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박물관 동박새 부부

by 홍뱁새

새들의 행동 중에서 볼 때마다 너무 행복하고 좋아하는 것이 몇 가지 있다.


호버링 (먹이를 탐색하기 위한 정지 비행)

지빠귀 종류가 땅을 발로 구르며 지렁이 탐색하는 모습 (머리만 가만히 있음)

가지 하나에 여러 마리 새들이 붙어 앉는 것, 깃털도 서로 골라줄 때


주말에 일 마치고 오랜만에 갔던 온양민속박물관에서 3번, 서로 깃 골라주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완전 럭키 비키 했던 날의 탐조 기록!

KakaoTalk_20250218_100136630_07.jpg?type=w966

- 카페온양 앞에 걸린 버드피더, 쉬는 날 생기면 꼭 카페에서 죽치고 앉아 계속 쳐다봐야지.


얼마 전에 탐조책방지기님께서 박물관에 들르셨다고 한다.

인스타로만 보던 탐조계 유명 인사분이 여기를 다녀가셨다니. 덕계못의 기분으로 그분이 지나가신 길을 사진으로라도 남겨보기...


그날 이후로 버드피더도 생긴 걸까? 박물관에서 필수로 들리는 카페온양, 라테 한 잔, 아메리카노 한 잔 나눠 마셨다(커피 사진 찍어둘걸, 아쉬워라). 카페 창가에 있으면 피더가 바로 보인다. 다음 겨울에는 쉬는 날 와서 피더에 익숙해진 새들을 보리라! 사장님께서 말씀해 주시길, 새들이 많이 오지는 않는다고. 지금은 버드피더가 생긴지 얼마 안 되어서 맛집 소문이 덜 난 것 같다.


KakaoTalk_20250218_100136630.jpg?type=w966

- 동박새


카페에서 나와 본격적인 탐조를 시작했다. 해 질 무렵의 박물관이라 새들도 잘 준비를 하고 어둑어둑해지는 5시.

귀를 최대한 열어 새들의 소리에 집중해 보았다. 시간이 없으니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가까이서 참새, 박새, 노랑턱멧새, 그리고 아주 멀리서는 검은이마직박구리...


어떤 새를 먼저 볼까 고민하던 중 어디선가 여리고 짧게 끊어지는, 직박구리스럽지만 다른 새 소리가 들렸다. 내가 좋아하는 동박새 소리(과일 좋아하는 새들끼리 소리가 닮았나). 쭉 따라가다가 도착한 박물관 본관 옆 과실이 많은 덤불. 덥수룩한 가지들 사이에서 새 한 마리가 빼꼼 얼굴을 내밀었다.

KakaoTalk_20250218_100136630_05.jpg?type=w966

몹시 날이 추워서 그런지 동글동글 깃을 부풀린 동박새 한 마리. 이름 모를 나무에 남아있는 열매를 조금 깨작거리고 건드리는데 덤불 더 깊숙이서 짝을 찾는 소리가 들리더니


KakaoTalk_20250218_100136630_04.jpg?type=w466
KakaoTalk_20250218_101721151.jpg?type=w466

부르는 짝의 옆으로 얼른 가 꼭 붙어 앉았다. 깃털도 꼼꼼히 골라주고

KakaoTalk_20250218_100136630_01.jpg?type=w966

호들갑 떨며 그런 둘을 관찰하는 수상한 탐조인 둘을 이상하다는 듯 쳐다본다.

KakaoTalk_20250218_100136630_02.jpg?type=w966

눈을 떼기 힘든 저 귀여운 모습.

서로 번갈아가며 열심히 깃을 골라준다.

SE-92779472-8edb-44de-ad6c-669011024b38.jpg?type=w466
SE-2d7d4ac5-8554-4ee9-ae5c-ee8fab9a5a9f.jpg?type=w466

- 딱새


동글동글 딱새도 하나 만났다. 주황색 깃털이 어찌나 보고 싶던지. 이날 보고 싶었던 새들을 기대보다 많이 봐서 정말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이만 탐조 기록 총총 마무리.




keyword
작가의 이전글새를 기다리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