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베큐
몇 분이 지났을까. 우리는 눈을 뜨고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갔다. 현재 시간은 오후 4시 30분. 바베큐를 먹기 위해 점심을 굶었던 우리는 슬슬 배고픔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때 돌아가던 중 현지가 나를 불렀다.
“아빠, 잠시만. 나 사진 한 장만 더 찍어도 돼?”
“응? 당연히 찍어도 되지.”
“그… 아빠랑 같이 사진 찍고 싶은데, 괜찮아…?”
현지는 스마트폰을 얼굴 쪽으로 들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사실 나도 몇 번이나 먼저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사춘기 소녀에게 아빠랑 사진 찍자고 해도 되는 걸까, 괜히 부담을 주는 건 아닐까 스스로에게 질문하다가 매번 포기했었다. 그래서 현지가 먼저 말해준 게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당연히 되지. 현지가 아빠랑 사진 찍고 싶어 한다니까 아빠 너무 기분 좋은데?”
그 말을 들은 현지는 안심한 듯 미소 지었고, 근처에 있던 분께 사진을 부탁했다. 우리는 메타세쿼이아 길 한가운데 섰다. 나란히 서서 사진을 찍으려는데 사진을 찍어주시던 분이 웃으며 말했다.
“아범님 너무 굳으셨어요. 딸이랑 좀 더 붙어봐요.”
그 말을 듣자 현지는 자연스럽게 내 팔에 팔짱을 끼며 말했다.
“아빠, 빨리 브이해!”
나는 서둘러 브이를 하며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어주시던 분이 꽤나 진심이셨는지, 우리는 다른 포즈도 해보았다. 손가락 하트도 하고, 타이밍을 맞춰 점프도 하며 여러 장을 찍었다. 나중에 사진을 보니 내 표정은 전반적으로 어색했지만, 옆에 있던 현지의 표정이 너무 좋아 보여서 그걸로 충분했다. 열 장이 넘는 사진을 찍고 숙소로 돌아왔다. 나중에 알고 보니 사진을 찍어주신 분이 바로 옆 숙소에 계신 분이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예전에 사진 동아리 회장을 맡으셨던 분이라고 했다. 괜히 사진이 잘 나온 게 아니었다. 숙소로 돌아와 기다리고 기다리던 바베큐 준비를 시작했다. 열심히 골라 준비한 그릴 대신 이미 준비되어 있던 물품을 사용했지만, 뭐 어떠랴. 잘 즐기면 된 거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고기와 야채, 소스를 세팅하고 본격적으로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그릴 위에 고기를 올리는 순간 들려온 ‘치이익’ 소리는 우리의 배꼽시계를 더 빠르게 돌렸고, 침샘을 자극했다. 장작불에 굽다 보니 고기는 금세 익어갔다. 나는 처음 구운 고기를 현지에게 건넸다. 그런데 현지는 쌈을 정성스럽게 싸더니
“아빠, 최고의 생일이야. 고마워!”
하며 나에게 먼저 내밀었다. 거절하기도 뭐 해 한입 베어 물었다. 아직 덜 식어 조금 뜨거웠지만, 살짝 쌀쌀한 저녁 공기 덕분에 더 맛있게 느껴졌다. 나는 따봉을 날려주었고, 그제야 현지도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는 대화가 필요 없었다. 우리는 그냥 계속 먹기만 했다. 몇 번씩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인 게 다였다. 아침을 간단히 먹고 점심을 굶은 만큼 바베큐는 더없이 맛있었다. 한참을 먹고 슬슬 배가 부를 즈음, 현지가 숙소에서 마시멜로를 들고 나왔다. 글램핑을 오기 전부터 기대하던 순간이라 그런지 얼굴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처음이라 방법을 몰라 인터넷을 찾아봤다. 나무젓가락에 마시멜로를 꽂고, 불에 직접 대지 말고 돌리면서 열로 굽는 게 포인트라고 했다. 하지만 현지는 기다리는 게 답답했는지 불에 가까이 대다가 자주 태워버렸다. 그래도 하다 보니 요령이 생겨 불이 붙으면 바로 “후” 하고 불어 끄는 방식으로 마시멜로우를 굽는 방식을 터득했다. 나는 인터넷에서 본 대로 느긋하게 구웠다. 배가 너무 불러 많이 먹을 것 같지도 않았고, 전혀 급할 게 없었다. 물론 현지가 구운 마시멜로를 거의 내가 다 먹은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현지는 먹는 것보다 굽는 게 더 재미있는지 계속 굽기만 했고, 먹는 건 대부분 내 차지였다. 결국 사 온 마시멜로의 절반도 먹지 못했지만, 현지가 즐거워했으니 그걸로 충분했다. 더 이상 마시멜로우를 먹지 못할 만큼 배가 불러와서야 우리는 먹은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먼저 나는 불판과 화로를 정리했다. 물을 붓는 게 아니라 뚜껑을 덮어 산소를 차단하는 방식이 좋다기에 그대로 했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불이 꺼졌다. 그 사이 현지는 음식물을 한 곳에 모으고 설거지를 시작했다. 집에서는 내가 주로 설거지를 해서 걱정했지만, 의외로 꽤 즐겁게 하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이제 정말 다 컸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정리를 마친 우리는 숙소 바닥에 나란히 누워 같은 천장을 바라보며 현지가 말했다.
“아… 밥 먹고 배부른 상태로 누우면 살찌는데…”
“설거지하면서 소화됐지 않았을까?”
“그런가? 에이, 몰라. 즐겁게 먹어놓고 이런 생각하면 기분만 안 좋아져. 오늘만큼은 살 걱정 안 할래.”
그 말을 끝으로 우리는 따뜻한 방바닥과 쌓인 피로로 인해 눈을 감았고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