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26일_ 정신건강의학과를 다니며
2022년 1월 26일 연명의료 결정 제도에 서명을 하다.
* 연명의료 결정제도(DNR):
환자의 사전 의향에 따라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받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보이지 않는 마음과 정신이
도대체 언제쯤 나을 수 있을지 궁금했다.
병의 진행과 예후가 어떻게 되는지도 알기 어려웠다.
그래서 늘 나의 진료는 질문이 많았다.
3차 의료원이라 바쁜 진료 환경 속
질문이 많은 나와 같은 환자가 낯설고 피곤했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하지만 환자였던 나는
그만큼 답답했고, 호전되지 않을 것 같아 조바심이 났다.
근로복지공단의 행정절차에 의해
90일 단위로 끊어지는
연명하는 듯한 기간의 삶도 지쳐갔다.
여전히 진료실의 공기는 차가웠고 서글펐다.
항상 응급실에 가면,
전공의 선생님들이 해주는 말씀이 있다.
“나을 수 있어요. 시간이 걸리지만 꼭 나을 수 있다고”
그 분들은 그렇게 말씀하셨다.
그 분들의 희망의 메시지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아니었다.
환자인 나는
“대체 언제쯤?”이 늘 궁금했다.
암에도 그리고 부러진 뼈에도 대략적인 치료 기간이 있다.
일반적으로 어떤 원인이 있는 의학적 상태는
질환(disease)이라고 하며, 그렇지 않을 때는 장애(disorder)라고 기술한다.
정신의학에서 다루는 대부분의 정신과적 상태는
아직 그 병인과 원인이 완전히 밝혀진 것이 많지 않아서
정신과적 상태는 ‘장애(disorder)’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출처:http://www.psychiatric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33056).
즉, 이때는 장애(disability)가 아니라
어떤 의학적 상태에 의해 개인적 고통과
사회적⋅직업적 기능 저하가 유발되고 있다는 뜻이다.
양적측량으로 측정되지 않는
심리와 정신이 무엇인지 답답했다.
그렇게 '무기력을 학습'하고 있었다.
언제까지 이 끝 모를 모험을 지속해야 할지 몰랐다.
'희망고문'이라는 것이 이런 것일까?
어렵게 잡고 있던 희망의 끈을 놓아버리고 싶었다.
혼란만을 반복하는 깊은 어둠의 시간이었다.
4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렇게 또 울컥하는 눈물을 삼켰다.
1층에 도착했다.
그리고 나는 암 병동으로 가고 있었다.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응급실에서
더 이상 이런 나를 살리지 않았으면 했다.
그렇게 ‘연명의료결정제도’ 의 서류를 작성하기 위해 순번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의 이름이 불렸다.
그리고 담당자께서 설명을 해주셨다.
그렇게 그날 신체가 건강했던 나는
호스피스 병동으로 가서,
연명치료 거부계획서(DNR)에 서명을 했다.
설명을 듣는 내내 복잡한 심경으로 눈물을 쏟았다.
신체적으로 건강했지만,
정신적으로 황폐해져
다시 예전처럼 돌아올 수 없을 것 같은 마음에 절망했고 지쳐갔다.
호전되지 않는 질병에 대한 무력, 무망감은
내가 선택한 병원 의료진과 나를 도우려는 분들이
나로 인해 함께 피해를 보고 있는 것 같은 죄책감에
포기의 마음도 커져갔다.
설명을 해주시는 간호사님 앞에서
끊임없는 눈물을 흘리며
그렇게 나는 그 서류를 덤덤하게 작성하였다.
그리고 많이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