 역사과정의 한 부분일 뿐이다. 그래서 부부 간에만 성행위가 용인되는 성적 일부일처제가 쌍방 합의 하에 성관계는 다수와 맺고 결혼관계는 유지하는 사회적 일부일처제나 ‘여러’ 사랑(polyamory)을 하는 사람들이 드물지만 존재한다. 성 관념에 대한 혁명적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다. 


매일 ‘많이 본 뉴스’를 검색하여 본다. 세상 사람들이 어떤 것에 관심이 있고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고자함이다. 2023년 4월 25일 “나체로만 입장 가능합니다.”라는 기사가 많이 본 뉴스로 떴다. 프랑스에서 나체 상태로만 입장이 가능한 전시 이벤트가 열린다는 뉴스였다. 입장료는 1~2만 원으로 비싸지 않다. 제목은 ‘체현(體現): 리옹 현대미술관 신체 전’이다. 파리의 미술관들은 이 같은 기획전을 종종 한다고 알려졌다. 예술 애호가들이 많이 온다고 하지만 ‘바람둥이 유전자’의 발현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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