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읽고 생각하다.

by 제이맘

10년 전에 읽었던 소설을 다시 읽었다.

그 사이 작별하지 않는다와 채식주의자도 읽었고,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해서 그런지 소년이 온다가 새롭게 다가온다.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고 작가가 소년이 온다를 쓰며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이 되었다.

작별하지 않는다의 경하는 작가 자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518, 그 끔찍했던 역사적 사건에 대해서 소설을 쓰다는 건 어떤 마음일까.


내가 처음 518에 대해서 알게 된 건 대학교 1학년때였다

현대한국정치사의 쟁점이란 수업을 듣고 수업과제를 하기 위해 도서관에서 518 관련된 책을 찾아 읽으며,

그 책 속의 사진들을 보고 순진했던 스무 살 아이가 받았던 충격은 상상을 초월했다.

불과 20년 전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으로부터 멀지 않은 광주에서 이런 끔찍한 일이 발생했을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당시 나는 고3 때까지 그 누구로부터도 518에 대해서 아무런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

그렇기에 대학 입학하여 처음으로 어두운 우리 현대사의 단면을 들추어 보게 된 나는 혼란스러웠다.


97학번이던 오빠가 대학에 입학할 때쯤

20년을 넘게 공무원으로 근무하셨던 아버지는 오빠에게 대학 가서 데모하지 말라고 누누이 말씀하시고

혹여라도 오빠가 데모하다 잡혀갈까 봐 걱정하셨다.

하지만 오빠는 흔히 말하는 데모하는 동아리에 가입하여 학교공부는 뒷전으로 열심히 동아리 활동만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기에 나라도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열심히 학교 생활을 해야 했기에 나는 이 사회의 어두운 단면들을 더 들추어 보는 일은 더 이상 할 수가 없었다.


아니, 어쩌면 핑계였을지도 모른다.

이제 막 부모님의 그늘을 벗어나 자유를 만끽하던 대학생활을 어두운 사회의 단면을 찾아 헤매며 알게 됨으로써 겪게 될 고통스러운 나날로 채우고 싶지 않았던 거다.


군인들이 압도적으로 강하다는 걸 모르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상한 건, 그들의 힘만큼이나 강렬한 무엇인가가 나를 압도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양심.
그래요, 양심.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그겁니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양심.

소년이 온다에서 나오는 화자는 동호엄마를 제외하곤 모두 10대와 20대이다.

지금의 나보다 훨씬 어린 그들이 겪었던 518은 끔찍하고 잔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보여준 용기는 결코 초라하지 않았다.

내가 만약 그 시절 그곳에 있었다면, 그들처럼 행동할 수 있었을까.

시대적 배경이야 다르겠지만,

2024년 12월 3일 밤.

잠못이루며 지켜봤던 비상계엄을 잊지 못한다.

비록 6시간 만에 해제된 계엄령이었지만,

21세기 민주주의 국가 시절에 국회에 난입하는 헬기와 탱크를 보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비상계엄이 선포되자 국회로 모여든 시민들.

탱크를 온몸으로 막아섰던 그들이 없었다면 지금 내가 이런 글을 쓰고 있을 수 있을까.


노무현 대통령님은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고 하였다.

나는 깨어있는 시민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양심, 그 제일 무서운 양심을 버리며 살고 있는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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