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뭐 했더라?

by ㅇㅅㅇb

'오늘 하루 뭐 했더라?'

예전엔 이 말을 달고 다녔다. 하루는 순식간에 지나가고, 다른 사람들은 열심히 달려가지만 나 혼자 멈춰 있는 느낌. 그 짧은 한마디를 내뱉으면서 수많은 불안감과 우울함이 몰려왔다.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다는 압박은 있었지만, 나는 “시간이 없다”, “돈이 없다”라는 익숙한 핑계를 들이밀며 스스로를 변명했다. 그러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도망치려는 내 모습에 혐오감마저 든다.

그런데 어느 날, 윤하의 노래 '포인트 니모'를 듣다가 한 구절에 문득 멈춰 섰다.

“지나는 길 모두 샅샅이 살피며 걸어갔으면 해”

왜 수많은 가사 중 이 말이 내 귀에 박혔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옆과 뒤를 돌아보았다. 주변을 걷던 사람들이 놀라 나를 쳐다보는 바람에 재빨리 앞을 보았지만, 나는 똑똑히 보았다. 매일 오가던 풍경에서 보인 새로운 모습, 매일 걷는 길이었지만 옆을 보았을 때 처음 보는 사람이 에어팟을 끼고 내 옆을 지나갔고, 뒤를 보았을 땐 다정하게 걷는 처음 보는 커플이 있었다. 그리고 하늘을 보았다. 난생처음 보는 듯한 모양의 구름이 하늘을 떠다니고 있었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게 아니었다. 단지 기억하지 않았을 뿐이다. 당연하다고 여긴 순간을 기억에서 지워버린 것이다.

나는 오늘도 여전히 습관처럼 '오늘 하루 뭐 했더라?'라고 묻겠지만, 이제 불안하지도, 우울하지도 않다. 나는 오늘, 새로운 사람들을 보았고, 구름을 보았다. 오늘 날씨가 맑다는 것을 알았고,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 옷차림에 한참을 고민했다. 오늘은 윤하의 '포인트니모'를 들었다.

이렇게 생각하다 보니, 나는 정말 많은 것을 하고 있었다.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나는 너무 알차고 보람되게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요즘, 또 하나의 문장을 입버릇처럼 달고 산다. 이젠 후회도, 불안도 아닌 설렘과 기대가 가득한 말이다.

“내일은 뭐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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