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만들어 가는 것

믿는대로 된다

by 박정미


새벽 4시 50분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을 떴다. 밖은 어두웠다. 침대에 누운 채로 잠시 있었다. 이런저런 생각이 밀려왔다. 잠시 있다가 몸을 일으켜 침대에서 나왔다. 화장실에 가서 볼 일을 본 다음 양치를 했다. 안방으로 다시 들어와 옷을 갈아입었다. 오늘 운동복은 작년에 구입한 브룩스 한 벌이다.



그리 짧지 않은 길이의 쇼츠에 연한 분홍색 반팔 티를 입었다. 운동복 전문회사에서 만든 제품으로 통기성이 좋고 편안하다. 몸에 달라 붙지 않아서 더 좋다. 매일 검은색 한 벌로만 입다가 그나마 색깔이 약간 있는 옷을 입으니 기분이 새로웠다. 양말은 베룽코라는 곳에서 나온 역시 마라톤 전문 양말을 신었다.



이 양말은 발가락 양말이다. 하나하나 떨어진 것이 아니라 뭉쳐져있는데 따로 떨어진 디자인으로 외관상 보기 싫지 않고 발가락 하나하나를 잡아줘서 물집이 생기거나 밀리거나 하지 않아서 좋다. 단목, 중목 두 개씩 세트에 또 하나 더 있어 다섯 개 양말을 돌려가며 잘 신는다. 요즘은 운동하러 나갈 때 무조건 이 양말을 신는다.








옷을 다 입은 다음에는 가민 워치를 차고 머리를 묶은 다음 모자를 썼다. 모자는 여러개 있지만 항상 나이키 흰생 챙모자만 쓴다. 이게 가장 무난하고 편하다.



복장을 다 갖춘 다음에는 냉장고 문을 열고 찬물을 한 잔 마셨다. 일년 내도록 웬만해스는 찬물을 잘 마시지 않는데 요즘은 워낙 더워서 찬물을 먹고 있다. 시원한 느낌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느낌이 좋다.



물을 마신 후에는 운동화를 신었다. 써코니 운동화로 산지 여러달이 되었다. 운동하러 갈 때 매번 신었더니 흰색 운동화가 많이 꼬질꼬질했다. 한번 빨아야 하는데 여태껏 한 번 빨지도 않았다. 운동화는 잘 빨게 되지 않는다. 빨려고 하다보면 어느새 다 닳아서 새것으로 교체할 시기가 온다.








현관문을 나서자 밖은 아직 어두웠다. 해뜨는 시각이 하루가 다르게 늦춰지고 있다. 5시 조금 넘어 나섰는데 밖은 어두웠다. 우리동 앞 계단을 내려와 짧은 내리막길을 지나 상가 통로를 통해 미용실 앞 골목에 들어섰다. 잠깐 스트레칭을 할까 싶었는데 어떤 아주머니 한 분이 새벽일을 가는 복장으로 차를 기다리고 있는 듯 보였다. 간단히 스쿼트 열 개를 하고 시계를 켜고 달리기 시작했다.



우리 동은 2차다 1차와 2차 아파트 사이에 약 100미터 정도 골목이 있다. 골목을 서서히 달리기 시작했다. 느린 속도로 달려 1차 정문 유치원 앞에 도착한 다음 아파트를 벗어나 강변 아래로 내려가시 시작했다.



강변 입구에 도착하면 어느날은 강을 따라 내려가고 어느 날은 강을 따라 올라간다. 오늘은 어쩐지 시민운동장으로 향하고 싶었다. 트랙을 뛴지가 너무 오래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 2킬로미터 정도를 뛰어 시민운동장에 도착했다.








아직도 어두운 시문운동장에는 남자 한 명이 트랙을 돌고 있었다. 저멀리 전광판 전자 시계는 5시 20분이라고 표시가 되어 있었다. 트랙을 달리기 시작했다. 얼마만에 오는 트랙인지 몰랐다. 사방이 아직 어슴푸레 했지만 트랙은 잘 보였다. 속도를 조금 내서 트랙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운동장을 몇 바퀴쯤 돌고나자 사람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유모차를 끌며 음악을 틀어 놓고 걷는 할머니, 친구인지 키도 비슷한 젊은 두 여자가 입은 옷도 비슷하게 허리에는 똑 같은 러닝벨트를 메고 앞에서 뛰고 있었다. 착착착착 발소리가 나더니 어떤 건장한 젊은 남자는 내 옆을 추월해 지나갔다.



혼자서 느릿느릿 걷는 40대 쯤으로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게 사람들은 하나 둘 늘어나고 나는 계속해서 트랙을 달렸다. 7킬로미터까지 조금씩 속도를 내서 뛴다음 마지막 1킬로미터는 속력을 한 껏 냈다. 트랙이라 일반 길 보다 뛰기가 훨씬 수월했다. 1킬로미터 거의 전력질주를 한 다음 잠시 발을 멈추고 시계도 멈추었다. 숨을 고르고 잠시 쉰다음 이제는 집으로 돌아갈 차례였다. 서문을 통과해서 집으로 향했다.








시민운동장 정문을 빠져나와 강변길로 내려간 다음 집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다리를 건너지 않고 반대편으로 뛰었다. 이곳은 초창기 운동할 때 자주 이용하던 길이었다. 주변시야가 더 넓고 탁 트여서 내가 좋아하는 곳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뛰고 있었다.



저만치 앞에서 누군가 뛰어 오고 있는 사람은 보였다. 어쩐지 아는 사람 같다는 느낌이 들어 속도를 늦추며 천천히 앞으로 뛰어갔다. 상대로 나를 보고 알아채는 듯 속도를 늦추었다. 서로 점점 가까워지자 우리는 서로를 알아봤다. 마라톤 동호회 회원이었다.



“아니, 벌써 뛰고 오십니까!” 양 팔을 벌리고 우리는 서로 하이파이브를 했다. 시계 멈춤 버튼을 누르고 잠시 서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간단히 인사를 나눈 후 우리는 각자의 갈 길로 갔다. 잠깐이었지만 아는 사람을 만나니 왠지 기운이 나는 것 같았다. 발걸음이 더 빨라졌다.








아파트로 올라오는 오르막길은 조금 힘들었다. 그렇지만 멈추지 않고 ‘언덕 훈련이다’ 생각하며 부지런히 올라왔다. 1차 아파트 입구 유치원 앞에 들어서자 갑자기 길 양쪽에서 매미의 합창 소리가 쏴하고 들려왔다. 우리 아파트는 거의 30년이 된 아파트로 우거진 나무가 많다.



1차에서 2차 우리집까지 가는 길 양쪽 나무 위에서 들려오는 매미들의 떼창. 마치 마라톤을 뛰고 마지막에 운동장 스탠드에서 끝까지 달리고 돌아온 선수에게 보내는 함성 소리처럼 들렸다. 끝까지 잘하고 돌아왔다고 환호하는 소리로 들렸다. 작년 여름 아침에도 이런 기분이 들었던 것이 떠올랐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매미들의 축하와 환호를 받으며 오늘 달리기 여행을 마무리 했다. 다시 미용실 앞이다. 시계를 멈추고 서서 숨을 크게 내 쉬었다. 시계는 거의 11킬로미터를 가리키고 있었다. 땀이 이마에 목덜미에 등줄기에 줄줄 흘러 내렸다.








5년 전 여름 이맘 때, 10분도 못 뛰어 쩔쩔매던 그 모습은 이제 사라지고 없다. 여유있게 10킬로미터 이상을 뛴다. 시간이 흘렀고 나는 변했다. 개인 저서를 두 권이나 쓴 작가도 되었다. 삶은 만들어 가는 것이다. 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할 수 있다. 할 수 없다고 믿는다면, 그렇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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