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는 일의 리듬에 대해 배우게 되었다.
일을 하다 보면, “지금 바로 답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늘 따라붙는다. 카톡이 오면 바로 답을 해야 할 것 같고, 클라이언트가 질문을 던지면 즉각적인 대안을 내놔야 할 것만 같다. 하지만 일을 누군가와 같이 하면 할수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모든 대화는 즉시 오갈 필요가 없다.
빠른 대화가 능률을 보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많은 문제는 ‘즉시 반응’에서 시작된다. 충분히 생각하지 못한 말, 확인하지 않은 사실, 감정이 섞인 반응이 일을 더 꼬이게 만든다. 그때마다 “조금만 더 기다렸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서 나는 점점 말을 늦추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조금의 여백을 두면 대화는 훨씬 명료해지고, 관계도 단단해진다. 회의 자리에서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의 의견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말을 보태는 대신, 잠시 침묵을 둔다. 그 10초의 정적은 나를 더 신중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침묵 속에서 상대의 말이 비로소 정리된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대답’을 준비하던 때보다 훨씬 정확하고 부드럽게 이어진다. 말을 온전히 들어 보고, 그 들은 말을 조합해서 내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는 그 시간이 말의 명료함을 더해주기 때문이다.
나는 이 짧은 침묵이야말로 일의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클라이언트 앞에서는 그 힘이 더 크게 작용한다. 즉시 반응하지 않으면 불안해 보일까 봐, 예전에는 괜히 말을 덧붙이며 컨설팅을 해주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때일수록 오히려 신뢰를 하지 못했고, 나는 항상 더 불안했다. 그리고 이 말이 길어질수록 나의 불안이 드러난다. 반면, 잠시 생각하고 나서 조용히 한 문장을 건넬 때 클라이언트는 “저 사람은 고민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 침묵이 곧 신뢰였다. 이제는 몇 초의 정적이 오히려 나를 설득력 있게 만든다.
우리는 모두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SNS에서, 회의실에서, 심지어 일상 속에서도 끊임없이 자신을 설명하고,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는 ‘말의 절제’를 배우고 싶다.
모두가 자신을 PR하는 세상에서, 아무 말도 준비되지 않은 채로 내놓지 않는 장인정신.
그게 내가 바라는 태도다.
침묵은 단순한 비언어가 아니다. 그건 ‘모르는 척’이 아니라, ‘아직 말할 때가 아님’을 아는 판단력이다. 그리고 그 판단은 생각보다 강한 내면의 힘에서 나온다. 불안한 사람은 말로 자신을 메우고, 단단한 사람은 침묵으로 자신을 다듬는다.
나는 그런 침묵을 닮고 싶다. 모든 말이 나를 대표하는 세상에서, 서둘러 대답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검증된 언어만 세상에 내놓는 사람. 그게 나에게는 ‘일 잘하는 사람’의 정의이자, 결국은 장인의 태도다.
그렇기에 이제 나는 방출의 시기가 아니라, 다시 모으는 시기라 생각이 든다. 내가 한 말들을 돌아보고, 무엇이 나를 이끌고, 무엇이 나를 지치게 했는지 정리해야 한다. 그래서 잠시 멈추려 한다. 말보다 생각을, 반응보다 집중을, 결국 ‘침묵의 힘’을 배우기 위해서.
지금은 나에게 필요한 대화보다, 나를 다듬는 침묵이 더 중요하다.
그렇기의 나의 여정의 기록은 이 시점을 기준으로 나중을 기약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