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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지 Apr 18. 2022

[외전] 은혜 갚은 까치가 아니잖아?

내 이름 전자소송 개명기

재작년. 나는 아직도 결정하지 못했었다.

임용공부 5수 끝에 과연 공부를 접어야할지..

마흔을 넘은 내가 다시 시작할 기회가 있을런지..

새로운 다짐이 필요했다.


내가 가진 공부양이 모자르다면, 공부를 더해야할테고

내가 가진 체력이 문제라면, 체력을 키울테고

내가 가진 시간이 문제라면 나는 시간을 더 들여야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 무엇일까..?

왜 내가 이 시험의 문턱을 번번히 넘지 못하는것인지..

삶의 의욕이 바닥에 다다랗다.


나는.. 이름의 한자만이라도 개명하기로 결심했다.

'넴유베, 지음, 명작명, 리본데이, 지을:작'

작명 어플을 여러개 다운 받았다.


부모님은 이름이야 요즘시대에 불리고 싶은대로

불리면 되는거지.. 내 결정을 존중한다고 하셨다.


그래서 '이름 짓기'작업에 들어갔다.

꼭 첫 아이가 태어나 설레는 마음으로 첫이름을 짓듯,

나는 나에게 주는 이름을 짓느라 그 당시.. 잠도 자지 않고

2박3일 밤새 작명에 매달렸다.


내 이름은 '지(이를 지) 은(은혜 은)'으로 할아버지께서

당시 대학병원에서 수술로 태어난 내가 부모님께 은혜를

다하게 자라길 바라셔서 지으신 걸로 안다.


결혼까지 한 내가, 이름의 뜻 한 바로 살기엔 참..

이제는 내 이름을 나에게 주는 선물로 다시 지어 주고 싶어졌다.


아이들이 물었다.

"엄마, 엄마는 왜 이름을 바꾸려고 하는거야?"


그 순간 


아이들과 함께 읽었던 전래동화가 떠올랐다.

"음.. 엄마가 은혜 갚은 까치가 아니잖아? 그래서.. 엄마에게 엄마다운 이름이 필요한 것 같아서.."


새로 지은 내 이름은 '지(뜻 지) 은(강이름 은)'이다. 

큰 강의 내 뜻을 이루려는 내가 주는 선물의 이름이었다. 

개명신청서도 이리저리 내가 한 페이지 정성스럽게 작성했다. 


그리고 뚜둥~ 한달만에 결정이 내려졌다. 

.

.

.

이상하고도 요상하지만, 그 이름의 기운인 것인지, 나의 간절함 덕분인지, 

그동안 쌓아 놓은 공부 덕인지.. 그 해 합격을 했다. 


친정 엄마는 기분탓이라고 했다. 

어찌둥둥 나의 이름은 나에게 새로운 길을 준 그 해의 모든 시작이라고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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