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몹시 더웠던 9월 중순이었나, 한낮의 뭉게구름이 유달리 시선을 끌어 오랜만에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 정말 높게 자란 적운, 꼭대기를 쳐다보면 몽실몽실 더 솟아오르는 게 보여요.
그렇게 끝없이 솟아오르다가 어느 순간 성장을 멈춥니다.
(중딩 과학 시간, 지표면 기온과 이슬점을 이용해 구름 높이가 어디까지 자랄지 구했던 날이 있었는데..)
이제는 지열이 높지 않으니 여름철새가 돌아올 때서야 다시 푹신하게 부풀겠죠.
여하튼 기온이 떨어진 가을, 도요물떼새는 장거리 여행 중 잠시 한국에 들렀고 이맘때 걸매리갯벌은 약 1만 2천 km를 이동해야 하는 도요물떼새들의 휴게소로 바뀝니다.
한차례 큰 바람이 불고, 자잘하게 부서지는 파도와 일렁거리는 새 그림자.
칠흑 같은 밤에도 목적지를 향해 날아갈 겁니다.
나침반도 없이.
확신을 가진 여행은 어떤 기분일는지, 사람으로서는 영원히 알 수 없는 것이네요.
해는 결국 지고, 그림자만 남은 도요물떼새는 어렵게 동정해 보려고 하던 마음도 좀 부끄러워지게 모두가 어우러져 그저 예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