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믿음의 몰락
너가 없는 매일은 상상 해 본 적이 없었다. 아니,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평소 싸워도 반나절이면 화해하던 우리는 이제 완전히 돌아섰다고 생각했다. 너는 지금쯤 어떤 생각을 할까, 나를 그렇게 슬프게 만들어 놓고 너는 지금 어떤 기분을 느끼고 있을까. 적어도 미안하단 마음 하나는 가지고 있지 않을까? 아니면 차라리 잘 됐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학교에서의 유지현은 쥐 죽은 듯이 다녔다. 누구와 말 하나 섞지 않는. 그런 상태를 유지했다. 학교엔 우리들의 소문이 널리 퍼져있었다. 그와 동시에 나는 악플을 받은 피해자, 유지현은 악플을 쓴 가해자로 낙인 찍혔다. 한순간에 내 SNS에 악플을 썼다는 가해자로 몰린 유지현에게 학교 아이들을 따가운 눈초리와 무시, 비웃음 그런 것들로 유지현을 괴롭혀댔다. 책을 읽는 유지현에게 가 놀리기도 하고, 유지현이 어떤 행동을 하든 그들은 유지현을 비웃었다. 조금 미안했다. 나 때문에 유지현이 이런 피해를 받으니 미안했다. 한편으론 조금 통쾌한 마음도 들었던 것 같다, 나도 누군지 모를 사람에게 악플을 받고 슬퍼했다. 하지만 그게 유지현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그렇기에 조금은 통쾌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학교가 끝난 후, 나는 학원으로 향했다. 학원으로 가니 이미 소문은 학원까지 퍼져버린 상태였다. 소문의 여파는 얼마나 큰 것일까, 종이에 잉크를 톡 떨어트리면 한순간에 퍼져버리듯이 소문도 그러했다. 걷어잡을수 없을만큼 한순간에 퍼져나가는 것이 소문이니까. 학원에 가니 아이들은 나에게 괜찮냐며, 많이 힘들겠다며 말을 건네왔다. 오늘도 역시 그랬다.
학원 수업 전, 폰만 보고 있는데 갑자기 한 아이가 와 나에게 말을 건넸다. 이름도, 학교도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였다.
“저기.. 너 SNS에 악플 달렸다며. 괜찮아?”
이런 애 한테 까지 소문이 퍼졌다니. 다시 한번 소문의 무서움을 알게 되었다.
“응 괜찮아.”
사실 아직 조금의 충격은 남아있지만 그냥 괜찮다고 말했다. 여기서 안 괜찮다고 해버리면 더욱 더 퍼질테니까.
“디행이다. 수업 잘 들어.”
“응 너도.”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학원 수업을 듣고 집에 갔다. 또 다시 일기장을 펼쳤다. 나는 일기를 써내려갔다. 한 줄, 두 줄 써내려 가다보니 어느새 20분이 훌쩍 지나있었다. 나는 바로 씻고 잠에 들었다.
다음 날에도 내 하루는 똑같았다. 일어나서 씻고, 밥먹고, 화장하고 학교에 가는. 그렇게 준비를 마치고, 학교에 가 아이들과 또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그냥 모든게 다 똑같았다. 혼자 교실에 남아버린 체육시간, 내가 그 일기장을 보기 전 까지는. (12.11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