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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는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예술은 사과의 맛이 난다 EP.12_ 사랑, 세 번째. 이별

by 장지혁

노래를 듣다 보면, 매번 궁금한 것이 있다. 왜 사람들은 이별을 노래할까? 왜 이렇게 이별 노래가 많을까?


연인 사이의 이별. 이 주제를 다루는 예술이 참 많다. 그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기도 했고,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들 중 하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고통스러운 순간들이 표현함으로써 해소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렇게 고통스럽고, 하기 싫은 행동인 이별을 사람들은 왜 하는 걸까?

일단 안 맞기 때문이라는 1차적인 대답은 미뤄두도록 하자. 이보다 이별의 본질이 뭘까? 상대를 이해해 가는 과정 속에서 내가 가는 길과 다른 길을 걸어가고 있음이 점점 극명해질 때, 이별을 선택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싫다는 감정이 쌓여서. 혹은 더 이상 그 사람에게 아무 욕망이 일어나지 않을 때, 서서히 이별의 감정을 준비한다. 그 사람과의 관계에서 의미 있는 감정이 일어나지 않음을 느낄 때. 그 순간들이 쌓여서 감정적인 연결을 끊고 싶어지는 순간에 이별을 택하는 걸까?


내가 생각하기에 이별은 그렇게 순간들이 모여서 온다. 처음에 보던 모습과 다른 것이 보기 싫어서. 나와 방향성이 전혀 맞지 않다고 느껴서. 더 이상의 발전이 없다고 느껴서. 결국 그 사람과 있는 순간이 더 이상 즐겁고 소중하지 않게 될 때, 이별을 선택한다. 그러면 우리는 이별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을까?


사실 확실히 방지할 수 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노력이 한계에 다다를 때, 그 사람과의 노력이 무의미해질 때, 그리고 같이 있음이 성장에 방해가 될 때 이별을 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니까. 그럼에도 적어도, 우리가 무슨 노력을 해야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할 수 있는지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사랑하는 사이는 욕망이 기본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이 욕망의 불씨를 꺼트리지 않으면, 오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욕망의 불씨를 꺼트리지 않는 방법은 뭘까? 기본적으로는 계속 욕망하게 하는 것이 아닐까? 사랑하는 사이에서 계속 지켜야 할 한 가지가 있다고 한다면, 나는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그 매력이 달라질 수도 있지만, 매력이 사라지면 안 된다. 자기 관리를 하거나, 목표를 꿈꾸고 나아가거나, 성장을 멈추지 않거나, 상대의 변화를 민감하게 캐치하는 등 자기가 가진 매력을 계속해서 가꾸고 어필하는 것은 연인 사이에서 더 많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꾸준히 그 사람을 매력 속으로 넣지 않는다면, 그 사람의 욕망은 사라지고, 남는 것은 헤어질 수 없음에 함께하는 고통만이 남거나 이별이 되거나가 아닐까. 그렇기에 이별하지 않는 방법은 상대가 계속 욕망하게끔 서로 노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안에는 매력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통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상대가 어떤 점에서 매력을 느끼는지 아는 것. 그리고 내가 어떤 것에 매력을 느끼는지 고민하는 것. 이 모든 인지가 모두 소통 안에서 오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거듭하면 할수록 나를 알게 되고, 너를 알게 되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소통을 하고, 그 소통 속에서 내가 무엇에 매력을 느끼는지, 그리고 무엇을 매력으로 어필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관계. 상대를 이해하고, 상대의 상황을 이해하는 관계. 그런 행동과 사건들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지고 꾸준해야 오래 함께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럼에도 이별을 해야 하는 순간은 올지도 모른다. 세상을 떠나야 해서 이별을 하는 것. 그리고 결국 맞지 않아서 갈라서는 것. 어떤 것이 되었던지 이별을 하는 그 순간은 슬픔과 아픔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왜 그런 슬픔과 아픔을 동반하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그 슬픔과 아픔을 온전히 느껴야 한다는 것은 알 것 같다. 마지막으로 내가 이렇게 아파하는 것으로 그 관계의 모든 경험은 끝이 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완성되지 않은 관계가 된다고도 생각하고 말이다.


나는 아직 의연하게 이별을 맞이하는 방법을 모른다. 어쩌면 평생 모를 수도 있다. 그렇기에 이별을 하지 않으려 노력할 것이지만, 만약 이별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충분히 아파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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