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이 멈췄습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고 회색 화면만 가득했습니다.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걸까.’ 한참을 바라보다가 며칠 전 로그인을 해 놓은 채 화면을 켜 두었던 것이 떠올랐습니다. 자동 로그아웃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한 시간 넘게 들인 공이 아까웠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떨리는 손으로 화면 우측 상단의 엑스 버튼을 눌렀습니다.
순간, 모든 것이 사라지고 초기 화면이 나타났습니다. ‘늘봄 허브 강사 등록’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했습니다. 오늘은 기필코 해내겠다고 마음먹은 날이었기에 실망감이 더 컸습니다. 자료를 하나하나 입력하고 증빙 서류를 첨부하고 등록을 눌렀지만 실패. 모든 것이 헛수고가 되었습니다. 숨이 턱 막혔습니다.
잠시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다가 다시 시작했습니다. 로그인부터 새로 하고, 개인강사 등록 버튼을 눌렀습니다. 올해부터 새로 생긴 허브 강사 등록 제도. 방과후 강사로 활동하려면 반드시 이 사이트에 등록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시행 첫 해이다 보니 절차도 복잡하고 저 역시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한 번 겪어본 터라 두 번째 시도는 조금 더 빨랐습니다. 모든 과정을 마치고 등록 완료 화면이 떴을 때, 긴장이 한꺼번에 풀렸습니다. 일주일 전부터 이 등록을 걱정해왔습니다. 드디어 끝냈다는 생각에 깊은 안도감이 밀려왔습니다.
올 초에는 필수 강사 연수 때문에 고생한 적이 있습니다. 일주일 넘게 강의를 들어야 했고 바쁜 일정 속에 시간을 내는 일 자체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결국 이수증을 제출했고, 그 순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듯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쉽지 않았지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등록 과정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자격증, 경력 증명서 등 필요한 서류를 다시 챙겨야 했습니다. 다행히 작년에 인터넷 접수를 선택해 자료를 파일로 정리해 둔 덕분에 이번에는 조금 수월했습니다. 그때도 번거롭고 어려웠지만, 그 선택이 지금의 나를 도왔습니다.
한자 강사를 한 지 올해로 13년 차입니다. 2013년, 아이들 초등학교에서 우연히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전업주부로만 지내다가 서른아홉에 밖으로 나가게 된 것이지요. ‘마흔이 되면 취직이 어려울 거다.’ 이런 마음이 있었기에 무슨 일이든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학부모가 교무실에 앉아 일한다는 것이 생각 이상으로 감정 소모가 컸습니다. 내 책상도 없이 문 옆에서 벽만 보며 몇 시간을 버티던 날도 있었습니다. 선생님들과의 관계도 어색했고,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시절을 잘 견뎠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입니다.
계약 기간이 끝날 때마다 다시 서류를 제출하며 연장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자 강사 자리가 비었습니다. 나는 할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담당 선생님의 권유로 용기를 내어 그 자리를 맡았습니다. 첫 수업을 앞두고 일주일 동안 아플 정도로 긴장했고, 첫 수업을 마치고는 녹초가 되어 집에 겨우 돌아왔습니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몇 년을 보내고 2018년, 학교는 방과후 업무를 위탁 업체에 맡겼습니다. 개인 강사들은 대부분 그만두거나 급여의 상당 부분 손해를 보면서 업체 소속으로 들어가야 했습니다. 선택이 필요했습니다. 남아야 하나 그만둬야 하나.
학교를 떠났습니다. 대신 차로 30분이 넘는 시골 학교에서 다시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거리는 멀었지만 마음은 편했습니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처음 일하던 학교가 다시 직계약으로 전환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몇 년 만에 다시 예전 학교로 돌아왔고, 지금도 그 학교에서 계속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돈을 많이 벌거나 화려한 성과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한 가지 일을 꾸준히 계속하며 여기까지 온 나 자신이 고맙습니다. 여러 번 멈추고 싶었던 순간들이 있었지만 멈추지 않은 선택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습니다.
무엇이든 마찬가지입니다. 시작한 일에 최선을 다하고 끝까지 해내는 태도. 이 태도가 결국 우리를 원하는 자리로 이끌어줍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나아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