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에는 특히 어느 때보다 더 눈이 많이 내렸다. 모처럼 나선 탐조 였는데 기대했던 산새들은 보이질 않고, 온통 하얀 세상에 쥐 죽은 듯이 고요하다. 설 전까지 검은머리방울새 소식도 듣고 설날을 몹시 기다렸지만(정말 어릴 때 크리스마스 기다리는 것처럼), 올해는 볼 운이 없나 보다. 회색빛 하늘을 올려다보니 독수리 한 마리만 미끄러지듯이 활공하며 지나가고.
온통 하얀 세상에 검은 점 하나 떠있으니 독수리 모양 구멍 하나 뚫린 것 같았다.
동네에서 만나는 새를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