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출간한 [미래형 인재 자녀교육]을 업데이트 한 글입니다.
바다에 사는 해마는 앙증맞게 생겼다. 해마의 입은 매우 작아 주둥이 지름이 1~2㎜이다. 입은 작지만 강한 힘으로 먹잇감을 빨아들인다. 해마의 입에는 스프링 모양의 힘줄이 있어 먹잇감과 단번에 빨아들인다. 같은 이름의 해마가 인간의 뇌에도 존재한다. 해마는 정보를 빨아들여 단기적으로 보관하는 역할을 한다.
해마의 기능은 1950년대에 밝혀졌다. 우리가 흔히 ‘간질병’이라고 부른 뇌전증 환자의 뇌수술로부터 해마의 기능이 밝혀졌다. 뇌전증을 앓았던 헨리 몰레이슨(Henry Molaison)은 1953년 뇌의 ‘해마’ 부위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간질’ 증상은 없어졌지만 새로운 것을 기억하지 못했고, 수술 전에 겪었던 일들만 기억해냈다. 이로부터 해마가 새로운 기억을 저장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해마(海馬, hippocampus)는 1㎝ 정도의 지름과 5㎝ 정도의 길이로 바다에 사는 해마를 닮은 부위이다. 기억은 뇌의 신경세포 간 시냅스(synapse)에 의해서 저장되고, 해마는 정보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해마가 손상되면 새로운 조합이 만들어지지 않아 새로운 기억이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기존에 형성된 기억은 계속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의 기억은 보존된다. 새로운 기억이 생기지 않으면 매일 자고 나면 옛날 기억만 있어 시간이 흐르지 않고 과거에 머무른다.
또한, 해마는 일시적으로 기억을 저장하는 역할을 하고 장기기억은 대뇌 피질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나 모든 기억이 장기기억으로 남지는 않는다. 해마와 대뇌 피질에서 이루어지는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에 잠의 비밀이 있다.
수면은 뇌의 해마와 특히 관련성이 있다. 우리가 잠을 자는 이유는 몇 가지가 알려져 있다. 그중 첫 번째 이유가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기억을 정리하는 것이다. 해마는 기억을 일시적으로 보관하다가 필요한 기억을 대뇌 신피질로 보낸다. 이렇게 기억을 분류하여 보내는 데는 6시간 정도 걸린다. 최소한 여섯 시간을 자지 못 하면 해마는 기억을 분류하여 저장하지 못 하게 된다. 잠을 줄여 가면서 공부해보았자 소용이 없다는 과학적인 근거이다. 과학계에서 주장하는 수면의 최소기준이 나이와 관계없이 7시간 이상인 것도 이점과 관련이 있다.
사람들은 기억에 대하여 심각한 오해를 한다. 잠을 줄여가면서 많은 시간을 공부하여 많은 것을 빠지지 않고 기억하면 학습을 잘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인간은 컴퓨터 같은 ‘기계’가 아니라 생명이며 유기체이다. 이점을 놓치는 사람들이 많다. 지적 능력이 제대로 형성되려면 기억과 망각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지식을 체계화하려면 핵심적인 것을 파악하여 기억하고 불필요한 것은 잊어버리거나 정리하여야 한다. 기억과 ‘능동적’ 망각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것이다.「레인맨」같은 영화에 나오는 ‘서번트 증후군’이 있는 사람은 기계적으로 암기를 한다. 자폐증 환자는 유전자가 망각을 못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극도의 스트레스에 노출된 사람들은 과잉 기억에 시달린다. 지나치게 많은 학습은 수면부족과 이로 인한 스트레스로 학습효과를 크게 떨어뜨린다. 이것이 과학이 말하는 수면과 휴식의 중요성이다.
인간이 기억하는 정보는 뇌의 해마에서 먼저 처리되어 ‘일시적으로’ 기억된다. 기억이 뇌의 가장 표면에 있는 신피질로 옮겨져서 장기기억이 된다. 이 과정에서 해마와 신피질에서 특정한 주파수의 뇌파가 강화되고, 서로 동조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특히 기억에 중요한 것으로 알려진 느린 뇌파가 깊은 잠을 자는 동안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질 좋은 수면이 기억력 향상에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잠을 제대로 못자면 입력된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되지 않고, 장기기억도 되지 않는다. 이러한 장기기억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과학자들은 실험도 한다. 느린 뇌파에 맞추어 뇌에 전기 자극을 주면 미미하게나마 기억이 향상된다는 실험도 있다.
https://doi.org/10.1098/rspb.2023.0520
잠을 자는 두 번째 이유는 마찬가지로 앞에서 설명했듯이 뇌에 있는 독소를 제거하는 것이다. 자고 있을 때 신경세포 간 공간이 확장되어 뇌척수 액이 청소를 한다. 뇌척수 액이 들어와서 뇌 곳곳을 흐르면서 신경세포의 활동으로 쌓인 베타-아밀로이드 같은 노폐물들을 제거한다. 이 짧은 설명만으로도 잠을 잘 자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을 수 있다.
그래서 시험 보기 전에 잠을 푹 자는 것이 훨씬 좋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험 직전엔 조금이라도 더 공부해야 한다는 강박에 밤샘 공부를 한다. 그러나 오히려 푹 잘 때 학습 능력이 오른다. 공부한 내용이 자는 동안 뇌 안에서 편집되고 정리되기 때문이다. 시험 직전에 밤새도록 머리를 싸매고 공부하는 것보다 잠을 잘 때, 배운 게 더 잘 기억난다. 필자는 점심과 저녁 먹고 꼭 몇 분 동안 잠을 잔다. 정말로 뇌 청소가 이루어진 것같이 머릿속이 맑아진다. 그러나 그 잠시의 잠을 못 자면 온 종일 머리가 아프고 머리가 기능하지 않는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