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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전북스 Feb 19. 2023

『1984』
"기록 없는 사실은 사실이 아니다."

<조지 오웰> 1편


[ 전체 줄거리 ]


1984년, 세계에는 오세아니아, 유라시아, 동아시아라는 3개의 초거대국만이 존재합니다. 주인공 윈스턴이 살고 있는 오세아니아에는 '빅브라더'라는 절대자가 존재하고, 텔레스크린이라는 화면이 모든 곳에 설치되어 개인의 모든 행동과 대화를 감시합니다. 이 사회는 절대자 빅브라더를 필두로, 시민 계층인 내부당원과 외부당원이 사회의 핵심층을 구성하고 있으며, 인구 대부분을 차지하는 노동자 계급은 절대적인 피지배자로 존재합니다.


주인공 윈스턴은 오세아니아 정부 '진리부' 부서의 외부당원입니다. 그의 업무는 과거 빅브라더의 연설과 출판물을 조작하여 진실처럼 꾸며내는 일입니다. 그의 예측은 언제나 옳고, 그가 추구하는 계획은 언제나 성공적인 것으로 꾸며내어, 빅브라더를 '신성한 지배자'로 만드는 것이 그의 임무입니다. 윈스턴은 '거짓된 진실'을 만들어내는 자신의 일에 대한 회의감과 새로운 기록을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사회 권력층에 대한 반발심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감시되는 사회 속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겨우 몰래 일기를 쓰는 것뿐입니다. 꿈속에서 알 수 없는 목소리를 듣게 된 그는 비밀 조직 '형제단'이 존재하고 있고, 다른 부서의 오브라이언이 형제단 소속이 아닐까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느 날, 창작국의 직원 줄리아는 윈스턴에게 은밀한 쪽지를 전달합니다. 평소 그녀를 열성적인 지지자이자 자신을 추적하는 비밀경찰로 의심하던 윈스턴의 예상과 다르게, 그녀는 윈스턴을 사랑하고 있음을 고백합니다. 사실 그녀는 당국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열성적인 척을 했을 뿐, 당의 체제에 큰 환멸을 느끼고 당원들과 자유로운 성관계를 즐기는 등 당의 체제에 적극적으로 반항하고자 합니다. 이를 알게 된 윈스턴은 그녀에게 사랑을 느끼는 동시에 당에 대항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습니다. 아무리 당이 자신을 감시하더라도, 그들이 서로에게 느끼는 사랑은 진실입니다. 당이 아무리 구성원에 대한 감시와 세뇌를 강요한다한들, 구성원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반항은 살아있습니다.


얼마 뒤, 꿈에 그리던 오브라이언과의 만남이 성사됩니다. 그가 꾸며낸 우연한 만남을 통해, 윈스턴은 그의 집으로 초대받습니다. 줄리아와 함께 오브라이언의 집에 방문한 윈스턴은 그녀의 관계를 솔직히 밝히고, 오브라이언은 자신이 형제단의 일원이며, 당국을 전복시키려는 큰 뜻에 같이 동참해 줄 것을 요청합니다. 윈스턴과 줄리아는 그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당의 파멸을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바칠 각오를 다짐합니다. 이에 대한 화답으로 오브라이언은 당의 최대 주적인 골드스타인의 저작을 선물합니다. 이 책에는 당이 구성원을 세뇌시키는 방법과 그들이 추구하는 권력의 실체가 무엇인지, 그들을 무너뜨리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상세히 담겨있습니다. 


희망찬 미래를 그리며 여느 때와 같이 사랑을 나누던 윈스턴과 줄리아는 방 안에서 텔레스크린의 목소리를 듣게 됩니다. 사실 그 방을 제공해 준 노동자 노인은 그들을 추적하는 비밀경찰이었고, 그들이 방에서 나누었던 모든 행위와 대화는 감시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가장 심각한 범죄인 '사상죄'를 저지른 그들은 그대로 감옥에 끌려갑니다. 그곳에서 윈스턴은 오브라이언을 만나게 되지만, 그는 사실 윈스턴과 같은 '사상적 반역자'를 '정상인'으로 만드는 빅브라더의 부하였습니다. 그와 나누었던 윈스턴의 사상은 그가 체포되고, 세뇌되어야 할 근거가 됩니다. 그는 감옥에서 끊임없이 고문을 받으며, '이중사고'를 습득하여 빅브라더를 사랑하도록 강요받습니다.


'이중사고'는 빅브라더 통치의 핵심으로, 모순된 두 개념을 동시에 옳다고 받아들이는 능력이며, 본인이 믿고 싶은 것만 선택적으로 믿으면서도 자신이 생각을 조작했음을 잊어버리는 능력입니다. 이중사고를 습득한 오세아니아의 국민들은 당의 발표에 모순이 있는 것을 발견하는 그 즉시, 모순을 무시하고 당의 선언만을 진실로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의도적으로 거짓을 '선택했음' 조차 잊어버리기 때문에 모든 것을 의심하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믿어버립니다. 오브라이언은 윈스턴에게 이중사고를 주입하고, 그가 빅브라더를 찬양하도록 만들고자 합니다.


이어지는 고문과 세뇌로 인해 이중사고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던 와중, 윈스턴은 여전히 자신의 마음에 줄리아에 대한 사랑이 존재함을 깨닫습니다. 그래서 자신은 여전히 이중사고를 믿지 않고, 빅브라더와 이중사고를 증오하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오브라이언은 그의 내면을 무너뜨리기 위해 그가 가장 무서워하는 쥐를 이용해 그를 고문합니다. 공포에 휩싸인 윈스턴은 극한의 순간에 다다르자,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나 대신 줄리아를 죽이라'는 말을 꺼냅니다. 그 순간, 그는 자신에게 존재했던 줄리아에 대한 사랑이 파괴됨을 느낍니다. 당국에 저항할 수 있는 진심이라는 힘이 파괴되자, 그를 지탱해 주던 모든 정신은 파괴되고, 그는 패배를 선언합니다. 그렇게 윈스턴은 이중사고와 빅브라더를 '진심으로' 찬양하게 되고, 그들의 은혜를 만끽한 채 행복한 죽음을 맞이합니다.



[ 고전북스의 생각정리 ]


1. 절대 권력의 핵심은 '기록과 정신의 지배'에 있다.


빅브라더를 얼핏 알고 있는 사람들은 빅브라더의 이미지를 CCTV와 같은 물리적 감시와 통제로 생각하곤 합니다. 그러나 카메라를 통해 말과 행동을 감시하고, 물리적인 처벌로 구성원을 통제하는 것은 빅브라더 권력의 핵심이 아닙니다. 그들의 권력이 영원할 수 있었던 힘은 모든 기록과 정신을 지배했다는 데에 있습니다.


"과거를 지배하는 자는 미래를 지배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과거를 지배한다."

이 표현은 빅브라더 권력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핵심입니다. 주인공 윈스턴을 비롯한 많은 정부 조직은 과거의 기록을 끊임없이 수정하며, 빅브라더의 권능과 위대함을 조작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권위는 그들이 어떠한 행동을 하던지 상관없이 무조건적인 지지를 이끌어내고, 앞으로 행할 모든 지배 행위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그의 세상에서 과거란 만들고 조작되는 것이며, 미래 역시 자신들이 계획한 대로 얼마든지 설계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정보 통제와 세뇌의 중요성을 안 빅브라더는 '현재'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이중사고라는 세뇌를 사용합니다. 이중사고란, 영사에 해로운 것은 어떠한 것이라도 받아들이지 않고 무시하며, 모순된 당의 주장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는 독특한 사고방식을 의미합니다. 이들은 당이 어떠한 모순되고 터무니없는 말을 내뱉더라도, 그것을 무조건으로 믿고 따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당은 이러한 방식으로 현재를 지배하고 있고, 이를 통해 과거를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는 권위를 얻은 것입니다. 따라서 위 표현은 이중사고를 통한 사고의 지배, 그것을 통한 과거의 조작, 거짓된 권위를 통해 얻은 영원한 절대 권력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절대 권력의 요소를 생각한다면, 빅브라더의 핵심은 물리적 감시와 멀리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으실 겁니다. 물리적 행위는 어디까지나 구성원의 정신을 지배하기 위한 수단이며, 그들이 당의 철학과 주장에 반대할 수 없도록 끊임없이 조작하는 것에 목적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CCTV의 이미지보다는 북한의 세뇌교육이 빅브라더와 가장 어울리는 이미지라고 생각합니다.



2. 인간의 마음 밖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을까? 


"분명히 말해두지만 실재는 외적인 것이 아닐세. 실재란 어디 다른 데 있는 게 아니라 인간의 마음속에 있네."

작품에는 인간의 마음 밖에 실재가 존재하는지 아닌지에 대한 대립이 꽤나 강조되어 나타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철학적 논쟁 중 하나인 관념론과 유물론의 대립을 표현하고자 한 것으로 보이는데, 제가 철학 전공이 아니므로 구체적인 설명은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간단히 이야기하면 관념론에서는 세계의 실재란 인간의 사고 체계 속에서만 존재합니다. 따라서 세상은 정신적 실체이지 물리적 실체가 아닙니다. 반대로, 유물론에서는 인간의 사고나 관념과는 관계없이 물질로 이루어진 세상의 실재가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책에서 이 논쟁은 절대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논쟁으로 작동합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빅브라더가 모든 구성원을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은 이중사고를 통해 구성원들의 신념과 사고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브라이언이 주장하듯 마음 외부에 존재하는 실재가 없다면, 모든 것이 인간의 사유 속에서만 존재한다면, 사고를 지배한 빅브라더를 무너뜨릴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빅브라더를 무너뜨리고자 하는 윈스턴은 작중에서 외부의 실재를 몇 번 강조합니다. 만약 마음과 사고 밖에 존재하는 무언가가 있다면, 빅브라더의 이중사고를 깨뜨릴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윈스턴은 빅브라더의 모순을 명백하게 증명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고자 하며, 그것은 유물론이 전제되어야만 가능합니다. 갑작스러운 철학 논쟁이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이것은 분명히 모든 문제의 핵심이자 열쇠입니다. 따라서 다소 낯설 수 있지만, 독자들은 유물론과 관념론의 질문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3. 기록이 없는 사실은 사실이 아니다. (우리의 기억은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가?)


윈스턴은 자신의 기억과 분명히 당국의 말과 행동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자신의 기억이 진실임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기억이라는 것은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요? 사실 기억이라는 것은 주관적으로 존재하고, 잊어버리거나 왜곡되기에도 매우 쉽습니다. 당장 다른 식으로 생각을 주입하면, 그것에 따라 얼마든지 조작될 수 있는 것이 우리의 기억입니다. 이 말은 윈스턴이 가지는 기억 역시 온전한 진실로 존재할 수 없다는 한계를 의미합니다.


우리는 객관적인 진실을 기록하기 위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그것을 기록하고자 합니다. 어떤 사실에 대해 확인할 때는 그것을 '입증'해줄 기록물을 통해 판단합니다. 이것이 윈스턴이 추구하는 진실이 연약하며, 당국이 과거에 대한 기록 조작에 집중하는 이유입니다. 분명히 빅브라더의 연설 내용이 지난번과 달라졌지만, 그것을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이 개인의 기억뿐이라면 그것을 입증할 수 없습니다. 심지어 소설 속 사회와 같이 오직 윈스턴 혼자만 다른 기억을 가지고 있는 경우, 우리는 윈스턴의 사고 체계를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글의 제목으로 써놓은 '기록이 없는 사실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표현이 절대 권력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윈스턴이 그들의 행동을 지적하고 싶어도, 그것을 보여줄 아무런 증거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기록은 오직 당국의 거짓된 주장을 입증할 뿐입니다. 이러한 세상에서는 절대 그들의 주장을 뒤집을 수 없고, 객관적인 무언가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들이 조작하는 사실은 영원한 진실이 될 것입니다.



4. 권력은 수단이 아니라, 목적 그 자체이다.


윈스턴은 빅브라더와 수하들이 권력을 추구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알았지만, 궁극적인 동기에 대해서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오브라이언은 그에 대한 대답이 재산, 행복, 장수 따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권력 그 자체에 순수한 욕망이 있음을 강조합니다. 사실 글을 읽는 내내 '순수한 권력에의 욕망'이라는 것이 어떤 것일지, 고민해 봤지만 정확한 답을 내리지는 못했습니다. 


어쩌면, 나의 신념 체계가 궁극적인 정답이 되고, 사회의 모든 시스템이 나를 향해 영원히 존재한다는 것이 절대 권력의 진정한 매력(?)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오브라이언은 당의 목표는 권력을 혈육에게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당 자체가 영속'되는 것에 있다고 밝힙니다. 이러한 점에서 권력에의 동기는 애정이나 사랑과 같은 감정보다 훨씬 중요한 무엇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아마 이 문제에 대한 답을 당장은 내리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러나, 독재 행위는 인간 역사 대부분의 통치 형태였고, 오늘날 세상에서도 끊임없이 나타나 사회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권력에의 욕망이 무엇인지를 이해할 수 있다면, 역사와 사회를 이해하는 핵심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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