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출간한 <미래형 인재 자녀교육>을 업데이트 한 글입니다.
우리나라는 어릴 때부터 조기교육, 외국어 교육 등 교육열이 대단하다. 수백만 원을 들여 영어유치원에 보내고 과외와 학원을 어렸을 때부터 전전한다. 독서의 중요성이 대두하자 독서토론, 독후감 활동을 시키고 관련 책을 사서 읽힌다. 하지만 정작 부모들은 자녀들과 ‘좋은’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공부해라.’ ‘게임 그만해라.’ 등 ‘명령적인’ 말이나 잔소리가 많다.
학교에 들어가기 전 영·유아 때 대화를 많이 하면 언어와 인지 능력이 발달한다는 것은 많은 연구에서 입증되었다. 어렸을 때 언어 노출은 중요하며 학업 성취도와 연관된다. 생후 3년까지 노출된 언어의 양이 9~10세 무렵의 언어 능력과 학교 시험점수까지 예측한다는 연구도 있다.
부모가 스스로 책을 읽고 해박한 지식이 있어야 ‘양질’의 대화가 가능하다. 부모가 책을 읽지 않고, 언행이 좋지 않으면 아이들도 따라 할 수밖에 없다. 학력이 높은 엄마일수록 일상생활에서 아이에게 더 많은 말을 하고 아이도 더 많은 말을 한다. 게다가 언어 능력이 좋은 부모의 유전자를 물려받아 아이의 언어와 인지능력을 더 좋아질 것이다. 연구에 의하면 특히 2~3세 아이들과 말을 많이 하면 뇌도 발달한다. 6개월 정도의 너무 어린 아이는 효과가 없다. 너무 어려 뇌가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https://www.jneurosci.org/content/43/23/4279
아이는 어른과 대화를 많이 할수록 지능과 언어 능력이 좋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성인들과 대화를 많이 하면서 성장한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에 비해 지능지수 및 언어 이해력, 단어 표현 능력 등이 14~27% 높다. 그 밖에도 대화를 많이 하면서 키운 아이들일수록 수학과 과학 성적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래서 가정환경이 중요하다.
어려서부터 지적인 환경에서 자란 아이가 지적인 직업을 가지게 됨은 자연스럽다. 자녀를 잘 키우려면 아이에게 공부하라고 잔소리할 것이 아니라 부모 스스로 책을 많이 읽고 자녀들과 대화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녀들과 대화가 가능하려면 함께 놀아 주고 가정생활 자체가 즐거운 것이어야 한다. 매일 학원으로 자녀들이 떠돌면 사실 대화할 시간은 없기 마련이다.
가족의 대화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가족들의 식사 시간이다. ‘식구’라는 단어의 ‘식’은 먹을 식(食) 자이다. 밥을 같이 먹는 것이 가족이다. 가족 식사는 아이들의 어휘 능력 개발에 특별히 중요하다. 아이가 배우는 2000개의 단어 중 책에서 얻는 단어는 140여 개인 반면 가족 식사로 얻는 단어는 무려 1000여 개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런 점에서 가족들이 함께 밥을 먹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 사회에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대화의 방식도 중요하다. 부모가 아이에게 이래라저래라 일방적인 지시 같은 대화나 훈계나 잔소리는 안 된다. 일방통행 식 대화보다는 서로 주고받는 대화가 좋다. 주고받는 대화가 적은 고소득층 아이의 경우 언어능력 및 두뇌 반응에서 성취도가 낮게 나타난 반면 주고받는 대화가 많은 저소득층 아이는 성취도가 더 높게 나타났다. 대화의 방식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녀들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절대 부족하다. OECD 평균이 하루 2~3시간인 데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 1시간도 되지 않는다. 대화를 한다 해도 ‘공부해라’ 잔소리가 많다. 부모는 말하지 말고 우선 들어주는 것이 첫 번째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