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치료거부의향서를 작성하려 가면서 읽는 글


현대의학의 소생술의 발달이 만들어낸 새로운 환자가 있다. 생명은 유지하고 있으나, 움직이지 못한다. 의식이 없거나 거의 없는 상태 또는 의식이 있는 상태에 있기도 한다. 현대의학은 이들을 4단계로 구분한다. 감각능력도 의식도 없는 ‘혼수상태’, 감각과 반사작용은 있지만 의식은 없는 ‘식물상태’, 감각도 있고 고통과 같은 감정도 느끼지만 의식은 미미한 ‘최소의식상태’, 그리고 감각도 의식도 있지만 사지가 거의 마비상태인 ‘감금증후군’으로 나눌 수 있다. 산 채로 육신에 유폐된 사람들이 감금증후군(locked-in syndrome) 환자로 멀쩡한 정신에도 불구하고 몸이 거의 마비된 것이다.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육신 속에 의식만이 작동하는 끔찍한 삶을 선고 받은 사람들이다. 프랑스의 한 감금증후군 환자가 쓴 자서전에는 이러한 외침이 나온다. “그 사람들은 알기나 할까! 십 분도 못 참겠다는 것을! 움직이고 싶다는 것을! 아프지 않는 데가 없다는 것을! 경련이 심하다는 것을! 숨쉬기도 고통스럽다는 것을! 이 침대, 이 장소, 이 불결한 병실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것을!” 도대체 의학이 무슨 권리로 한 인간에게 이토록 잔인한 형벌을 내릴 수 있다는 말인가? 당시만 해도 프랑스에서는 수동적 안락사가 허용되지 않는 때였다. 그는 대통령에게 안락사할 권리를 탄원해보기도 하였다. 자서전을 이렇게 끝낸다. “열쇠로 가득 찬 이 세상에 내 잠수복을 열어 줄 열쇠는 없는 것일까? 나의 자유를 되찾아 줄 만큼 막강한 열쇠는 없을까? 다른 곳에서 구해 보아야겠다. 나는 그곳으로 간다.” 잠수복을 벗어 던지는 길, 육신에서 해방되는 길은 오직 죽음뿐이었던 것이다. “죽고 싶다, 죽여 달라!”라는 그의 처절한 외침이 프랑스에서 반향을 불러 일으켜 2005년 레오네티(Leonetti) 법안을 탄생시켰다. 즉 치료를 중단하고 죽도록 내버려두는 ‘소극적 안락사’의 합법화는 불러왔지만, 죽음을 곧바로 야기하는 독극물을 투여하는 ‘적극적 안락사’는 여전히 허용하지 않는다. 제대로 살아갈 수도 없으면서 목숨을 스스로 끊을 수도 없는 사람들, 삶과 죽음 사이에서 살지도 죽지도 못해 신음하는 사람들, 의술이 만들어 준 육신의 감옥에 갇힌 채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고 있는 사람들(일다, 2013.10.31. 이경신).


네덜란드 신경의학자 디크 스왑(Dick F. Swaab)은 의대 실습생 시절 심폐 소생술로 환자를 구한 적이 있는데, 지금도 그 일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간호사가 그 환자를 침대에 눕힌 채 병실로 옮기는데 갑자기 심장 박동이 정지했다. 그 즉시 배운 대로 실행에 옮겼으며 환자를 소생시켰다. 얼마 후 그 환자의 진료기록이 도착했다. 그는 암이 심장으로 번진 폐암 환자였다. 그 후 며칠 동안 밤낮으로 그 가엾은 남자의 침대 옆에 앉아서, 그가 약간의 공기를 호흡할 수 있도록 기도를 뚫어주는 일을 했다. 그를 소생시키지만 않았더라도 그는 그런 큰 고통을 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를 살려야 했을까? 무지무지한 고통을 감내하고라도 살아있게 하는 것이 인간적인가? 아니면 신의 뜻인가?


안락사나 존엄사가 나온 것은 인간이 ‘고통 없이’ 자연사하지 않기 때문이다.


2016년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 의료결정에 관한 법률」법안이 공포되었다. 서울 세브란스병원 김 할머니에 대해 연명 의료중단 결정을 내린 2009년 역사적 대법원 판결이 전기가 되었다. 기계에 매달린 채 준비 안 된 죽음을 비참하게 맞이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 2018년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었다. 2019년 설문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의 80%가 안락사에 찬성했다. 존엄사가 국내에 도입되었지만 여전히 유명무실하다. 우리나라 사람 80% 이상이 ‘더 적극적인 안락사’ 법률 개정에 찬성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카드는 의학적으로 회생 가능성이 없는 임종 과정에 접어들었을 때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인공호흡기 등의 인공적 생명 연장 시술을 받지 않거나 중단하겠다는 당사자의 의사를 존중하고 미리 기록해두는 목적으로 작성한다. 이 의향서가 법적 효력을 가지게 되는 시점은 ‘생의 마지막 단계’라는 판정 이후부터이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19세 이상 성인은 누구든지 신청 가능하다. 보건소나 건강보험공단에서 등록하면 된다. 신청하려면 신분증을 가지고 가야한다. ‘자기 의지에 의한 결정’인지를 묻고 확인한다. 두 차례 서명하고 스마트폰 번호까지 입력하면 끝난다. 한 달 후면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의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되고 본인과 가족의 열람이 가능하다. 의향서를 작성한 후라도 언제든지 변경, 취소, 철회가 가능하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카드는 신용카드 크기의 플라스틱 카드이다. 생의 마지막 단계에 회복 가능성이 없을 경우, 원하지 않는 생명연장 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담고 있다.


스위스에서 안락사를 시행하는 단체는 많다. 처음에는 말기 암이나 전신 마비 환자에게 허용되었으나 우울증을 앓아 삶의 욕구를 잃은 사람까지 허용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의료 기록과 온전한 정신으로 스스로 결정하면 인정한다. 스위스가 안락사를 용인한 것은 개인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는 정서도 있지만 높은 자살률도 한 가지 이유로 꼽는다. 자살을 방지할 수 없다면 인간답게 죽는 방법을 열어두자는 것이다. 안락사가 활성화해서인지 이후 스위스 자살률은 점차 내려갔다.


며칠 전 연명치료 거부를 등록하였다.

https://m.oheadline.com/articles/0A2ROAMUOENhdSpxxG5k5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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