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나방은 너무 억울하다


같은 나비목에 속하는 나비와 나방은 같은 나비목이다. 낮에 주로 활동하는 나비와 밤에 주로 나다니는 나방은 모습이 매우 비슷하지만 쉽게 구분할 수 있는 차이점이 있다. 나비는 날개를 접은 채, 나방은 날개를 편 채로 앉는다. 나비 더듬이는 곤봉 모양으로 끝이 뭉툭한 반면, 나방은 두꺼우면서 끝이 뾰족하다. 


나비 종의 3분의 2 이상은 한 가지 식물에만 알을 낳는다.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는 이 식물의 잎을 먹고 자란다. 이를 기주 식물(먹이 식물)이라고 부른다. 그렇지 않은 나비도 대개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식물군 중에서 기주 식물을 택한다. 


초기 나비 과 곤충의 조상 기주 식물은 콩과식물이었다. 콩과식물의 조상도 나비와 비슷한 1억 년 전에 등장했으며, 콩과식물엔 곤충의 접근을 방해하는 화학물질이 적다. 또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분포돼 있는 식물군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나비는 오랜 기간 콩과식물 공생관계를 유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콩과식물은 꽃가루 전파자로 벌과 파리, 벌새, 일부 포유류도 끌어들였고 나비도 다른 맛을 찾아 나섰다. 나비는 식물과 맺은 공생관계 덕분에 나방의 작은 분파에서 벗어나 지구상에서 가장 큰 곤충 집단 중 하나로 진화했다.


나비보다 일찍 지구상에 등장한 나방은 식물 수분(受粉)의 3분의 1을 맡고 있다. 꿀벌과 나방은 각기 다른 식물을 선호한다. 나방은 종류가 다양하여 꿀벌보다 더 다양한 식물의 꽃가루를 옮긴다. 나방은 꿀벌보다 훨씬 부지런하다. 나방은 꿀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꽃을 수분시킨다. 낮에 활동하는 꿀벌은 시간이 많지만 밤이 짧아서이긴 하다.


나비와 나방은 식물의 잎에 알을 낳고, 부화한 애벌레는 식물의 잎을 먹고 자라 성충이 된 뒤 고치를 벗고 날아올라 다시 식물의 번식을 돕는다. 도시에 조성되는 공원과 정원에는 꿀벌이 좋아하는 꽃과 식물만 늘어난다. 도시 근처에서는 살기가 만만치 않다. 사람들은 나비를 보면 예쁘다고 ‘칭찬한다.’ 하지만 나방을 보면 모기나 바퀴벌레처럼 보이면 잡아 죽인다. 나방은 너무 억울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10억 년 ‘지루한’ 지구와 대멸종이 알려주는 자녀교육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