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동고래]
힘차게 꼬리를 아래로 내리치며
일렁이던 수면 위로 날아오른다.
그것이 내가 바라던
온전한 자유이자, 해방이다.
•
다시 한번 유선형의 결을 따라 헤엄친다.
내 몸의 결을 따라,
밀려오는 파도의 결을 따라,
자그마한 기포방울들이 얼굴을 간질이고,
지느러미에 기분 좋은 감각이 느껴진다.
내가 거센 해류에 휘말리는 대신,
나 스스로, 지나감과 동시에 흔적을 남기듯
꼬리의 내리침과 동시에
내가 해류를 만들어낸다.
지느러미를 아래로 밀고,
꼬리를 다시 한번 내리친다.
내 척추와 연결된 곳곳의 신경들이 간드러지게 느껴진다.
그와 동시에 나는 다시 한번 뛰어오른다.
석양이 지던 바닷가의 해가 따뜻하게 나를
비춘다.
반짝이던 유리가 깨지듯,
잔잔하던 해수면의 윤슬이 부서진다.
그 순간만큼은 나는 이곳에서 가장 특별한 존재가 된 것만 같았다.
•
바다 깊숙이 들어갈수록,
그곳이 나의 집이라는 걸 비로소 느낀다.
고통스럽게 아가미로 들이닥치는 바닷물이 아닌,
그 속에서의 온전한 자유, 나는 그것을 끊임없이 염원하고 있었다.
바다라는 나의 집은, 나에게 위태로운 자유가 아니라
평온한 바다 위 수면처럼, 안정감을 선사해 준다.
넓은 바다라는 나의 집은, 내가 온전한 자유를 느낄 수 있도록,
잠시 길을 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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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흑동고래는 오늘도 자유 속을 헤엄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