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 하지만 사랑해(11)

현지와의 여행

by ㅇㅅㅇb

여행을 가기 전에 현지와 미리 계획을 세우며 무엇을 할지 정했다. 원래는 캠핑 장비를 직접 사서 텐트도 치고 제대로 캠핑을 해보려고 했지만,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숙소와 기본 시설이 갖춰져 있고 바베큐만 준비하면 되는 글램핑으로 방향을 바꿨다. 여행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는데도 이미 기분이 들떠 있었다. 현지도 처음 가보는 글램핑이라며 신나했고, 바베큐·불멍·별보기 같은 일정들을 기대하며 친구들에게 자랑까지 했다고 한다.

그러다 처음으로 현지와 장을 보러 갔다. 딸과 여행 준비를 위해 같이 장을 보니 묘하게 기분이 좋았다. 현지는 어린이날 장난감 가게에 온 아이처럼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아빠, 이건 무조건 사야 해!”, “저것도 사야 해!”, “캠핑 가면 불에 구워 먹는 마시멜로우가 그렇게 맛있대!”라며 나를 끌고 다녔다. 이것저것 사다 보니 비용도 꽤 나왔지만, 통장을 보니 과거에 넣어둔 돈과 언제 샀는지 기억도 안 나는 주식이 최근에 꽤 올라 있어서 문제는 없었다.

주말이 되어 우리는 글램핑장으로 향했다. 2010년 이후로 글램핑이 인기가 많아져서인지 주변에 선택지가 많았고, 찾는 데 어렵지 않았다. 자연 속에 있다 보니 교통이 불편할까 걱정했지만 요즘은 픽업 서비스도 있어 큰 문제는 없었다. 특히 내가 기억 문제 때문에 운전하다 사고라도 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그 부분을 신경쓰지 않아도 돼서 마음이 놓였다.

다만 너무 신난 나머지 짐을 많이 샀더니 트렁크가 닫히지 않는 사소한 문제도 있었지만 결국 어떻게든 싣고 출발했다. 1~2시간 정도 달려 도착한 글램핑장은 예상보다 훨씬 좋았다. 텐트와 숙소 중 고를 수 있었고, 바베큐 시설도 깔끔하게 갖춰져 있었다. 텐트는 캠핑 느낌이 나서 고민했지만 11월이라 쌀쌀했고, 현지가 불편할까 싶어 숙소를 선택했다.

짐을 옮기며 주변을 살펴보니 사람들도 꽤 있었다. 그런데 우리처럼 짐을 잔뜩 챙겨온 사람은 별로 없어 보였다. 나중에 옆 사이트 사람과 이야기해보니 글램핑장은 필요한 물건들이 기본적으로 준비되어 있어 많은 짐이 필요 없다고 했다. 그래서 가져왔지만 한 번도 쓰지 않은 물건들도 많았다. 그래도 지금 생각하면 그런 어설픈 실수조차 나중에는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

짐을 정리한 뒤 우리는 주변을 산책했다. 거의 다 떨어지고 남은 단풍도 구경하고, 냇가에서 손을 담그며 휘적거리기도 하고, 개울에서 나뭇잎 경주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현지는 걸어 다니면서 SNS에 올릴 사진을 찍느라 바빴고, 나는 그런 현지를 다시 찍으며 언젠가 기억을 잃은 내가 이 사진을 보면 비록 머리로는 기억 못해도 마음으로는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다 바위에 걸터앉아 잠시 쉬었다. 현지는 자신이 찍은 사진들을 확인하고 있었고, 나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파란 하늘 사이로 나무 틈새를 지나오는 햇빛이 기분 좋게 내려왔다. 따스한 햇빛을 느끼며 눈을 감자 다른 감각들이 더 뚜렷하게 느껴졌다. 피부에 닿는 바람, 나뭇잎 스치는 소리, 선선한 가을 냄새, 개울 소리… 눈을 감았는데도 장면들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졌다.

그러다 눈을 뜨니 현지가 나를 보고 있었다. “왜?”라고 묻자 현지는 “그냥 보고 있었어…”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더니 “날씨 좋다…”라고 말하며 나처럼 눈을 감고 자연의 소리를 느끼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현지를 바라보다 다시 눈을 감았다. 우리는 조용하진 않아도 잔잔한 자연의 감각을 함께 느끼며 그렇게 앉아 있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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