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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 년 ‘지루한’ 지구와 대멸종이 알려주는 자녀교육


대멸종은 ‘지질학적으로 짧은 시간 동안’ 70% 이상의 생물종이 완전히 없어진 사건을 말한다. 짧은 시간이라지만 그 기간은 10만~200만년이다. 지구상에서는 대량멸종은 다섯 번 발생했다. 대량멸종의 직접적인 원인은 급격한 전 지구적 기후변화로 보인다. 그 원인은 거대 규모의 지질 활동, 생명의 번성에 의한 되먹임 작용, 소행성 충돌과 같은 외부 요인 등이 지목된다. 대멸종은 새로운 종 탄생의 기회가 된다. 페름기 말 대멸종 이후에는 파충류가 세상을 지배하게 되고, 백악기 말 대멸종 이후에는 포유류의 세상이 왔다. 이 두 집단 모두 대멸종 전에는 기를 펴지 못하고 숨죽이며 겨우 살아가던 생물 집단이었다. 멸종과 새로운 생명의 탄생이 생명의 진화의 역사이다. 커다란 환경변화는 대멸종을 가져오고 동시에 대진화도 낳는다. 반면 지구는 거의 변화가 없던 시기도 있었다.


지구의 하루가 매년 0.000015초씩 꾸준히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한다. 지구의 하루가 길어지면 광합성 박테리아에 의한 대기 중 산소 농도가 증가한다. 이로 인해 진화 속도가 빨라지고 다양한 생명체가 등장하게 된다. 산소농도의 증가는 커다란 환경변화이다.


하지만 지구의 자전 속도가 일정했던 시기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바로 ‘지루한 10억년’이다. 약 18억 년 전부터 8억 년 전까지 지구에 큰 변화가 없었던 시기이다. 약 10억 년 간의 지구는 판의 이동, 안정된 기후 등으로 생명의 진화도 느리게 진행되어 두드러진 유물을 남기지 않았다. 이런 현상이 일어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기후 변화와 생물체의 진화가 거의 일어나지 않은 시기인 ‘지루한 10억년’은 지구의 자전 속도와 관계있다는 연구가 2023년 나왔다. 지구의 자전 속도가 일정하게 증가한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유지됐다는 증거가 나온 것이다. 20억 년 전부터 10억 년 전까지 지구의 자전 속도가 일정하게 하루 19시간에 머물렀다.  이 시기 지구에서는 산소 농도가 크게 증가하며 오존층이 만들어졌다. 오존은 햇빛을 흡수해 지구의 온도를 높였다. 이로 인해 대기의 흐름이 빨라지고 자전 속도에 영향을 미쳤다. 지구의 낮 길이는 19시간으로 유지되면서 생명체의 진화 속도는 크게 느려졌다.  지루할지는 모르지만 안정된 환경에서 생명이 번성하였다. 다른 생명체를 잡아먹어 에너지를 얻는 포식의 이점이 커졌고, 이는 피식-포식 경쟁에서 유리한 다세포 생물이 출현하게 하였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61-023-01202-6


환경의 중요성은 진화론을 주창한 찰스 다윈도 이미 간파하였다. 다윈의 관찰에 의하면, 텅 비어 있는 우리에서 자란 토끼들의 뇌가 자연에서 자란 토키들의 뇌보다 15~30% 더 작다. 그와 반대로 동물들이 풍성한 환경, 즉 가지고 놀 수 있는 물건들이 날마다 바뀌고 친구들과 서로 뛰어놀 수 있는 널찍한 우리에서 사는 경우에는 뇌가 더 잘 자라고 뇌세포들 사이에 새로운 결합이 더 많이 만들어진다. 사람도 출생 후 뇌가 최적의 상태가 되려면 안전하고, 지나치지 않은 정도의 자극이 있는 환경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다시 말해 유아기와 청소년기의 아이들은 뛰어놀고, 여행하고, 다양한 친구를 만나고, 강렬한 체험을 하며 운동하여야 건강하게 성장하고 뇌도 작 발달한다. 청소년기에 ‘금’으로 만든 새장에 가두고 오직 입시에만 몰두하면 점차 건강은 나빠지고 뇌 발달도 뒤처지면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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