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사람들이 숫자 0을 왜 만들었을까 라는 의문을 갖는다.
존재하지 않는 수치를 형식적으로 지어낸 숫자의 의미를 생각해보기도 한다.
분명 처음에는 공백을 나타내려고 만든 숫자였겠지만, 지금은 0이 있어야 성립되는 숫자들이 무궁무진하게 많다.
왜 수직선은 0이 기준일까.
왜 모든 건 명백한 수치가 없는 숫자에서 시작하는 걸까.
어쩌면 우리 삶도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태초의 우리는 아무것도 느끼지도, 가지지도 못한 채 그저 공백의 0으로 태어난다.
할당된 양만큼의 삶을 사는 동안, 우리는 수많은 + 와 - 를 경험한다.
즐거웠던 일, 속상했던 일, 행복했던 일, 힘들었던 일,
그 작은 + 와 - 를 더하고 더하다 보면,
어쩌면 그 모든 걸 0으로 퉁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우리 삶이 끝나갈 쯤엔, 결국 우리가 겪어야 할 마지막 종착역은 내가 그저 숫자 0에 불과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