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
MBTI를 전적으로 믿는 건 아니지만,
그중에서도 T와 F 어느 성향인지 미리 알아두는 건 인간관계에 있어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대문자 F이지만, 남편은 대문자 T이다.
페이스북 내 소개에도 '두부멘탈인 극 F 소유자. 극 T 남자들과 사느라 하루하루가 버거움'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남편이 극 T인 것은 3년의 연애와 15년의 결혼기간 동안 몸소 겪으며 절실히 알게 되었고,
첫째가 극 T인건 작년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몇 개의 에피소드를 겪으며,
아. 얘한테도 많은 걸 바라면 안 되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둘째는 아직 T인지 F인지 헷갈릴 때가 있는데,
T라고 하더라도 우리 집 남자 중에서는 가장 F에 가까운 T일 것이다.
어제 우리 집에서 교회 울타리 모임을 하게 되었는데,
한 집사님으로부터 부케북을 선물 받았다.
주시면서 대문자 F에게만 주는 선물이라고,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면 멋진 꽃다발이 완성되는 영원히 시들지 않는 꽃.
너무 이쁘다며 좋아하니,
T성향인 집사님이 책에 먼지 쌓이는 거 아니냐고 농담조로 이야기하셨고,
주신 분은 이래서 T에게는 안주는 선물이라며 웃으셨다.
선물에 대한 반응도 이렇게 T와 F는 다르다.
그러니 삶을 살아가는 방식도 얼마나 다르겠는가.
법조계는 F보다는 T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곳이다.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업무를 하다 보니 T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업무에 더 적합하기도 하다.
그러나 가사, 피해자 대리를 하다 보면 T보다 F가 이러한 업무에는 강점을 보이기도 한다.
의뢰자들의 법률적 문제뿐만 아니라 그들이 처한 상황에 공감해 주고 같이 아파해주는 게 의외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가끔은 일을 하다 보면 내가 변호사인지, 심리상담가인지 헷갈릴 때도 있고,
의뢰자에게 너무 감정이입하다 보면 내가 쉽게 지치는 경우도 있다.
대문자 F로 살아가는 삶은 가끔은 힘들고 버거울 때가 있기도 하다.
특히나 가까운 가족과 성향이 다르다면 그들로부터 이해받지 못하고 상처받는 일이 있기도 하다.
T는 F가 왜 상처받고 아파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F는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T가 서운할 뿐이다.
서로가 쓰는 언어가 같다고 하더라도 쓰는 화법은 다르기 때문에 대화가 안 통할 때도 있다.
가끔은 F성향인 남편과 사는 삶을 상상하기도 한다.
이번 생은 글렀고, 다음번 생에나 기대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