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와 운동 좋아하고 잘 노는데 왜 수학을 잘할까



2022년 출간한 [미래형 인재 자녀교육]의 업데이트 글입니다.


우리나라 아이들은 지나친 입시경쟁으로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그러다보니 게임이나 스마트폰 중독이 많다. 스트레스로부터의 도피를 하려다보니 발생한 중독이다. 입시 스트레스는 중국과 인도 그리고 일본에서도 심각하다. 1990년대 아이슬란드 청소년들도 40%가 음주, 20%가 마리화나를 해서 사회적 문제가 되었다. 그러나 방과 후 프로그램으로 악기연주, 노래와 춤 배우기, 운동하기를 통한 자아발견 프로그램을 진행한 후에 5% 미만으로 떨어졌다. 다양한 놀이 경험이 아이들을 바꾼 것이다.


우리사회에서 대학 입시는 너무나도 중요하다. 물론 어느 나라나 입시는 중요하다.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청소년에게 중요한 것은 본인이 하겠다는 의지와 분명한 동기이다. 그러한 의지나 동기 없이 비자발적으로 학원에 끌려 다니면서 틈만 나면 게임과 스마트폰에 몰입한다면 10년을 해도 최선의 결과는 나오지 않는다. 특히 우리나라 대학 입시 준비에서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한 부분이다.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이런 자발성과 의지 그리고 동기를 가지고 태어난다면 그것을 개발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선천적인 기질과 환경의 상호 작용 속에서 기질이 형성된다. 따라서 개발할 여지가 분명히 있다. 우선 동물의 사례로부터 그 점을 이해해보기로 한다.


환경의 중요성은 진화론을 주창한 찰스 다윈도 이미 간파하였다. 다윈의 관찰에 의하면, 텅 비어 있는 우리에서 자란 토끼들의 뇌가 자연에서 자란 토키들의 뇌보다 15~30% 더 작다. 그와 반대로 동물들이 풍성한 환경, 즉 가지고 놀 수 있는 물건들이 날마다 바뀌고 친구들과 서로 뛰어놀 수 있는 널찍한 우리에서 사는 경우에는 뇌가 더 잘 자라고 뇌세포들 사이에 새로운 결합이 더 많이 만들어진다. 사람도 출생 후 뇌가 최적의 상태가 되려면 안전하고, 지나치지 않은 정도의 자극이 있는 환경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1962년의 연구에서 서로 다른 환경에 노출된 쥐의 피질 무게를 측정했더니 자극이 풍부한 환경에 있었던 쥐가 평균적으로 조금 더 많은 피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경험이 뇌의 구조를 변화시킨다는 것을 처음으로 입증한 실험이었다. 1964년에는 매리언 다이어몬드(Marian Diamond)도 포유동물 뇌의 변화를 보여 주는 증거를 제시했는데 앞의 연구와 마찬가지 자극이 풍부한 환경에서 생활한 쥐가 자극이 빈약한 환경에서 자란 쥐에 비해 대뇌 피질이 더 두꺼웠다.


이점은 반려동물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가축은 야생 동물보다 뇌가 작다. 사람의 보호를 받는 가축은 치열한 생존을 위하여 뇌를 많이 쓸 필요가 없다. 인간이 키우는 ‘영리한’ 반려견도 뇌가 늑대보다 작다. 집 고양이는 야생 고양이보다 뇌가 훨씬 작다. 집에서 살다보니 포식 동물의 위협도 없고, 변화무쌍한 자연이 아니라 평온한 집에서 살기 때문에 복잡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뇌가 필요 없다. 개와 고양이는 인간을 ‘잘 이용해’ 살아가도록 뇌가 발달했다. 반려동물이 보이는 행동이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똑똑해 보이지만 그것은 인간의 눈에 비친 모습이다. 반려동물은 야생에서만큼 변화무쌍한 생존 문제를 풀기 위하여 머리를 써야할 일은 없다. 보기에 똑똑해 보이지만 뇌는 퇴화한 것이다.


또한, 1960년대 조지프 알트먼(Joseph Altman, 1925~2016)은 뇌에 새로운 뉴런이 생긴다는 것도 발견했다. 종전에는 뇌에서 신경세포는 더 이상 생기지 않는다고 알려졌었기 때문에 40대 초의 무명의 젊은 학자의 주장에 당시의 과학자들은 관심을 갖지 않았다. 결국 알트먼은 회의를 느껴 신경발생학을 그만두었다. 그는 2016년에 세상을 떠났는데 과학에서도 종교 도그마 같이 기존 권위에 도전하는 것은 정말 힘겨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의 뇌는 전에는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 할 정도로 스스로를 새롭게 바뀐다.”라는 마이클 가자니가(Michael Gazzaniga)의 말처럼 결국 우리가 무엇을 보고 듣고 느끼고 경험하느냐에 따라 우리는 끝없이 바뀐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양한 것을 경험하는 것은 동기 부여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익숙한 것보다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보이는 것과 관련된 뇌 속 단백질이 그것을 보여 준다.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지만 인간에게도 시사되는 바가 있다. 쥐는 늘 보던 쥐보다는 새로운 쥐에게 더 관심을 보인다. 그런데 쥐의 뇌에서 특정 단백질(PTPσ)을 제거했더니 새로운 쥐에 관심을 잃고 익숙한 쥐와 더 시간을 보냈다.


이 연구 결과는 학습과 기억과 관련된 해마가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동기 부여에도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마가 활성화되려면 다양한 경험과 활동이 요구된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현대의 뇌과학은 다양한 경험의 중요성을 가소성에 의하여 설명한다. 뇌 가소성이란 뇌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된다는 개념이다.


뇌 가소성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사람은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의 매리언 다이아몬드(Marian Diamond, 1926~2017) 교수이다. 아인슈타인의 뇌 연구로 유명했던 메리언 다이아몬드는 1960년대 초부터 뇌 가소성 연구를 주도했다. 메리언 다이아몬드는 사람의 뇌가 경험을 통해 변화할 수 있으며 변화를 통해 새로운 연결망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에서도 간단히 소개했듯이 그는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이를 증명하였다. 가지고 놀 수 있는 많은 장난감과 널찍한 공간, 함께 어울릴 친구 쥐 등 풍족한 환경에서 지낸 쥐와 아무것도 없는 빈 곳에서 지낸 쥐를 비교했다. 그 결과 풍족한 환경에서 자란 쥐가 빈곤한 환경에서 지낸 쥐보다 뇌의 크기가 6.4% 더 컸다. 그리고 풍족한 환경 속에 있는 쥐는 중추신경계를 지지해 주는 신경교세포의 수도 실험 전보다 14% 증가했다. 풍족한 환경에서 자란 쥐는 특히 장기기억을 형성하는 해마세포를 발달시켜 학습 및 기억에 관한 다양한 과제를 더 잘 해냈다. 또한, 뇌의 수상돌기가 더 확장되어 대량의 정보를 수용하고 처리했을 뿐만 아니라 시냅스 연결이 강화되고 뇌의 혈관도 확장됐으며,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 특정 성장 인자 등 뇌 화학 물질의 농도도 증가했다. 결국 이런 요인이 뇌 피질의 발달에 기여했다.


다양한 경험과 활동이 중요한 것은 뇌의 지적인 기능이 일부 영역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발휘된다는 것과 관련이 있다. 뇌의 일부 영역만이 인간의 지적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여러 뇌 영역이 같이 발현이 되어야 고차원의 인지기능을 잘 수행할 수 있다. 학습이나 기억이 뇌의 일부 부위가 아니라 뇌 전체에 흩어져 저장된다. 다양한 뇌 부위의 기억저장 세포들의 활성이 기억에 모두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음악을 잘하는 어린이가 수학도 잘한다.’라는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연구 결과와도 일맥상통한다. 음악은 수학 실력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된다. 1975년부터 2022년까지 50년간 유치원생부터 대학생까지 전 세계 약 8만 명을 연구 대상으로 55개 연구 결과를 종합한 결과이다. 수학 수업과 음악 수업을 합친 통합 수업을 한 경우가 가장 효과가 컸고, 다음으로 음악 수업을 듣거나 악기 연주하는 법을 배운 학생들의 수학성적이 좋았다. 아주 쉽게 말해 수학만 열심히 한다고 수학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양한 경험과 놀이가 뇌를 전체적으로 발달시킨다는 증거이다.

https://doi.org/10.1080/03055698.2023.2216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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