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 하지만 사랑해(8)

사춘기

by ㅇㅅㅇb

지금의 현지는 과거와 많이 달라 보인다. 예전에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그날 있었던 일이나 친구들과의 이야기를 매일 아빠에게 들려주던 아이였는데, 요즘은 친구들과 노는 시간이 늘어나 어제 일기를 보면 9시에 집에 돌아왔다는 내용도 있었다. 오늘은 다행히 5시쯤 집에 왔지만, 방으로 바로 들어가 밥 먹을 때만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곤 했다. 게다가 밥을 먹으면서도 대화라기보다는 내가 질문하면 현지가 답하는 식으로 진행되어, 마치 빈청문회 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나는 현지가 사춘기라는 것을 알고 있고, 이해하려 한다. 하지만 내일이면 이 상황을 그대로 마주해야 하는 나로서는, 차갑게 느껴지는 현지의 모습에 마음이 아파왔다. 그래서 사춘기 딸과 소통하는 방법을 찾아보았다. 많은 글에서 “말을 건네기보다 딸의 이야기를 들어라”라고 되어 있었지만, 지금처럼 말을 거의 하지 않는 상태에서는 어떻게 들어야 할지 막막했다. 동시에 무리하게 말을 걸면 현지가 짜증을 내거나 나와 거리를 더 둘 수 있다는 조언을 보며 불안감이 커졌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고 느낀 나는, 내일의 나에게 이 상황을 그대로 주면 달라지지 않을 것 같았다. 고민 끝에 나는 편지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말로 하면 즉각 반응이 올 수도 있지만, 감정적으로 격해질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후 9시 32분, 방으로 들어가 깨끗한 종이와 펜을 들었지만, 첫 문장을 쓰기가 쉽지 않았다. “대화 좀 하자”는 말은 간섭처럼 느껴질까 봐, “뭔 일 있어?”는 아무 일 없다고 할 것 같았다. 머릿속에서 수많은 문장을 떠올리고 지우기를 반복하던 중, 나는 결국 현지의 불안과 혼란을 이해하고, 여전히 현지의 편이라는 마음을 담아 글을 쓰기 시작했다.

편지를 현지의 방 밑 공간에 넣은 지금, 내일 현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지금은, 내 글이 조금이라도 현지 마음을 편하게 해주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사랑하는 현지에게

이 편지는 그냥 가볍게 읽고 잊어도 괜찮아. 그냥 아빠가 지금 마음을 잠깐 적어보고 싶어서야. 요즘 현지가 어떤 마음인지 아빠가 다 알 순 없어도 불안하고 복잡한 시기를 지나고 있다는 건 느껴. 너한테 무슨 답을 강요하려는 마음은 없어. 아빠도 사실은 매일매일이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너에게 더 좋은 어른일지 고민도 하고 실수도 할 것 같아. 근데 분명한 건 이거야. 아빠는 언제나 네 편이라는 거. 현지가 잠깐 거리를 두는 것도 이해해. 네가 스스로 감정을 정리하고 마음의 공간을 갖는 거라고 생각해. 그리고 혹시 네가 지금 상황을 조금이라도 미안해하고 있다면 그건 정말 전혀 그럴 필요 없어. 오히려 어린 너에게 너무 큰 상처를 준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 그로 인해 너무 빨리 어른이 되어버린 것 같기도 말이야…. 그러니 현지야 너무 빨리 어른이 되려고 하지 않아도 괜찮아. 불안하고 혼란스러울 때가 있는 게 정상이고 자연스러운 거야, 아빠는 그냥 현지가 마음이 복잡할 때 한 번이라도 기대볼 수 있는 안전한 사람이 되고 싶을 뿐이야. 조급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돼. 조금씩, 천천히, 그냥 시간을 같이 건너가 보자. 내 딸로 와줘서 고마워. 사랑해 현지야

-언제나 현지를 믿고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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