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I'm on my way 11화

이거 내가 키운건데, 먹어볼래요?

우리의 스튜디오가 하나의 마을이 되었으면 한다.

by 장지혁

“안녕하세요. 문득 생각이 나서 안부 인사 드려요.”

나와 같이 일을 하는 팀원에게, 같은 학교 출신이었던 어느 사장님이 이런 문자를 보냈다. 대화의 내용은 정말 안부 인사였고, 그렇게 인사를 나눈 뒤 연락은 끝이 났다. 안부를 전하고 싶어서 연락을 했다는 것. 사실 연락을 거의 하지 않는 나에게는, 참 하고 싶으면서도 쉽지 않은 과정이다.


“내가 키운 참외 가져갈래요?”

자주 거래를 하던 아크릴 사장님이 미팅을 끝내고 돌아가는 나에게 참외 하나를 따다 주셨다. 열심히 기른 유기농 참외답게 맛이 좋았다. 그 사장님은 올 때마다 음료수도 주시고, 이것저것 많이 챙겨주신다. 늘 고마운 분이다.


“여기 참 좋은 곳인 것 같아요! 다른 친구들도 데려오고 싶어요.”

WAYstudio에 패스를 끊고 사용 중인 고객이 남긴 말이다. 어느 때와 다름없이 문자로 질문이 들어왔고, 나는 내용을 성심껏 설명해주었다. 그러자 위와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공간이 조금만 더 넓다면, 아는 사람들을 다 데려오고 싶다고 했다. 작업에 몰입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이 세 가지 사건이 모두 이번 주에 일어난 일이었다. 이 일을 겪으면서 ‘사람’이라는 존재가 어떤 에너지로 작동하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 정리된 생각은 이렇다. 사람들 사이의 온기. 내가 이야기를 나누고, 의지하고, 부딪히기도 하는 관계 속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그것이 사람 사는 것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나는 ‘커뮤니티’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았다. 모두가 만들고 싶어 하지만, 그 효용을 크게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커뮤니티는 나에게 안식처가 되지도 못했고, 그 사람들에게 내가 무언가를 받지도, 해주지도 못했다. 커뮤니티에 들어가면 지켜야 할 규칙들만 많고, 내가 무언가를 희생해야 하며, 그룹에 종속되어야만 하는 점 때문에 결국 도망쳐 나오곤 했다. 그래서 “커뮤니티”라는 말을 싫어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홀로 서는 경험을 사업을 통해 얻어보고, 주변 사람들이 모여 느슨한 끈을 만드는 경험을 하다 보니, ‘이게 진짜 커뮤니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별일 아니어도 가끔 연락을 하고, 내가 만들고 키우는 무언가를 공유하며 자랑하는 그런 모임. 별 시덥잖은 이야기를 하면서도 무언가를 같이 나누는 순간들. 내가 처한 힘든 상황을,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위로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것이 진짜 커뮤니티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모여 사는 것이 마을이고, 그것이 커지면 도시가 되는 게 아닐까.


나는 너무 개념 속 도시에 살고 있던 것 같다. 개념적으로만 정리된 마을에 있었고, 허울뿐인 커뮤니티에 머물렀다. 그래서인지 지금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온기가 참 따뜻하다고 느껴진다. 그리고 이 온기를 다른 사람들과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웨이스튜디오라는 공간이 그런 곳이길 바란다. 개념 속 커뮤니티가 아니라, 과일을 나누고, 안부를 전하는 공간이었으면 한다. 이런 온기가 사람을 얼어죽지 않게 지켜주는 근원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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