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셰익스피어에 살짝 관심이 생겨 몇 권 읽어보려고 하였다. 그래서 알라딘에 셰익스피어를 검색하니 약 2200권이 검색되고 그 중에서 셰익스피어 저자로만 검색해도 1천권이 넘게 검색된다.
그만큼 번역이 많이 되었다는 뜻이며, 그만큼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는 반증일 것이다. 그런데 나 같이 신뢰할만한 번역본을 찾는 사람 입장에서는 1천권이 넘는 검색 결과는 다소 부담스럽다. 그래서 이번 페이퍼에서는 우선 번역자별 비교는 차치하고, 어떤 번역본이 있는지만 정리해보려 한다.
거의 전수 조사급으로 정리하였다. 다 정리한 다음에 가장 끌리는 판본은 시공사와 펭귄클래식이다. 펭귄은 무엇보다 표지가 ㅎㅎ
1. 민음사 최종철
민음사 컬렉션으로도 유명한 민음사. 전집도 발간하고 있는데 왜인지 이 5권이 끝이다. 그래도 주요 희극과 비극은 단권으로 번역되어 있다. 번역의 최종철은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연세대학교 및 미네소타 대학교에서 문학석사 학위를, 미시건 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가 민음사에서 나오는 셰익스피어 작품을 거의 다 번역하고 있다. 이분만의 특징은 '운율을 살린 운문 번역'이라는 점과 우선 최신 번역이라는 점이다.
소네트 번역은 2007년에 작고하신 피천득 선생의 번역을 썼다.
2. 열린책들 박우수 번역
문학 관련으로 또 다른 대표적인 출판사인 열린책들.
주로 맥베스나 햄릿 같은 비극 위주로 번역하였다. 그의 소네트도 번역되었다.
번역에 박우수는 셰익시프어 전공자로, <셰익스피어의 역사극> <셰익스피어와 인간의 확장> <셰익스피어와 바다> 같은 연구서들도 냈다. 그래서 전공자가 직접 번역했다는 점에서 포인트가 있다.
3.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지식출판원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에서 총 11작품을 번역했다. 이중 3작품을 번역한 박우수는 위의 그 인물과 동일인물이다. 외대 교수라고 한다.
이 외에 다른 역자들도 주로 셰익스피어 연구가들이다.
4. 문학과 지성사 이상섭 역
시, 인문, 문학 등으로 유명한 출판사 문학과지성사에서는 아예 <셰익스피어 전집>로만 팔고 있다. 모든 셰익스피어 작품이 이 한 권의 책에 다 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총 1800쪽에 가격도12만원. 무게는 4.5kg
아마 판형도 매우 클 것이다. 전작품을 한 권에 담았다는 게 흥미롭지만, 다소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
5. 문학동네 이경식 역
민음사, 열린책들과 함께 가장 대중적인 문학 전문 출판사인 문학동네에서는 의외로 셰익스피어 번역이 별로 없었다.
<템페스트>는 다른 출판사에서는 잘 번역하지 않은 작품이기에 흥미롭지만, <햄릿>과 <베니스의 상인>과 함께 딱 3작품뿐, 심지어 역자인 이경식은 한국 셰익스피어학회 회장이라고 하는데도 말이다.
이렇게 셰익스피어 비평사와 연구서까지 쓰신 분이 정작 셰익스피어 번역은 별로 하지 않았단 점이 의아하지만, 이분 번역도 신뢰하고 읽을 수 있겠다.
6. 전예원 신정옥 역
전예원 신정옥 역.
신정옥 씨도 한국 셰익스피어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전집 형식으로 상당수의 작품이 번역되었다. 80~90년대에 번역된 것들이 많아서 과연 현재 읽어도 자연스러울지는 잘 모르겠다.
7. 아침이슬 김정환 역
아침이슬 출판사에서도 셰익스피어 작품을 상당수 번역했다. 대표 희곡과 비극은 물론 그의 역사극까지 꽤 많이 번역한 것이 눈길을 끈다.
역자 김정환은 역자 소개만 봐서는 잘 모르겠지만, 셰익스피어를 주로 연구했다기보다는 시인, 극작가, 무대연출가로 많이 활동하신 듯하다. 셰익스피어 작품은 일단 연극에서 상연될 것을 전제로 했으니, 극작가와 무대연출가의 번역은 또 다를지 궁금하다. 어쩌면 연극하듯이 읽기에는 가장 특화된 번역이 아닐지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8. 펭귄클래식
고전 번역으로 명성이 자자한 믿고 보는 펭귄클래식. 이 출판사에서는 총 4개의 셰익스피어 작품을 출간했다.
특이하게도 어떤 판본을 번역했는지를 홍보한다.
"영국 국립극단이 사용하고 추천하는 펭귄클래식 판본 (중략) 펭귄클래식 판본은 영국 국립극장에서 사용하고 추천하는 판본으로 유명하다. 판본의 문제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다루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데, 셰익스피어가 작품의 출간에 관여하지 않은 탓에 기준 판본에 대한 논란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가장 믿고 읽을 수 있는 판본이 펭귄클래식 판본이라는 뜻이다. 각 작품마다 역자들은 다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셰익스피어를 주로 연구하는 학자들이다. 표지 디자인이 상당히 맘에 든다. ㅎㅎ
9. 동서문화사 신상웅 역
동서문화사에서도 셰익스피어 전집을 냈다. 모두 신상웅 한 명의 번역이다. 전집 가격은 문학과지성사 판과 같은 12만원
역자 소개에 따르면, 8권의 전집 번역으로 춘원문학상을 탔다고 하는데, 이 정보는 걸러 들을 필요가 있다. 춘원문학상은 동서문화사에서 제정한 것이고 최남선과 이광수 같은 친일파 문인의 업적을 기리겠다는 취지로 만든 것이라 공신력은 없다.
10. 아름다운날 셰익스피어 연구회
11. 시공사
시공사 판본도 셰익스피어 전문 연구자들이 참여한 번역본이다.
시공사 번역본의 특징은 RSC라는 "셰익스피어의 고향 스트렛퍼드어폰에이번의 '로열 셰익스피어 극장'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최고 권위의 셰익스피어 극단"의 판본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당시 극장 공연에 가장 가까운 텍스트라는 평이며, 무엇보다 내 흥미를 끄는 것은 "400년 동안의 공연 역사, RSC의 공연 역사, 그리고 RSC 출신으로 연극계에 획을 그은 주요 연출가들과의 대담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번역도 번역이지만, 작품 외적으로도 유익한 자료들이 많아 욕심나는 판본이긴 하다.
12. 지만지드라마 김종환
지만지드라마(아마 지만지의 자회사?)에서 김종환 역본으로 셰익스피어 작품을 출간하였다. 총 21작품이다.
역자 김종환도 셰익스피어 전문 연구가이며, 다수의 책을 저술하였다. 이중 일부는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13. 태일사 김종환 역주
위 역자와 같은 역자. 번역 상에 차이가 있지는 않겠지만, 목차만 봤을 때, 태일사에서 나온 번역본이 해설이 더 상세하게 붙는 것 같다.
특히나 셰익스피어 관한 주요 비평을 수록하고, 일부는 최신 연구까지 수록하였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지만지드라마 판본에서는 이 부분이 없다. 어쩌면 내용은 차이가 없고, 목차에만 빠진 것일 수도 있다.
14. 문예출판사
문예출판사에서도 5작품을 번역했다.
햄릿을 번역한 여석기 씨는 시공사에서도 햄릿을 번역했다(시공사 본은 공동번역).
15. 동인 셰익스피어학회 총서
셰익스피어학회에서 출간하는 셰익스피어 번역서. 지금까지 총 37권
학회 차원의 번역 프로젝트다 보니, 앞에서 언급한 역자들의 이름이 간혹 보인다.
16. 연극과인간 김현우
연극과인간이라는 희곡/연극 관련 저술을 전문으로 출간하는 출판사에서도 셰익스피어 작품을 번역했다. <햄릿> 단 한 종뿐인 것이 아쉽긴 하지만, 공연 텍스로서의 성격이 강한 <제1사절판본>을 번역하였다. 역자인 이현우도 셰익스피어학회 부회장 역임했고, 관련 저술을 발표했다. 위 동인 셰익스피어학회 총서에서도 이름을 찾을 수 있다.
희곡 전문 출판사에서 낸 셰익스피어라는 것이 흥미로운 점
역자 이현우가 쓴 셰익스피어 관련 논서.
목차를 보니, 셰익스피어 작품 분석이 아니라 한국에서 셰익스피어가 어떻게 수용되어왔는지를 다룬 책인 듯하다.
17. 나남출판 이성일 역
미셸 푸코 저술을 여럿 번역하여 익숙할 수 있는 나남춢판
총 5권의 번역서를 냈다. 역자인 이성일은 <베오울프>를 번역하기도 한 영문학자시다. 교수 재임 시절 셰익스피어 중세 영문학사를 강의했다고 한다.
총 10권 기획 목표로 했다는데, 5년 전 맥베스를 마지막으로 더는 나오고 있지 않다..
18. 범우사 이태주 역
역자 이태주는 영문학과 연극영화과 교수를 역임했다. 범우사의 번역은 기본적으로 가성비가 좋고 나쁜 번역은 아니라 괜찮을 것 같다.
소네트의 경우 원문과 같이 수록되어 있다.
19. 더 클래식/더스토리 한우리/김민애 역
더클래식과 더스토리는 번역이 뛰어나다기보다는 미니미니북, 초핀본 커버 등으로 소장하기는 괜찮은 책을 잘 펴낸다. 꽤 번역서를 여럿 냈던데 이쪽 출판사와는 그다지 연은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