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I'm on my way 07화

일은 시킨다고 진행되지 않는다

무언가를 단순히 시킨다고, 생각만큼 척척 진행되지 않는다.

by 장지혁

이전까지 나는 함께 현장에 뛰어들어 일을 진두지휘하는 방식에 익숙했다. 옆에서 직접 조율하며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라고 말하는 게 당연했다. 팀원들과 내가 가지고 있는 정보의 양은 동일했고, 일하는 분량도 동일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대표가 되어, 할일이 이상하게 많아졌다. 그래서 다른 일을 병행하거나, 동시에 또 다른 프로젝트를 받아 처리해야 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때부터 고민은 시작됐다. “어떻게 일을 프로젝트 관리자에게 잘 시킬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일을 클라이언트에게서 잘 알아들을 수 있을까?”


이 두 가지는 같은 문제에서 출발한다. 일을 어떻게 진행시키는가?

일을 시키려면, 혹은 일을 받으려면, 반드시 ‘권한’이 필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권한이란 화려한 직함이나 권력의 문제가 아니다. 아주 단순하지만 중요한 '정보'라는 존재이다. 권한은 정보를 공유받는 권리이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존중받는 권리다.



1. 무슨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정보를 공유하기

일을 맡기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건 ‘내 머릿속에 있는 그림’을 어떻게 상대방에게 옮겨줄 수 있느냐이다. 정보를 주지 않고 결과만 요구한다면, 결국 일을 진행할 수 없다. 하나의 예시로 클라이언트가 어떤 제품인지, 사이즈는 어떻게 되는지, 뭘 위해 쓰이는지, 어디에 들어가는지를 알려주지 않은 채 시제품을 만들라고 한 적이 있다. 이때 나는 이러한 것들을 말해달라고 한 뒤 일을 미뤄두었다. 아직 돈을 받지 않았기에 그럴 수 있었지만, 꼬꼬마 시절의 나라면 허둥대면서 뭐라도 했을 것이다. 그렇게 쓸데없이 시간을 썼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정보의 수준과 범위를 정리하는 것이다. “이 일이 왜 필요한지, 어디까지를 목표로 하는지, 어떤 제약이 있는지”를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예를 들어 디자인 작업을 맡긴다면 단순히 ‘포스터 하나 만들어 달라’가 아니라,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맥락에서, 어떤 톤으로 필요하다는 정보를 함께 줘야 한다. 그렇게 해야 맡은 사람도 자신의 판단을 더해 창의적으로 풀어낼 수 있다.


즉, 권한을 위임한다는 건 ‘판단할 수 있을 만큼의 정보’를 건네는 것이다.



2. 그 일을 진행하면서 나오는 선택과 결과를 존중하기

정보를 충분히 주었다면, 그다음은 믿음의 영역이다. 일을 맡긴 이상, 진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수나 예상치 못한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 결과물을 볼때의 얘기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내가 원하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다. 실수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실패가 아니라 소통의 시작점이다.


나는 일을 주었고 진행하라고 말했다. 그러면 정보를 이용해 결과를 만드는 일의 권한은 그 사람에게 있다. “왜 이렇게 선택했는지”를 묻고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그 사람의 해석과 해답이 담겨있다. 하나의 예시로, 포스터를 만드는 도중 내 생각을 그대로 디자이너에게 전달했음에도, 결과물이 정말 다르게 나온 적이 있었다. 충분히 설명은 했지만, 그 사람의 해석은 달랐던 것이다. 그 당시의 나는 레이아웃을 다시 다듬어주고 그대로 진행했다. 그리고 결과도 꽤 괜찮았다.


이 말은 일을 주었다면, 그 일의 주인은 그 사람이다. 그러면 권한을 모두 넘겨주고 물러나야 하는 방법도 터득해야 하지 않을까? 그 사람을 믿기 때문에 일을 준 것이고, 그렇게 믿는다고 맡겨야 맡은 사람도 진짜로 일을 ‘자신의 것’으로 이해하고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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