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찍고 하이킥

왕따? 아니요, 저 인기 많아요

by ClaireH
“얼마나 힘든 거야… 친구들이 괴롭히는 거야?! 그런 거면 말해!! 엉엉… 엄마가 도와줄게!!”

“엉… 아… 니야… 아닌데… 엄마 울지 마…”



처음엔 단순한 상처였다.

무릎이 살짝 까진 정도.

아이들 다 그러고 노는 거니까.

근데 반복되기 시작했다.


오른쪽 무릎이 까지더니,

며칠 뒤엔 왼쪽 무릎도,

그다음엔 팔에 멍, 샤워하다 보니 허리에도 멍…


엄마 마음은 급해졌다.

이건 그냥 넘어지고 끝날 일이 아니다.

얘 혹시… 따돌림당하는 건 아닐까?




내 기억 속에서 ‘주아’

뱃속에서부터 언니한테 치이고 눌리고 당하던

그런 터프한 생존형 아이였다.

장군처럼 씩씩하게 크더니

사춘기 들어선 어느 날부터

눈물샘이 열리고, 감수성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감수성이야 그렇다 치고,

왜 이렇게 자꾸 다쳐오는 걸까?




“이번엔 또 뭐야?! 왜 양쪽 무릎이 다 까진 거야?!”


“피하다가… 뒤에 사람 있는 줄 모르고… 넘어졌는데…”


“근데 왜 허리에 멍이 있냐고!!”


걱정과 분노가 뒤섞인 상태로,

나는 결국 첫째에게 물었다.


“쉬는 시간에 동생이랑 안 만나?

뭘 하고 다니는 거야?


“같이는 안 노는데… 가끔 봐.”


“얘가 저렇게 다쳐 오는데! 친구들이랑 진짜 잘 지내는 거 맞아?”


그때 돌아온 대답.


“엄마… 쟤 남자애들이랑 놀아서 그래.”


잠깐만요… 뭐라고요?




의심은 걷히지 않았다.

내가 아는 주아는 그렇게 활발한 애가 아니었다고 기억하는데…

점심도 안 먹고 논다고?

남자애들이랑 막 뛰어다닌다고?


결국 나는 참다못해 주아를 앉혀놓고,

눈을 마주치며 진지하게 말했다.


“솔직히 말해. 진짜 엄마 괜찮아… (주르륵…)

엄마가 도와줄게… 너무 걱정돼서 그래…”


그야말로, 눈물의 심문 타임.

엄마는 울고, 딸도 따라 울고,

옆에서 남편은 당황한 눈으로 우리를 번갈아 보기 시작했다.


“엄마… 아… 아니야… 진짜… 엉엉 엉엉….”


더 수상했다.




결국 나는 못 참고 전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주아가 다쳐오는 걸로 끝이 아니야. 뭔가 있는 거 아니야? 학교에 말은 해봤어? 관심은 있는 거야?”


그의 대답은 충격 그 자체.


“무슨 소리야. 걔 학교에서 엄청 인기 많아.

남녀불문, 교문 앞에서 친구들이 줄 서서 인사한다니까?”


“… 뭐라고요?”


그 말을 듣고 한동안 정지.


“걔는 학교 대표 후보에 뽑히기도 했잖아.”


“…네?”


“응. 친구들이 뽑아줘야 가능한 자리인데, 됐네.”




그제야 모든 조각이 맞춰졌다.


주말마다 생일파티 초대받고,

라이딩하러 나가고,

메시지는 끊임없이 오는데 전부 차단해 놓고,

전화도, 톡도 다 ‘OFF’ 상태.


이게 다… 인기쟁이만 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이었던 것이다.


나는 그동안…


왕따 걱정하며 눈물 흘리고,

감정 폭발하며 전남편한테 따지고,

교장실까지 상상했는데…


딸은 학교에서 인싸력 만렙 찍고 있었던 거다.



“아현아… 진짜야? 주아가 인기 많다고?”


“응… 그렇대. 나도 이해 안 가.”


“집에서는 왜 그런 티를 1도 안 내는 거지?”


“친구들 앞에선 진짜 다르던데… 욕도 좀 해.”




그날 밤 나는 다짐했다.

앞으로는, 아무리 걱정돼도

딸이 다쳐왔다고 해서

혼자 드라마 찍지 않기로.


… 할 수 있을까?


글쎄.

그게 엄마라는 존재의 숙명이니까.

나는 오늘도,

혼자 상상하고, 혼자 걱정하고, 혼자 울다가

혼자 민망해지는 중이다.




사춘기 소녀는 인싸였고,

갱년기 숙녀는 감정 과잉 중이었다.


인큐베이터에 있을때
생일 파티 가는길
인기소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