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 나의 기록

#.2 기록을 남기는 일

by 황주희

그 날 이후, 우리는 그 다이어리에 매일을 기록했다. 난 주로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 이나 학원을 마치고 가는데 길고양이가 나를 보고 지긋이 웃어보였던, 그런 사소한 것들을 일기장에 기록했다. 평소 일기 쓰기를 취미로 하는 유지현은 그 다이어리에 무엇을 써놓았는진 모르겠지만 뭐, 잘 쓰고 있는 것 같다.


나는 학교를 마치고 집에 와 책장에서 다이어리를 꺼내 오늘의 하루를 기록 했다.


‘오늘 집에 오는 길에 저번에 나에게 웃어보였던 길 고양이가 나에게 한번 더 웃어주었다. 길고양이가 나에게 어떻게 웃었냐 하면 나에게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며 다가와, 살며시 웃어주었다. 이정도면 나 고양이한테 사랑 받는거 아닌가? 음... 너무 현실성이 떨어지는 얘기려나? 아무튼 오늘 고양이가 또 다시 나에게 웃어주어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 다음에도 또 만나면 좋겠다.’


일기를 쓰는 것이 하루 10분 밖에 걸리지 않을 일이었다면 진작에 일기를 썼을 텐데. 그것도 모르고 나는 초등학교 때 숙제로 일기 쓰는 것을 제외하고 한번도 일기를 안 썼다. 일기는 나만의 SNS 같다. 오늘 나의 이야기를 나 자신 말고는 아무도 못 보게 써내려가는. 이런게 일기의 매력이었다면 일기를 좀 쓸 걸 그랬다. 일기를 쓰니 나도 모르게 좀 생각이 깊어진다고 해야하나? 뭐 그런 느낌이 있다. 그리고 문득 궁금 해 졌다. 평소 일기 쓰기를 좋아하는 유지현은 무슨 이유 때문에 일기를 쓰기 시작 했을까? 무슨 이유 일지라도 이제는 걔의 취미가 되어버렸으니 됐다.


다음 날, 학교에 가 평소처럼 생활을 하고 학원에서 지루한 수학 문제만 풀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몇몇애들이 웅성웅성 거리더니 내 쪽을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나는 무슨 일인가 싶어 그들에게 가 물었다.


“왜? 무슨일 있어?”


그러자 그 애들은 나에게 내 SNS창을 보여주었다. 그저 내가 학원을 가기 싫다고 한 글인데, 왜 문제가 되나 싶어 댓글창을 눌렀더니 몇 개의 댓글들 중 젤 눈에 띄는 댓글이 보였다.


‘김 연 요즘 이쁜척 겁나 심함.. 자기가 공주 인 줄 알아 ㅋㅋㅋ’

...내가 이쁜척을 언제 했지? 난 이쁜척을 한 적도 없고 완전히 내 모습 그대로 행동하고 있는데. 나는 그 자리에서 그 댓글을 보고 그 자리에서 한참을 얼어 있었다. 전혀 내가 쓴 글과 상관이 없을뿐더러, 무엇보다 당사자인 내가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는데. 어이가 없었다. 댓글을 쓴 아이디로 누군지 알아내려 해도 소용이 없었다. 잠시 뒤, 학원 선생님이 들어오시고 나서야 나는 겨우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학원 수업을 듣는 와중에도 그 댓글이 머릿속에서 계속 아른 거려 학원 수업에 집중 조차 할 수 없었다. 집에 돌아가는 길 마저도, 그냥 잊으려도 해봐도 자꾸만 내 머릿속에 아른 거렸다. (12.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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