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읽지 않아도 괜찮아요_

그저 저는 제가 겪은 일을 기록하고 싶을 뿐이에요

by Carry

여전히 살아있어서

여전히 살아있기 때문에


우리가 음식을 먹으면, 먹은 음식 만큼 배설하듯

적절한 비유가 아닐지라도


혹시 내가 여전히 살아있기에

끊임없이 예측할 수 없는,

통제불가능한 일들을 계속 감내해야하는 것인가?

왜 이렇게 내 삶은 넷플릭스보다 더 버라이어티해야 하는 것인가?

라는 생각을 종종했었다.


오랜 힘든 과정 속에서

나를 도왔던 것은

내가 절대적으로 믿었던 '가족, 조직, 전문가' 가 아닌

의외의 '타인' 이었다.


병원에서 만난 보안요원 직원, 미화 선생님, 전공의/주치의 선생님, 간호사 선생님, 접수 직원 분들


근로복지 공단 직원분,

무료 상담을 해주신 노무사, 장례 지도사 등등

처음 목소리를 듣고 들어준 상담사, 사회복지사 선생님, 경찰/소방 공무원 선생님 등등


가족이 아닌 '타인'이었다.


그래서 한 동안 나는

그 분들을 위해 내가 받은 온기가 식기 전에

그 분들께 감사를 전하기 바빴다.


나의 삶을 포기하고 싶은 에너지는

다행히 '당연한 제 일이에요' 라는 분들께

돌려드리는 글을 적느라


한 동안은 극단적인 나의 위험한 행동을

그렇게 전환하곤 했었다.


그렇게 그렇게 적어온 나의 세월들을 기록하기도 했다.

무려 300 페이지가 넘었다.


주변사람 몇의 조언으로 출판사에 글을 보내기도 했지만

너무 심각해서인지

너무 무거워저인지


나의 글들을 책으로 출판하기는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좌절하지 않았다.


그냥 이 사회가

여전히 이 사회가

문제의식을 갖고는 있지만


여전히 이런 일을 경험하며

생존하고 버티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리 유쾌하지도 않고,

출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기에 거절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후부터 나는

브런치에 스스로 이렇게 기록을 남기려고 한다.


아무도 읽지 않아도 괜찮다.


언젠가 나는

이 글을 받아주지 못하는 대한민국이 아니라면


우리나라보다 더 정신건강에 관심을 두는

정신건강에 대한 선진국가 어딘가에

글 또는 연구 논문이라도


대한민국에 나와 같은 힘듦을 겪는 분들을 위해서

꼭 이 과정을 잘 버텨내서

'생존자'로 이 글들을 정리해서 전달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나와 같은 힘듦을 겪은 분들이

반드시

잘 살아내셨으면 좋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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