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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지 Oct 15. 2022

니가 좋다면야..

(중1 지적장애 학생 수련회 보낼까요? 말까요?)-(1)

코로나가 막바지이긴 한가 보다.


초등학교 6학년 우리 집 아들도 지난달 1박 2일 수학여행을 다녀왔다.(물론 코로나 확진 시, 같은 방 모든 학생들이 자율 귀가한다는 보호자 동의서 받고 진행되긴 했다.)


우리 학교는 비숙박형 당일치기 졸업여행(3학년), 수학여행(2학년), 수련회(1학년)가 계획되어 있다.


특수학급 우리 반 학생, 6명 중에 놀이기구를 잘 타지 못하고, 친구관계가 어렵다는 중3 여학생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교외체험학습을 간다.


이번 회의 주인공은 중1 여학생, 희야(가명)이다.


10.12. 수요일


우리 희야랑 수군(남학생)은 중1 캐릭터 비슷한 같은 초등학교의 친구사이. 꽁냥꽁냥 수련회 동의서를 냈니, 안 냈니 점심시간에 수다가 한창이었다.


비숙박형 2일 치에 해당하는 수련회 비용이 12만 원이고, 비싼 비용 때문에 야네 아버지는 비동의를 하셨단다.

"이모(장애인 활동보조 지도사)가 너무 비싸고 해서 난 개인 사정으로 안 간다고 이미 냈어."


그 대화 속에서

희야는 수련회를 간다는 수군을 부러워함을..

희야는 우리 반에서 나만 안 간다고.. 쓸쓸함이 묻어나는 아이의 혼잣말을 나는 안 듣는 척 다 듣고 있었다.


점심시간에도 급식 먹는 동안 1학년 전담교과 선생님들과 수련회 관련해서 이야기를 한창 하다가.. 부담스럽긴 하지만 이틀 내내 아이가 혼자 남겨지는 게 더 신경이 쓰였다.


희야는 한부모가정, 친조부와 살고 있는 아이다.

지적장애 3급(이전 등급)이지만, 밝고 귀염성 많은 성격에 타 지역에서 일하시는 아버지를 대신해서 장애인 활동보조 지도사인 '이모'(동네 지인)분께 등하교나 방과 후 수업을 많이 챙김 받는다.(매월 90시간 지원)


그날 저녁,

희야의 통합학급 담임이 문자가 왔다.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우리 아이가 특수라서.. 장애라서..

수련회를 가지 않는다면, 체험학습(출석 인정)을 쓰고 등교를 하지 않아야 하는가? 다른 학년 지도로 특수교사인 내가 학교에 출근함에도.. 학부모님이 아니라 왜 나한테 저렇게 문자를 보내셨을까? 희야가 등교하는 게 나한테 전일제를 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인지 확인차 빙 둘러 표현하신 걸까? 뭐, 내가 먼저 희야에 대해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셔서 학부모님보다 나에게 묻기가 편하셨나 보다..


일단, 경제적인 문제라 예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통합학급 담임이 희야 아버지랑 통화를 해서 확인했다고 해서 굳이 두 번 세 번 수련회 불참을 묻지 않아도 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안 되겠다. 저녁시간 다시 발동이 걸려 열일 시작했다.

지도사분은 희야가 외부 활동을 참 좋아한다고 하셨다. 그런데 여름 성경학교도 보냈더니, 쓰고 있던 안경부터 물건 관리가 안돼서 다 잃어버리고 온다고.. 득 보다 실이 많다고 하셨다. 거기다 숙박이라 1박 2일은 못 미더워서 안 되겠다고 하신다.(숙박이 아니라고 아는데.. 아닐 텐데.. ㅡㅡ;;; 자꾸 가정통신문에 1박이라고 나왔다. 그래서 못 보내겠다고 희야 아버지랑 결정 내린 거라고.. 하신다.) 물론 12만 원이라는 비용도 혼자 버시는 희야 아버님 입장에선 아이의 경험치에 비해 부담스러울 거라고 대변해주신다.

 

음.. 학교 홈페이지에 가정통신문이 안 나와있어서 그 내용을 확인하지 못하고 수련회 불참 의사는 확실히 알게 되었다.


다음날, 10월 13일 목요일


아침부터 종종거려 1학년 학년실로 가서

수련회 진행상황을 확인했다.


비숙박형, 24/25일 양일 각각 수련시설로 활동을 간단다.

희야는 불참 이유가 '돈이 없어서'라고 써서 불참 의견서를 냈다고 한다. 담임이 아직은 믿고 보내기엔 무리가 있다는 식으로 아버지랑 통화를 했다고 하는데..


나는 담임과 희야 아버님, 희야 활동 지도사분의 의사소통이 다 한 끗씩 어긋남을 직감했다...


지도사 분과 아버님은 숙박이면 안 보내겠다.

숙박형이 아니고, 비용도 10만 80원으로 조금 낮아졌고, 체험학습으로 등교하는 1학년이 희야 밖이고.. 수련회 참석여부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하지 않은 듯한 담임.

가고 싶은 희야..


나는 누구의 이야기로 이 문제를 봐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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