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헐적 단식으로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제 웨이트를 곁들인
바빴다. 발목 부상으로부터 회복함과 함께, 사회적 활동과 생존을 위한 여러 잡무들이 하루를 가득 채웠다. 이제는 반만 환자인 내게 응당 주어져야 할 일들이었지만, 간헐적 단식에 온전히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들이 조성되었다. 그래고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했나, 다행히도 이 프로젝트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대견하다 대견해!
어쩌면 손에서 놓지 않은 것 이상일 수도 있겠다. 그 이유는 최근 웨이트 트레이닝을 프로젝트에 추가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파격적인 결정을 하게 된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핵심은 근육량의 감소다. 지난주에서 오랜만에 측정한 인바디는 나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근육량이 한 달간 2kg이나 감소한 것이다. 이 정도의 하락을 경험해 본 적이 없는지라 경미한 패닉까지 찾아왔다. 비만에서 마른 비만으로 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처음에는 간헐적 단식을 용의자로 의심했다. 식사량이 줄었으니 단연 근육을 구성하는 영양분이 모자랐을 수도 있고, 단식으로 인해 몸이 비상사태를 선포하여 긴축 재정을 시행했을 수도 있다. 그럴듯한 추리였다. 이러한 논리는 개인적인 것이 아니다. 간헐적 단식이 먼 고행처럼 느껴지는 것은 멈출 수 없는 식욕과 함께 저녁에 이루어지는 사회생활의 필연이 한 몫한다. 하지만 그 효과에 대해서 의심할 때는 주로 근손실, 혹은 근비대 효율의 감소를 많은 사람들이 제기한다.
그러한 영향이었을까, 나도 자연스럽게 간헐적 단식을 탓하고만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흥분을 가라앉히고 생각해보니, 한 달간 침대에서만 생활했던 내 몸이 근육량 2kg 정도 줄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더군다나 근육량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하체를 더욱 움직이지 못했으니 그 결과가 어떠했겠는가. 캐스트 어웨이에서 주인공 척이 던져버린 배구공 친구 윌슨에게 사죄하듯, 나도 간헐적 단식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까지 했다. 너는 잘못이 없어...
다행히도 나는 대학 시절 통계학을 배웠다. 인과관계와 상관관계의 차이와 함께 가설 검정에 필요한 최소한의 근거와 논리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 그리고 또 다행히도, 나는 간헐적 단식을 유지할 수 있는 의지와 흥미가 있으며, 그리고 상체 운동을 수행할 수 있는 (단기적으로는 4분의 3만) 건강한 몸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나는 직접 실험자이자 피험자가 되기로 했다.
간헐적 단식과 근력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가혹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면 여태껏 자행해온 과식, 야식, 드러눕기, 활동하지 않기 등이 내 몸에게는 더욱 가혹했을 것이다. 한편 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상술했던 식욕, 사회생활 등의 이유로 간헐적 단식의 지속성에 대해서 의심했다. 현재도 그러한 요인들은 전혀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의심하지는 않는다.
지속하지 않으면 어떤가. 간헐적으로 간헐적 단식을 하면 되지. 운동도 간헐적으로 하면 간헐적 운동으로 쳐주나? 어쨌든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또, 그 효과를 의심하며 이 자리에 멈추는 것보다는 내 몸에 해가 되지 않는다면 직접 시도해보며 최적화된 방안을 찾는 것이 몸을 알아가고 친해지는 정도라고 생각한다. 더 이상은 몸도 밥도 면도 운동도 뱃살도 삶도 미워하지 않기로 했으니까.
>>> 7월 22일, 간헐적 단식 서른 여섯째 날의 체중 증감: -6KG*
*이사 온 집에 체중계가 없어 빠진 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