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줄이고 학원가고 공부 하는데 성적 오르지 않는 이유




2022년 출간한 <미래형 인재 자녀교육>의 업데이트 글입니다.


인간의 머리뼈(두개골)는 외부 충격으로부터 뇌를 보호해준다. 머리뼈의 안(뇌실 腦室, ventricle)에는 액체인 뇌척수 액(腦脊髓液, cerebrospinal fluid, CSF)이 있어 뇌를 보호한다. 또한, 뇌척수 액은 뇌를 청소하는 역할을 한다. 운동을 많이 하면 피로를 느끼듯이 머리를 많이 쓰면 피곤해진다. 근육에 피로 물질이 쌓이듯 뇌에도 피로 물질인 노폐물이 쌓인다. 뇌에 쌓이는 노폐물에는 알츠하이머의 원인이 되는 베타아밀로이드, 타우 단백질 등이 있다. 이렇게 쌓이는 노폐물은 뇌척수 액에 의하여 제거된다. 즉 잠을 자는 동안 뇌척수 액이 뇌의 노폐물을 청소하는데, 이를 ‘글림프 시스템(Glymphatic System)’이라고 부른다.


잠을 자는 것은 결코 ‘시간낭비’가 아니다. 잠을 자는 동안 뇌척수 액으로 뇌를 ‘청소’하여 하루 동일 뇌로 들어온 정보를 정리한다. 인간만 그런 것이 아니다. 새도 사람처럼 잠을 자면서 꿈을 꾸고, 뇌의 노폐물을 씻어낸다. 새들의 수면 패턴은 렘수면 단계와 비 렘수면 단계 모두 포유류의 패턴과 매우 유사하다. 새의 뇌는 포유류보다 뉴런의 밀도가 높기 때문에 뇌의 노폐물을 더 자주 제거해줘야 한다. 새가 포유류보다 수면 중 렘수면 단계가 더 짧고 비 렘수면 단계가 더 긴 이유이다. 쥐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이러한 청소기능이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나이가 들면 뇌액의 흐름이 느려져 뇌세포에 발생하는 유해한 단백질을 효과적으로 청소하지 못 하게 된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3-38669-1


세뇌라는 단어의 ‘세’와 같은 의미의 영어 단어 ‘brainwash’의 wash’도 청소를 뜻한다. 나쁜 의도로 사용되는 단어이지만 잠자는 동안 뇌 신경조직을 씻는 기능에도 사용된다. 뇌가 청소되는 모습은 세탁기에서 옷이 씻어지는 것과 거의 동일하다. 우리가 잠을 자면 뇌의 신경세포인 뉴런이 활동을 멈추고 혈액이 빠져나간다. 그 자리에 뇌척수 액(Cerebrospinal Fluid, CSF)이 흘러 들어오고 파동(pulse wave)을 타고 뇌를 씻어낸다.


그래서 잠을 충분히 자지 않으면 노폐물이 제대로 제거되지 않아 피곤하고 뇌 기능도 제대로 이루질 수 없다. 잠을 제대로 자지 않는 것은 컴퓨터에 온갖 파일과 잡동사니가 쌓여 기능이 나빠지고 느려지는 것과 유사하다. 이렇게 되면 컴퓨터의 기능은 뚝 떨어진다. 인간의 뇌도 마찬가지이다. 잠을 줄여 가면서 공부하거나 일하는 것은 힘들고 지치기만 하고 효과적지도 못 하다. 잠 줄여가면서 공부시키고 밤늦게까지 학원에 보내는데도 아이들의 성적은 오르지 않고 오히려 떨어지는 것은 바로 이것 때문이다. 잠을 충분히 자야 뇌의 성능이 좋아지고 아이들은 활기차게 잘할 수 있다.


뇌척수 액은 심장 박동에 따라 같이 출렁인다. 연구에 의하면, 뇌가 맥박과 함께 규칙적으로 박동을 하면, 그 압력 파에 의해 약 20초마다 뇌척수 액이 새롭게 순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파동은 맥파라고 하는데 맥박으로 만들어지는 파동이다. 뇌척수 액도 주파수와 파장을 가지고 파동이 일어나는 것이다. 뇌파의 주파수가 낮아지는 서파(slow-wave) 활동은 뇌에 축적되는 독성 단백질의 배출을 돕는다. 사람이 깨어 있을 때는 뇌척수 액이 완만하게 흐르다가, 잠이 들면 뇌척수 액이 빠른 속도로 흐른다. 뇌척수 액이 빨리 흐르면 그 압력파가 뇌의 혈관에 산소를 원활히 공급하여 뇌세포에서 생겨난 해로운 물질을 효과적으로 청소한다. 나이가 들면 뇌에서 서파가 줄어들어 뇌척수 액의 파동이 감소하면서, 독성 단백질이 축적되고 기억력 감퇴가 나타난다.


포유동물이나 조류뿐만 아니라 인간이 잠을 자면 렘수면(REM, Rapid eye movement)과 비 램 수면이 나타난다. 인간이 잠을 자는 동안에도 우리의 뇌는 렘수면을 하면서 활동하며 기억들을 통합(memory consolidation)한다. 이러한 통합 활동은 뇌 청소와 함께 이루어진다. 우리의 기억은 깨어 있을 때 의식적 활동으로 입력되지만 뇌 속에 정리하여 기억하는 것은 우리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뇌가 혼자서 알아서 하는 것이다. 우리의 몸에 자율신경이 있듯이 우리의 정신도 자율신경이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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