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I'm on my way 09화

충주호만큼 파내고 느낀점

어떤 일을 덜을 것인지, 어떤 것에 몰입할 것인지 선택하는 지혜에 관해

by 장지혁

일을 만들고, 그 일을 진행하다 보면 정말 정신없이 많은 일을 마주하게 된다.


WAYstudio의 방향성을 고민하는 일, 성과 지표를 만드는 일, 라운지 바에 붙일 안내 문구의 폰트를 고르는 일까지. 사업을 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순간에, 다양한 일이 생겨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모든 일을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아니다. 오히려 어떤 일을 하지 않을지를 선택하는 안목이다. 일은 언제나 생겨나고, 모든 걸 내가 다 해낼 수는 없다. 센과 치히로의 팔 여덟 할아버지가 와도 불가능할 것이다. 그래서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이 사소한지를 구분해야 한다. 그래야 중요한 일에 시간을 쓰고, 사소한 일은 미뤄둘 수 있다.


나는 이 사실을 최근에서야 깨달았다. 지난 3달 동안 수많은 일을 했지만, 정작 중요한 공간 경험과 스튜디오 제품에는 손을 대지 못했다. 돌아보니 충격이었다. 내가 한 건 본질이 아니라 언저리의 일이었다. 그 사실을 자각한 뒤부터 내가 집중하는 일도, 다른 사람들에게 요청하는 말도 선명해졌다. 사소한 일을 해결하지 못해도 불안하지 않다. 큰 일을 끝냈다는 확신이 있으니 여유가 생겼다. 그러니 의사소통도 더 정확해지고, 주의 산만도 줄어들었다.


물론 여전히 삽질은 많다. 지금까지 한 삽질로 충주호 하나쯤은 팠을 것이다. 하지만 덜 삽질하려면, 중요한 일에 몰입하는 습관을 더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일들을 네 가지 흐름으로 나누었다.


Prime Flow : 중요하고 급한 일. 하루 중 가장 먼저, 가장 많은 시간을 쓴다.

Core Flow :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 Prime이 끝난 후, 시간이 남을 때 진행한다. 못하는 날이 있어도 괜찮다. 대신 이 시간에는 “무엇이 중요한가?”를 재정비한다. F1 경기의 피트인 타임처럼 짧지만 승부를 가르는 순간이다.

Buffer Flow : 급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일. Prime 이전, 1~2시간 안에 끝내는 잡무다.

Miner Flow : 중요하지도, 급하지도 않은 일. 아마 게임하기 같은 것들이 여기에 속할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Core Flow에서 전략을 세우고, Prime Flow에 적용하는 것이다. 방향을 잃거나 주의가 흐트러질 때마다, 나는 다시 Core를 떠올리려 한다.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Prime Flow는 두 가지다.

- 사용자 경험을 챙기는 공간 만들기

-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스튜디오 만들기.


이 굵직한 일들부터 순차적으로 진행하자.

그리고 매번 F1 머신처럼 정비받듯, 길을 잃을 때마다 Core를 점검하자.


사소한 삽질보다 굵직한 흐름을 붙잡는 것.

그것이 지금 내가 WAYstudio에서 배우고 있는 일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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