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궤도이탈]

by 서란

[궤도이탈]

*항성 : 스스로 빛을 내는 천체


저는 오묘한 빛깔을 띄며 빛을 내는 항성입니다.

저는 언제부턴가 나이 드는 것이 싫었습니다.
내가 해야 할 일과 그에 따른 마땅한 책임감이 따른다는 것을 알기에, 그리고 자신에 대한 기대감에 나 자신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저는 언제부턴가 조금씩, 성장이 버겁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저의 궤도에는 정말 많은 항성들이 있었습니다.
푸른빛을 내는 천체도 있었고, 잠시 인사하러 온 혜성도 있었습니다.

어느 순간, 저는 제가 그들 속에서 빛나지 않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아무리 노력해도 그들이 내는 밝은 빛에 묻혀, 저의 존재는 사실상 무의미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저 제가 겉치레처럼 달려있는 모조품인 것만 같았으니까요.

많은 항성들이 공전하는 같은 궤도에서 빛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만의 궤도를 찾기로 결심했습니다.

남들과 다른 궤도를 걷는다는 것은 전혀 부끄러워할 이유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죠. 그들과 경쟁하려면 차별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내가 다른 항성들과 다른 궤도에 있다는 것이 불안했습니다. 내가 잘하고 있는지, 이대로 하면 되는지를 알 수 있을만한 비교대상이 없었으니까요. 때로는 모든 걸 다 놓아버리고 싶었습니다. 내가 지금 해야 할 것들로 나의 세상은 이미 채워졌기 때문에, 기력을 더 이상 소모하는 것은 낭비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결국 나의 비교대상은 나 자신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나의 기록은 내가 넘어야 할 한계점입니다. 남의 기록이 아닌, 이전의 나보다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사실이 저에게는 큰 위안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내가 이 궤도를 선택한 것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스스로의 만족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커다란 우주에서 나의 궤도를 찾는,
그 과정 속에서 성취감을 느끼는 저는,

밝은 빛을 가진
궤도이탈한 항성입니다.



***



어쩌면 학생 때 느끼는 불안감은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보다 잘난 친구를 시샘하기도 하고, 때론 그 친구를 닮고 싶어 따라 해보기도 합니다. 그러다 결국 지쳐 아이들은 방황하게 됩니다.


어느 학군지에나 시장점유율이 높은 곳은 있기 마련입니다. 그럼 다 똑같은 학원을 가고, 다 똑같은 숙제를 하면, 그 비교하는 생활에 박탈감을 느끼는 건 학생들이었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학원 레벨이 낮을까' , '나는 왜 딴 얘들보다 점수가 낮을까' 우리는 이런 고민들을 안고 살아갑니다.


저는 어느 순간부터 '경쟁력'이란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 끝에 이 글이 만들어졌습니다.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