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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버킷리스트 히말라야에 가야 하는 이유


“에베레스트여, 너는 자라지 못하지만 나는 자란다.” 최초로 에베레스트 산에 올랐던 에드먼드 힐러리 경은 평소 이렇게 말하며 세계 최고봉 등정에 의욕을 불태웠다. 그러나 힐러리 경의 말은 틀렸다. 에베레스트 산이 있는 히말라야 산맥은 매년 조금씩 높아진다. 지금도 인도 대륙이 북상하면서 히말라야 산맥을 밀어올리고 있다. 히말라야에 존재하는 석회암층은 과거 이곳이 바다였음을 말해준다(동아일보, 2011.3.18., 정성희, ‘움직이는 땅’ 편집).


다음은 「사이언스타임즈」에 나온 기사(2021.8.17.)를 요약한 것이다. 고산등반은 최소한 3천 미터 이상인 산을 오르는 것이다. 히말라야의 경우 4~5천 미터 정도에 위치한 베이스캠프까지를 트래킹(Tracking), 베이스캠프까지 필요한 물자를 옮기는 것을 카라반(Caravan), 베이스캠프를 기점으로 더 높은 목적지로 오르면 고산등반이다. 고산등반은 암벽, 빙벽, 설벽을 올라야 한다. 정상에 다가갈수록 강추위, 강풍, 눈보라, 눈사태에 맞서야 한다. 해발고도가 천 미터 오를 때마다 온도는 대략 6.5도 정도 떨어진다. 해발 4천 미터 이상에서는 자외선 강도가 지상의 3배 이상이기 때문에 고글을 벗으면 설원에 반사된 빛으로 각막에 화상을 입는 설맹이 발생할 수도 있다. 가장 참기 힘든 것은 산소부족이다. 대기압은 해발 5천 미터에서 거의 절반, 해발 8천 미터에서는 3분의 1수준으로 떨어진다. 대기압이 떨어지면서 산소농도도 똑같이 낮아지므로 단 몇 발자국만 걸어도 전력질주를 하고 난 후처럼 가슴이 터질 것 갖고 숨이 막히는 고통을 느끼게 된다. 3천 미터 이상 오르면 고도 증가에 따라 고소 증세가 나타나면서 고산병(Acute Mountain Sickness)을 경험한다. 고산병은 인종과 나이, 체력에 무관하게 발생한다. 평소에 운동을 꾸준히 한 신체 건강한 젊은이라고 해서 체력이 약한 노인이나 여성보다 안전하지 않다. 최악의 경우 폐부종에 의해 사망까지 할 수 있다. 고소 증세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천천히 걷고 물은 수시로 많이 마시며 하루에 1000 미터 이상 고도를 높이지 않는 고소 적응이 필요하다.


산에 가면 커피가 맛이 없다. 특히 히말라야에 가면 커피보다는 짜이라는 차가 그렇게 맛있고 아침마다 찾는다. 가보면 안다. 특히 파키스탄 북부 히말라야처럼 황무지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렇게 맛있던 차도 서울에 와서 마시면 맛이 없다. 파키스탄 쪽 히말라야는 황무지이고 로지도 거의 없어 산 중에서 자야한다. 화장실도 별도로 없다. 널따란 황야에서 저 멀리 바위 뒤에서 일을 본다. 해발 5000미터 높이의 화장실은 청정하다. 특히 밤이라면 하늘에 별이 수도 없이 반짝이고 앞에서 6천 미터가 넘는 설산이 반짝인다. 하얀 산은 검은 커피를 거부한다. 회색빛이 나는 하얀 짜이 차가 그립다. 워낙 낮에 덥고 밤에는 춥고 자외선이 강해 세균도 없다. 같은 옷을 한 달 이상 입어도 냄새도 나지 않는다. 더럽지만 2000년대 초반에 파키스탄 히말라야 갔을 때 한 달 반을 옷을 갈아입지 않았다. 그래도 냄새가 나지 않았다. 서울에서는 하루만 입어도 냄새가 난다.


히말라야에 가면 육체적인 건강은 물론 정신건강에도 그만이다. 2019년 경기 안산시 40~60대 여성으로 구성된 아마추어 탐험대가 4,000m급 히말라야 무스탕 트레킹에 나섰다. 네팔 무스탕 지역은 1992년 처음 개방되면서 ‘은둔의 왕국’이라 불리는 곳이다. 2년 전부터 우울증 진단을 받은 유윤숙씨도 참여했다. 우울증을 앓으면서 고립된 생활을 많이 했지만 탐험을 통해 사회공동체의 일원으로 돌아오고 싶다고 말했다. 삶은 많은 노력을 요구한다. 좋은 음식을 잘 먹고 운동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야외활동을 많이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인간은 생명이며 유기체이다. 몸과 마음은 하나이다. 저절로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삶은 의지이며 노력이다. 우리의 정신은 우리가 만들 수 있다.


히말라야에 가면 포터, 가이드 또는 셰르파를 ‘고용’한다. 셰르파는 고산등반을 하는 경우에만, 트래킹을 하는 경우에는 포터와 가이드가 있어야 한다. 물론 단독으로 갈 수도 있다. 고산지대에 사는 사람하면 히말라야 셰르파(Sherpa)를 떠올린다. 티베트 사람 중에서 히말라야를 넘어 네팔 고원지대로 이주해 정착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고산지대의 저 산소에 적응하였다. 히말라야 고산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나타난 ‘고소적응’이라는 유전자 돌연변이는 불과 천 년 전에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티베트 지역에 사는 사람은 고산지역에 적응할 수 있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다. 이 돌연변이는 불과 과거 천 년 동안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화한 유전자이다. 지금은 셰르파가 고산 등반 가이드와 같은 의미로 쓰인다. 셰르파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직업이라는 어부보다 수백 배 사망위험이 높다. 그 ‘죽음’에 대한 대가로 네팔 평균소득의 3~5배 벌 수 있다.


히말라야에 가면 수명이 50%까지 늘어날 수 있다!? 소식을 하거나 산소를 제한(oxygen restriction)하면 효모나 선충류, 초파리 등의 실험에서 수명이 연장된다. 2023년에는 포유류에게도 노화를 늦추고 수명을 연장해주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생쥐 실험에서 처음으로 확인됐다. 산소 농도 21%이면 정상적인 환경인데 11%의 낮은 산소 농도 환경에서 사육하는 실험을 했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가 있는 고도 5천m대와 비슷하다. 정상적인 산소 농도에서 사육된 생쥐보다 약 50% 더 오래 살았다. 또 노화와 관련된 증상도 늦춰졌다. 산소가 제한되더라도 먹는 것은 변화가 없었고 유전자 손상도 없었다. 건강도 좋아질 뿐만 아니라 수명도 연장될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

https://journals.plos.org/plosbiology/article?id=10.1371/journal.pbio.3002117


하지만 빨리 가야한다. 2021년 2월 8일 히말라야산맥의 빙하가 떨어져 나오면서 대홍수가 나 수백 명이 사상자가 났다. 인도 북부 히말라야 남쪽 우타라칸드(Uttarakhand) 차몰리 마을에서 난 돌발홍수(Flash Flood)이다(영상참조: https://youtu.be/I0o1AhGuwMg). 히말라야 난다데비(Nanda Davi)산에서 떨어져 나온 빙하가 추락하면서 발생했다. 이에 따라 갠지스강의 지류가 넘치면서 마을을 덮쳤다. 지구 온난화는 코로나19로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만든 데 이어 히말라야의 빙하와 만년설을 녹여버렸다. 얼마 전에는 안나푸르나 트레킹 지역에서 눈사태가 나 우리나라 사람이 죽기도 했다. 2018년 8년 만에 다시 가본 안나푸르나는 4천 미터 아래에도 눈이 쌓였다. 과거 여름에는 히말라야에는 5천 미터 이상에야 눈을 볼 수 있었다. 하산 중에 눈사태도 보았다. 과거에는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지구 온난화로 조만간 히말라야 일대가 입산 금지가 될지 모른다. 어쩌면 올해가 입산할 수 있는 마지막 해가 되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히말라야에 가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올해 최소한 몇 년 내에 가야 할 것 같다. 그나저나 코로나19 등 새로운 바이러스가 창궐하면 히말라야는커녕 집 밖에도 못 나갈지도 모른다. 히말라야뿐 아니라 알프스산맥에도 온난화로 4천 미터 부근에 호수가 생겼다는 뉴스가 보도된 적이 있다. 통가 왕국 등 남태평양 섬나라들은 해수면 상승으로 나라 전체가 잠기고 있다. 이런 위기에도 트럼프행정부가 기후협약에서 탈퇴하는 어처구니없는 반과학적인 정책을 폈다. 다행히 바이든 정부는 초대형 과학 프로젝트를 집행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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