뱁새의 발걸음으로 최대한의 아웃풋을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 매일 아침 책상 앞에 앉으면, 새로운 일들이 또 다른 파도처럼 밀려든다. 그런데 나는 아직 그 모든 것들을 능숙하게 처리하고, 별 탈 없이 마무리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무언가에 몰입하고, 온전히 몰두해서 이뤄낸다기보다는, 그저 쌓여 있는 일들을 하나씩 쳐내는 기분이 더 크다.
그래서인지 요즘 나는 자꾸 뱁새를 떠올린다. 황새를 따라가려다 가랑이가 찢어진다는, 그 우스갯소리 같은 비유가 왜 이렇게 내 마음에 박히는지 모르겠다. 세상은 성큼성큼 앞서 나아가고, 나는 뒤에서 작은 다리로 허겁지겁 뛰고 있는 것 같다. 숨이 차고, 다리가 아프고, 그럼에도 멈출 수는 없는 그런 나날들이다.
올해에도 수많은 이벤트들이 터져나왔다. 어떤 브랜드는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디자인 어워드를 받았고, 또 어떤 브랜드는 대기업과 협업하며 감도 높은 브랜드라는 평가를 받는다. 각각의 브랜드들이 자신만의 색을 선명하게 드러내며 자리 잡아가는 사이, 나는 가랑이 찢어지게 뛰어다니며 버티기만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고 싶지 않더라도 나의 하루는 그렇게 불안과 초조로 얼룩진다. 그렇게 뭘 해야 하는지 계속해서 생각하면서, 일이 진행이 되지 않는걸 불안해하고 있다. 이렇게 내 고민을 말하면 사람들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뱁새도 자기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뱁새답게 자기 장점을 내세워라. 그러면 황새를 이길 수 있다.”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게는 그 말이 잔혹하게 들린다. 정작 나는 내 장점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버티는 것도 벅찬 뱁새에게 장점을 내세우라니, 그건 때때로 차라리 조롱처럼 들리기도 한다.
달리기를 멈추고, 그냥 다 놓아버릴까 싶은 생각을 하는 와중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황새는 황새의 다리로 걷고, 뱁새는 뱁새의 다리로 그저 걸어가는 것이 맞겠다."
나는 황새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황새가 되려하지 않는 것. 황새가 된 뱁새는 없고, 행복한 뱁새와 불행한 뱁새가 있을 뿐이라는 것. 그래서 나는 내 발로 그래도 멈추지 않고 걸어가면서 나 자신이 되자는 것.
물론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모든 불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내 다리 길이로 걷겠다는 결심은 사실 그리 당당하지 못하다. 여전히 마음은 불안하고, 세상과의 간극은 분명하게 느껴진다. 뒤처지는 기분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황새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로 했다. 내 다리는 분명 뱁새의 다리이고, 내가 걸을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그 길은 결국 뱁새의 보폭으로만 걸어갈 수 있을 것이다.
버티며 걷는 것. 사실은 지금은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다.
그리고 언젠가 이 걸음들이 쌓여, 비록 황새처럼 날아오르지는 못하더라도, 나만의 자리까지는 데려가 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