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성 뇌 가설로 본 사기꾼과 교육

진화과정에서 뇌의 발달은 영장류나 유인원에서는 빠르게 진행되었고 다른 포유류에서는 느리게 진행되었다. 이는 뇌와 지능의 발달이 공동체생활과 관련이 있음을 방증한다. 또한 사회적 무리의 평균 크기와 뇌 크기의 상관관계도 밝혀지면서 사회적 뇌 가설이 널리 받아들여졌다. 집단의 크기가 크면 클수록, 신 피질이 크고 지능도 좋다. 공동체 또는 집단의 크기나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집단 크기’는 종마다 다르다. 이러한 친구관계 집단의 크기는 뇌와 신 피질과의 비율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침팬지는 보통 50~80마리 정도까지 동료 관계를 이룰 수 있지만 인간은 최대 500명까지 관계를 가질 수 있다.


그렇다고 지능에 따라 집단의 크기가 비례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환경에 따라 인간같이 수백만의 큰 집단을 이루는 경우도 있다. 생명계는 다양성이 특징이고 다양성이 곧 자연이다. 중국 『서유기』의 주인공인 원숭이는 황금들창코원숭이(Rhinopithecus roxellana)이다. 황금빛 털에 긴 꼬리, 밝은 파란색 얼굴을 가진 원숭이다. 눈 쌓인 고산 지대에 살며 수백 마리씩 무리 생활을 한다. 이들은 1000만 년 전부터 지구에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아시아 콜로부스아과(Colobinae)를 속한다. 같은 아시아 콜로부스아과(Colobinae)에 속한 원숭이라도 주변 환경에 따라 사회적 행동 양식이 다르다. 인도에 사는 랑구르 원숭이는 수컷 우두머리가 소규모의 암컷과 무리를 지어 산다. 먹이가 풍부한 열대 지역에서 작은 무리로 생활하는 것이 유리하다. 추운 고산에 사는 황금들창코원숭이는 20~30마리씩 무리지어 살다가 계절에 따라 이동할 때는 무리수가 400마리까지 늘어난다. 대규모 무리를 지을 수 있는 것은 호르몬의 영향이다. 추운 환경에서 어미가 새끼를 더 오래 보살피도록 도파민과 옥시토신 호르몬이 활발하게 분비된다. 또한 호르몬은 사회적 유대감을 형성하고 협력하여 살아간다. 포식자로부터 무리를 지켜낼 수 있다.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bl8621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보는 개와 고양이를 보면 사회성이 지능과 관련된다는 점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개는 아주 사교적이지만 고양이는 그렇지 않다. 언뜻 보아도 개가 더 똑똑해 보이고 실제로도 그렇다. 사교성은 지능과도 관련이 있다. 6000만년에 걸쳐 포유동물 500여종의 뇌 진화의 역사를 보아도 머리가 상대적으로 큰 포유동물은 사회적 그룹을 형성하며 사는 경향이 있다. 반면 혼자 지내는 고양이나 사슴, 코뿔소 같은 포유동물은 같은 기간에 뇌가 훨씬 늦게 커졌다. 인간은 원숭이나 유인원보다 더 사교적이다. 고도로 사회화된 종들이 혼자 있기 좋아하는 종들에 비해 뇌가 더 급속히 진화해왔다. 그 결과 인간은 커다란 사회와 문명을 이룰 수 있었다.


인간도 집단을 이루고 사회생활을 하며 서로 소통하는 과정에서 뇌가 커졌다는 주장이 널리 받아들여졌다. 사람들이 사회적 관계를 맺으려면 머리를 써야한다. 때로는 도와주고 동맹을 맺기도 하고 때로는 속이고 기만전술도 쓴다. 1988년 인류학자 리처드 바이른(Richard W. Byrne)과 앤드류 휘튼(Andrew Whiten)은 이를 마키아벨리 지능(Machiavellian intelligence)이라고 불렀으며 거짓말이 능숙할수록 진화된 종이며 뇌의 신 피질 크기에 정비례한다는 주장도 제기 되었다. 우리나라 사람이 세계에서 지능이 가장 좋은 국민이라고 한다. 물론 통계수치에 논란이 많지만 그래서 그런지 사기 사건이 전 세계에서 1위라는 언론 보도도 많다.


참고로 우리나라 사회의 법 감정을 간단하게 짚고 간다. 우리 사회는 법대로 살면 손해 본다는 통념이 있고 사기성을 발휘하여 잘 사는 사람도 꽤 많다. 과연 좋은 머리로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이 잘 살까? 토머스 스탠리(Thomas J. Stanley)의 저서『백만장자 마인드』는 미국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여 쓴 책이다. 미국 부자들의 학업성적은 일류대에 입학할 만큼 공부를 잘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공부 잘하는 머리와 돈 버는 머리는 다르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성적과 무관하게 성공한 부자들이 답한 비결이다. 가장 많은 65%의 지지를 받은 대답은 ‘모든 사람에게 정직하다.’는 것이었다. 성공의 강력한 무기는 학교 성적이나 출신 대학이 아니라 진실성이라고 하니 약간 믿기지 않는다. 그런데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신뢰는 가장 중요하다. 사람들은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과 거래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진실성은 더 고도의 지능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아이들을 대상으로 관찰실험을 보면 지능이 좋고 학습능력이 좋은 아이들은 대체로 정직하고 성실해 보인다.


최초의 인간 조상들도 사회생활로 인한 지능발달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수백만 년 전 고대 인류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두개골을 침팬지와 비교해보면 뇌의 형태는 비슷하다. 그러나 침팬지는 나이가 들어도 뇌 크기에 큰 변동이 없지만 고대 인류는 나이에 따라 뇌의 크기가 달랐다. 수백만 년 전 고대 인간의 아이는 태어난 후 뇌가 서서히 발달했다. 오랜 기간 부모의 보살핌을 받으며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뇌의 신경세포 수준에서도 인간과 침팬지는 다르다. 인간과 침팬지의 신경세포를 생쥐 뇌에 주입한 후 2주가 지나자 침팬지의 신경세포가 인간세포보다 76% 더 넓게 퍼졌다. 하지만 침팬지의 신경세포는 빨리 자라고 곧 성장을 멈췄지만, 인간 신경세포는 천천히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인간의 신경세포가 서서히 발달하는 것은 교육이라는 면에서 중요하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뇌와 신경세포가 천천히 일정한 단계를 거쳐 성장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그 성장단계에 따른 적절한 교육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7세 이전에는 언어관련 뇌가 아직은 발달하지 않는다. 언어교육은 7세 이후에 효과적이라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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