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와 휴식에 대한 짧은 고찰 - Riomaggiore
여행은 고도화된 휴식이다. 일상에서 물리적으로 벗어나, 심리적 자유를 경험한다. 반복되는 틀을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위안이 된다. 자발적으로 기획하지 않은 지루함은 일상 속에서 우리의 영혼에 상처를 낸다. 여행은 그 생채기를 치유하며, 동시에 삶의 불확실성을 끌어안을 힘을 준다. 새로운 세상 속에서 미지의 아름다움을 이해하는 한편, 반복되는 하루들을 신선하게 정의하고 디자인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각과 입맛을 얻기도 한다.
여행에서 겪는 어떠한 일들은, 그 자체로 쉼에 대한 영감이 되기도 한다. 리오마지오레의 음악가와 관객들이 그러했다. 주민인지, 초청된 이방인인지 모를 그들의 연주는 해안 마을의 신선한 공기와 기분 좋게 어우러진다. 발을 멈출 수밖에 없는 순간. 좋은 장소를 채우는 훌륭한 음악은 공간을 시간 위에 살아 숨 쉬도록 만든다. 사랑스러운 작은 광장과 해 질 녘을 앞둔 저녁의 분위기를 멋스럽게 바느질로 엮어낸다.
모순적이지만, 그들은 연주를 하는 동시에 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노동이나 동작이 없다는 의미가 아닌, 이완되고 치유하는 상태로서의 쉼 말이다. 물론 그들도 관객을 앞에 두고 속으로 긴장하고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히 광장과, 음악과, 그리고 관객들과 자연스럽게 공명하고 있었다. 그 울림이 나를 포함해 그 광장에 모여있던 이들의 발을 멈추었으리라 확신한다. 강요하지 않지만 힘 있는 끌어당김.
여행이 그 자체로 쉼이 되듯이, 몰입도 그렇지 않을까. 몰입이라는 것은 일상의 산만한 상태를 떠나 어떤 대상으로, 어떠한 경험 안으로 침잠하는 것이다. 그렇게 잠겨있는 동안 우리는 시시콜콜한 고민이나 불쑥 고개를 들이밀던 삶에 대한 회의감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내가 리오마지오레의 버스커들에게서 발견한 그것 말이다. 또 그 자리에 있던 청중들은 어땠는가? 몰입의 수혜자는 나 한 명으로 한정되어 있지 않다.
이탈리아의 어느 작은 해안 마을에서 나는 여행과 몰입이 선물하는 깊은 쉼을 발견했다. 두 활동 모두 어찌 보면 신체적, 물리적인 의미의 휴식과는 거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쳇바퀴를 돌다 굴러 다친 영혼을 치유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우리는 어찌 보면 쉼이 아닌 의미가 필요했을지 모른다. 얼마든지 걷고 달리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힘이 우리 안에 있기에. 다만 마땅히 그럴 이유를 격렬하게 찾아왔던 것이다.
쉬는 방법이 이렇게도 복잡하다니, 한쪽 뇌만 깨워서 잠을 자는 돌고래가 신기할 게 아니었다. 의미를 찾기 위해서는 분명 가시밭길을 걸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도대체 의미 있는 것이 무엇인데? 내가 경험하고 관찰한 바로 삶의 의미를 찾는 질문은 이상하게도 재미를 떨어뜨리곤 한다. 놀이터에 나가 노는 아이에게 매일 그 의미와 목적을 물어보아라. 분명 그 본연의 즐거움을 잃을 것이다.
반대로 이런 질문으로 시작해보면 어떨까. 매일의 삶을 여행으로, 매 순간을 몰입의 대상으로 만드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이 길도 물론 누워서 유튜브를 보는 것만큼 간단하진 않지만, 충분히 고려할 가치가 있다. 어쩌면 매일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단 하나의 질문, 그리고 일생에 풀어야 할 단 하나의 숙제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