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선생님: 선생님, 계획서가 완료돼서 희야가 수련회 못 갈 것 같습니다. 변경이 어려운가 봅니다.
학년부장님: 수련회 계획서가 결재 완료되어 수련회 불참 명단 변동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수련회 금액이 수익자 부담으로 다 정해졌고, 가통(가정통신문)도 이미 다 나왔습니다. 희야가 가고 싶다고 해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ㆍ
ㆍ
ㆍ
이상하다.
수련회 잔류 학생이 없기에..
교외체험학습을 권하시고, 계획일 뿐인 계획서가 결재가 완료가 되어 우리 학생은 수련회를 못 간단다.
이상하다.
계획서는 늘 상황에 따라 변동 가능하다고 단서조항이 붙는 게 맞고, 다른 부장 선생님들도 학년부 선생님들도 아직 열흘이나 남은 수련회에 희야가 잔류 학생으로 남겨질 이유가 없다고 하셨다. 가통이야 변동된 금액을 다시 단체문자로 알림 하면 되는 것이고, 수익자 부담 1/n 가격은 희야를 포함하면 9만 9천9백 원으로 천 원가량 적어지기에 학부모님이 크게 싫어하실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행정실로 갔다.
정해진 금액인데, 인원수 추가 변동이 어려울지에 대해 의논드렸다. 이 상황에서 행정실 차장님과 주무관님들은 금액 변동이 있지만, 계획서를 전체 수정하지 않고도 추가 변동되는 금액만 기안문으로 올려도 충분하다고 하신다.
뭐지..?
다시 곰곰이 생각해본다.
금액도 변동 가능한데, 왜 가고 싶다는 우리 학생은 수련회에 불참이라는 것인지..
다시 학년실로 갔다.
7교시, 16시.
학년부장님은 안 계시고, 담임선생님만 때마침 계신다.
"선생님, 우리 아이 힘들어서 수련회 데리고 가기 싫으신가요?"
나는 두둥.
빙빙 둘러말하지 않았다.
"선생님! 학년부에서 의견이 무엇일까요? 제가 희야가 가고 싶다는 이 수련회를 가게 할 수 있어요. 가는 게 맞다고들 다 하셨거든요. 근데.. 왜 못 간다고 하시는 건지..
우리 아이, 수련회 안 간다고 못 간다고 학교까지 오지 말라고 교외체험학습 쓰라고 하신 거. 그거 제가 학부모 입장이라면, 민원소지 있다고 생각해요. 선생님.. 조금 더 일찍 학부모님 상담 상황 저한테 공유해주셨으면 두 번일 하지 않고, 충분히 수련회 갈 수 있었을 거고.. 선생님이 어려우시면, 제가 특수학생이나 학부모님 상담하라고 있는 겁니다. 수련회 안 가더라도 학교 와서 급식 먹고, 있다가 가는 건 당연한 건데.. 선생님.. 우리 아이 힘들어서 수련회 안 데리고 가고 싶으신 건가요?..... 그러시면 안 돼요. 선생님.. 담임 선생님은 우리 아이 같이 데리고 챙겨 가고 싶다고 하셨어야죠..... "
나만.
일방적일 수도 있다.
할 말을 다 쏟아내고..
날 위한 위안. 그래.. 아니더라도, 난 내 자리에서 할 말은 내 학생을 위해 다 뱉었다. 비록 담임선생님이 지금은 모를지라도 다 지나가고 나중에 아이도 낳고, 그 아이를 키우면서 깨달을지 모를 이야기들을 다 했다.
마의 13일이 지나고, 14일.
행정실 차장님께서 퇴근 전에 수정 기안문을 학년부장 선생님한테 메신저로 보내 놓고 퇴근하셨단 걸 나중에 알았다. (수정 기안 올리는 게 번거로워서 안된다고 하신 건가?)
무튼. 그 덕에 우리 학생은 수련회를 어제 다녀왔다.
비숙박형이라 오늘 그 재밌다는 수련회를 또 간다.
나한테 담임도, 학년부장님도 둘 다 희야가 수련회를 갈 수 있단 이야기를 직접 해주지 않으셨다. (무슨 뒤끝인지.. 급 신경 쓰임..) 두 분 모두 경험이 없으셔서 그랬겠지. 모르셔서 그랬겠지..ㅡㅡ;;;(두 분이 3년 이내 교직경력의 30대 갓 들어선 분들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