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콥터 부모의 자녀 정신병 걸리고 유전자 나빠져

2022년 출간한 <미래형 자녀교육>을 업데이트 한 글입니다.



부모는 본능적으로 늘 아이를 걱정한다. 그냥 놔두면 제대로 자랄 것 같지 않고, 하나하나 챙겨주면 자립심이 떨어질까 걱정된다. 자녀를 키우는 당시 인간은 뭔가에 홀리는 것 같다. 특히 우리나라 학부모는 심하다. 걸핏하면 학교로 찾아가고, 자녀의 학교 주변을 헬리콥터처럼 맴돌며 사사건건 간섭한다. 대학에 들어가면 수업시간까지 짜고, 직장에도 헬리콥터 부모가 뜬다. 신입 사원에게 싫은 말을 좀 했더니 부모가 회사로 찾아온다는 얘기는 신기한 일이 아니다. 자식 곁을 맴돌며 과잉 양육하는 사람을 헬리콥터 부모라고 한다.


헬리콥터 부모는 인간에게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진화과정에서 동물에게서 유전자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영장류인 보노보는 자식의 짝짓기까지 개입한다. 보노보 어미는 수컷 새끼를 배란기 암컷 곁으로 데려가고 짝짓기 동안 다른 수컷이 접근하지 못하게 막는다. 보노보 어미는 암컷 새끼는 챙기지 않는다. 수컷은 어미와 함께 무리에 남지만, 암컷은 다른 무리로 떠나기 때문이다.


2015년에 아시아계 미국인 가정을 다룬 시트콤(‘Fresh Off the Boat’)이 방영됐다. 이 시트콤에서 ‘타이거 맘’을 전형적인 아시아 엄마로 묘사했다. 호랑이처럼 엄격하게 자녀를 교육시킨다는 의미로 예일대학교 에이미 추아(Amy Chua) 교수가 처음 쓴 말이다. 아이에게 공부를 강요하는 전통적인 중국 교육방식을 의미하며 한국과 일본에서도 통용된다. 또 다른 교육방식인 헬리콥터 양육은 사사건건 자녀의 일에 참견하고 개입하는 것을 말한다. ‘헬리콥터 부모’는 헬리콥터처럼 자녀 주위를 돌며 간섭하는 부모를 칭하는 말이다. 헬리콥터 부모라는 용어를 최초로 사용한 것은 하임 기너트(Haim G. Ginott)의 1969년 저서『Between Parent and Child』에서이다. 특별히 완벽주의자가 헬리콥터 양육으로 과잉육아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완벽주의 성향은 자녀에게도 높은 기준을 요구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헬리콥터 양육을 할 가능성이 커진다. 과잉육아는 의도한 목표를 이룰 수도 있지만, 자녀를 지나치게 의존적으로 만들거나 자녀의 정신적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 헬리콥터 양육이 불안과 우울증과 상관관계가 있다. 자녀들은 부모의 높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어린 나이부터 스트레스를 겪으며 강박증 및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자녀가 목표를 쉽게 달성할 수 있게 도와줘서 자기 조절능력, 자립심과 자존능력을 떨어뜨린다.


게다가 그것은 한 세대가 아니고 여러 세대에 걸쳐 나쁜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어미가 양육하는 곤충은 홀로 자라는 경우보다 해로운 돌연변이가 더 빨리 늘어난다. ‘헬리콥터’ 어미의 과잉 양육으로 유전자가 약화된다. 물론 인간을 대상으로 실험을 할 수는 없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이다.

https://royalsocietypublishing.org/doi/full/10.1098/rspb.2023.0115


아이를 키울 때 자율적으로 하게 하는 방식과 통제적인 방식이 있다. ‘헬리콥터’ 같은 엄마의 통제적인 양육 방식은 청소년의 우울증을 야기할 수 있고 아이들의 정신건강에 안 좋다. 자녀의 말을 주의 깊게 듣고 스스로 선택하게 하고 독립적으로 하게 하는 자율적 방식이 좋다. 그러나 그것을 실천하는 것은 아주 어렵다. 자신은 자율성과 독립성을 최대한 줬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은 전혀 다르게 느끼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에서 어머니와 자녀 400쌍 이상을 설문조사를 했더니 어머니가 생각하는 자녀교육과 자녀의 생각은 달랐다. 어머니가 자율성을 주었다고 생각하지만 자녀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자녀교육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대학에서 필수과목으로 자녀교육을 포함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거고 생각한다. 또한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엄격한 부모상도 최신 연구와 책을 읽고 부정적임을 배워야 한다. 그렇다고 잡다한 책이 아니라 제대로 연구된 책이나 연구를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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