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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인공’ 생명을 만들었다

생명은 벌레에서 물고기로, 식물에서 동물로, 원시동물에서 인간으로 점점 더 복잡해지는 방향으로 진화되었다. 사람은 식물에 비하여 굉장히 복잡하다. 움직이고 생각하고 게임하고 오목 두고 여행 다니고 어렵고 복잡한 일을 한다. 이렇게 복잡한 기능을 하려면 우리 몸에 정교한 구조들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진화생물학자의 생각이다. 컴퓨터가 복잡한 기능을 하려면 정교한 부속품이 있어야 하듯이. 복잡성이 증가하면 지능이 높아지거나 다양한 능력을 갖추어 이득을 주기 때문에 진화는 복잡성의 증가로 이어진다.


생명이 이렇게 복잡해지지만 우리 몸을 구성하는 ‘분자’는 변화가 없다. 설령 분자 수준에서 진화가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별일이 생기지도 않는다. 수십억 년 전에 살았던 생물의 ‘고대’ 단백질은 우리 같은 현대를 사는 생물의 단백질은 분명히 다를 것이다. 하지만 그 옛날의 단백질은 비록 아주 단순하지만 오늘날의 복잡한 단백질과 같은 기능을 한다. 다시 말해 옛날 단백질이 지금처럼 복잡한 단백질로 진화하지 않아도 오늘날의 생명은 살아가는데 별 문제가 없었다는 뜻이다. 이를 중립 진화라고 한다.


‘중립 진화이론(neutral theory of molecular evolution)’은 1960년대에 나왔다. 중립 진화이론(neutral theory)은 특정 돌연변이가 생존에 유리해서 선택되거나 불리해서 제거되는 자연선택 외에도 불리하지도 유리하지도 않은(neutral) 돌연변이들이 우연에 의해 자리 잡고 점점 빈도가 높아지기도 한다는 이론이다. 현재 남아있는 어떤 돌연변이가 선택의 결과인지 중립 진화의 결과인지를 수학적으로 검중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중립 진화를 주장하는 과학자들은 생명을 이루는 분자들은 진화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진화하는 것은 분자보다 훨씬 큰 유전자나 사람 같은 하나의 종 수준에서 나타난다. 진화하는 것이 유전자인가 아니면 개체인가 또는 집단인가에 대해 논란도 있다.


2023년에는 세포 분열 등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유전자 500개 미만만 가진 ‘인공’ 박테리아도 환경에 적응해 진화할 수 있다는 사실이 연구로 확인됐다. 이 ‘인공’ 박테리아는 박테리아에서 자율적 생명 유지에 필요한 유전자 493개만 남긴 합성 박테리아다. 하나의 종에서 상당한 유전자를 제거한 ‘인공’ 생물이 진화를 했다는 연구이다. 종을 구성하는 유전자가 상당히 제거되어도 진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진화하는 것이 유전자나 ‘자연’ 종만이 아니라는 연구인 셈이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3-06288-x

https://m.oheadline.com/articles/rFS9ncJ6Cw5BNjK91_H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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