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사랑이 무사하기를 내 사랑도 무사하니까

칼럼 #3 -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을 읽고

by 먼지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이하 사서함이라고 부르겠다. 사서함은 나의 인생책 중 하나이다.

어른의 사랑 이야기같아 보이지만 작가의 말에도 나오듯이 자세히 들여다보면 진솔과 애리 두 여자의 인생 이야기라고 봐도 무방하다.


책의 표지에도 있는 것처럼 사서함의 명대사는 "네 사랑이 무사하기를 내 사랑도 무사하니까"이다. 하지만 책을 읽어 본 사람이라면 다소 머리가 아픈 글귀라는 걸 잘 알 것이다. (건의 아픈 사랑의 증거를 보게 된 것이니까.)

주인공에게 몰입해서 이 책을 읽는다면 저 글귀가 진솔(이 책의 주인공이다.)의 마음을 후벼판 글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저 문장을 좋아하지만 동시에 싫어한다.


글을 쓰기 위해 최근에 다시 사서함을 읽으면서 롱인덱스로 사정없이 하이라이트를 쳤다. 그걸 보고 "이렇게 까지 하는 사람 처음봐요"라는 말도 들었다. 좋은 문장, 설레는 부분, 이 책의 클라이막스 부분을 나름 고심해서 표시한 건데 이렇게나 많다는 건 좋은 책이라는 것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만큼 이 책은 설레기도 하고, 가슴이 아프기도 하고, 또 배울 것도 많다.

사람마다 살아온 인생과 사랑하는 방식은 다른데, 이 책에선 소심하고 상처받는 게 두려워 먼저 벽을 치는 진솔과 자신의 마음 깊은 곳에 가면을 씌우고 살아가고 있는 건이 등장한다.


책을 더 몰입감있게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나도 진솔이와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심한 편이고, 눈치도 빨라서 내가 상처를 받을 거 같다 싶으면 바로 쿨한척하기도 하고 먼저 벽을 쳐버린다. 나중에 후회할 걸 알면서도 그 상황을 빨리 회피하고 싶어서.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변화해가는 진솔이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위로를 받은 게 아닐까? 그래서 흔한 로맨스 소설일 수 있는 이 책이 나의 인생 책이 된 거 같다.


스포를 줄이기 위해 글의 내용에 대한 이야기는 말을 아끼겠지만, 책을 읽으며 좋았던 문장을 몇개 소개해본다.


"다 그런 거예요. 경계 하나 넘는 게 얼마나 힘든 건데."


"인생을 다 알려고 하지 말아요. 다쳐요."


"누구든 완벽한 연인이 될 순 없을 테니.하지만 확실한 건 바람같이 굴어서 외롭게 만들진 않을 거예요. 난 내 여자는, 줄기차게 손 붙잡고 다닐 거니까. 안고 다니고."


"당신 흔적을 기다리는 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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