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7천 년간 지속된 흑사병의 ‘흑’ 역사(1)

흑사병은 쥐에 기생하는 벼룩이 페스트균(Yersinia pestis)을 전파시켜 발생한다. 흑사병이라는 이름은 환자의 피부가 검게 변하는 증상 때문에 붙여졌다. 인간이 흑사병에 감염되는 경로는 감염된 박테리아를 갖고 있는 설치류에 물리거나 감염된 동물을 만져 걸린다. 원인은 쥐벼룩에 붙어사는 페스트균으로 바이러스가 아닌 세균이다. 쥐는 페스트균에 면역력이 있지만 인간에게는 없어서 인간에 옮아온 페스트균이 재앙을 일으켰다. 흑사병에 걸리면 혈액이 응고되어 손과 발, 코 같은 신체 말단 부위가 괴사하며 죽는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감염되는 사람들이 있지만 초기에 발견해 항생제를 쓰면 완치가 된다. 페스트는 서양의 전염병으로 생각하지 동서양 모두에서 발병한 전염병이다. 


14세기에 유럽을 초토화시킨 흑사병은 사실 중부 유럽에 농사가 시작된 기원전 5000년경부터 발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박테리아가 대규모 감염을 일으키지 않고도 간헐적으로 동물이 인간에게 옮겼다. 이 균은 인간을 감염시킬 정도로 적응해 선 페스트(bubonic plague)로 진화했다. 하지만 초기 페스트균은 느리게 번져 신석기 시대가 막을 내릴 즈음 서유럽의 급격한 인구 감소를 불러올 정도는 아니었던 것으로 추정하였다.


신석기 시대 인류는 이전에는 없었던 대규모 정착을 했고, 이는 불량한 위생과 교역 활성화와 결합해 전염병 발생의 원인이 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신석기 시대에는 일반적으로 인구가 많은 정착촌이 정기적으로 만들어지고, 폐기되고, 그리고 다시 정착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기원전 3400여 년 이후에는 영구적으로 버려졌다. ‘신석기시대의 쇠퇴(Neolithic Decline)’는 기원전 3000년경 유라시아 서부에서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었던 시대를 말한다. 중국에서도 기원전 약 3000년 전염병이 마을을 휩쓸어 매장된 유골들이 발견되었다. 전염병은 매장을 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빠르게 전파되었고 사람들은 이곳을 떠났다. 광범위한 인구 감소의 구체적인 원인은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인구 감소는 곡물 생산 감소와 관련이 있다. 다른 원인으로는 전염병을 들 수 있다. 매장된 무덤에서 페스트의 흔적이 발견되곤 한다. 


청동기 시대의 페스트균은 2015년 처음 발견됐다. 발견된 페스트균은 벼룩에 감염될 수 있는 유전자는 없었다. 2021년 6월 흑사병 환자 유골이 유럽 북동부 라트비아에 발견되었다. 기원전 3300년경이다. 2023년에도 4000년 전 영국 유적에서 흑사병을 일으키는 박테리아(세균)의 흔적을 찾았다. 여기서도 벼룩에 감염될 수 있는 유전자는 없었다. 영국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흑사병의 증거로 몽골 제국의 침공 이전부터 유럽 전역에서 흑사병이 유행했다는 의미다. 몽골의 유럽 침공 이전에 이미 흑사병이 유럽을 휩쓸었다는 증거가 잇따라 발견됐다. 당시 흑사병은 벼룩이 아닌 쥐를 직접 먹거나, 쥐에게 물려 감염됐을 것으로 보인다. 2023년까지 발견된 청동기 시대 페스트균은 총 17종이다. 이들 페스트균은 현재 멸종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유명 다이어트 약과 병원 "경계 경보" 실제 상황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