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 우정 시트콤, 1화: 외박 편

심장이 먼저 도착하는 부모의 밤

by ClaireH


큰딸과 작은딸은 같은 초등학교를 다녔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쭉 함께한 아시안 친구들이 꽤 있었는데,

그중엔 지금까지도 이름이 기억나는 친구가 딱 한 명 있다.


시드니 시티에서 국립 초등학교에 다닌다는 건

꽤 독특한 일이다.

대부분은 사립으로 보내니까.

그래서 그런지 전학도 잦고, 친구들도 자주 바뀐다.

처음엔 어색하던 아이들도 어느샌가 짐을 싸고,

인사도 없이 떠난다.

그 와중에 살아남는(?) 친구는 진짜 친구랄까.



우리 큰딸 아현이도 워낙 소극적인 아이라

친구가 많진 않았지만,

그중에 유독 오래도록 인연을 이어간

한국 친구 한 명이 있었다.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신다고 들었고,

아이는 어디서든 중심에 서는 타입.

한 번은 내가 시티에 볼일이 있어서

아현이 학교 근처에 들른 적이 있었는데,

그때 그 아이와 처음 마주쳤다.


그리고… 첫마디에 충격.


“아줌마, 아현이는 집이 왜 두 개예요?”


응?? 왓???

마음속으로는 “지금 뭐라고 했니…?” 외쳤지만

겉으로는 침착하게,

“응, 두 개야. 알고 있었잖아?”

알면서 물어본다는

그 능청스러움에 제대로 한 방 맞았다.

차라리 “왜 헤어졌어요?”라고 물어보지 그러니?.


그 아이는 그렇게 내 뇌리에 강렬하게 박혔다.

시간이 흘러 고학년이 되었을 땐,

세상 당당하고 튀는 걸 즐기는 아이가 되어 있었다.

마침 아현이 아파트 같은 건물로

이사를 왔다는 소식을 들었고,

“어… 조금 복잡해지겠구나…”

하는 불안한 예감은 적중했다.


둘이 친하다 멀어졌다를 반복하더니,

어느 날 밤, 아현이 아빠에게 연락이 왔다.


“아현이가 밤새 안 좋았어.
자는 줄 알았는데 새벽에 들어왔고,
그 친구랑 어딘가 다녀온 것 같아.
근데 나한테는 화를 내며 대들더라고.”


이런 문자가 날아오면 심장이 쿵 내려앉는다.

평소엔 쿨하고 판단력 좋은 아현이인데,

이 무슨 날벼락인가 싶었다.


일단 아현이에게 조심스레 연락해 봤다.


“아현아, 괜찮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응, 괜찮아. 그 친구랑은 이제 안 볼 거야.”


“왜 나갔던 거야?”


“그 친구가 남자친구를 만나러 간다는데

무섭다고 같이 가달라고 해서…

근데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어.”


… 그래. 많은 말을 뒤로한 채

그저 아이의 안전이 최우선이라 생각했다.

“삼촌 번호라도 줄까?” 하게 됐다.

다음엔 제발 연락만이라도 하라고.


알고 보니 그 친구는 늘 누군가를 붙잡는 아이였다.

“몇 분만 더~”, “조금만 더~” 하며 애원했고,

아현이는 그걸 뿌리치지 못하고 휘말리는 일이 많았다.


결국,

우리 집에도 영향이 오기 시작했다.

약속을 자주 어기고, 연락도 끊기고,

기다리다 폭발한 나는

그 화를 둘째한테 돌렸다.

괜한 잔소리를 해댔다.



어느 날, 더는 못 참겠어서 룰을 정했다.


“주말엔 이제 친구 못 만나. 우리 집 근처도 금지야.”


전철 타고 오는 길도 멀고,

어디서 뭘 하는지 확인도 안 되고,

심지어 그 남자친구란 애는 나이도 불분명하다더라…

이건 좀 아니지 않겠냐고.


그리고 마침내, 아현이 입에서 들려온 말.


“이제 걔랑은 진짜 안 만날 거야.”


그 말에 내가 얼마나 쾌재를 불렀는지 모른다.

근데 또… 이게 끝은 아니었다.

하아…

이쯤 되면 알지.

청소년기라는 건 매일매일 서프라이즈 쇼!

판도라의 상자 같은 시기라는 걸.


시드니는 밤 9시면 대부분 문을 닫는다.

그래서 아이들은 잘 보이지 않는 골목,

누가 뭐 하는지 알 수 없는 구석으로 모여든다.

부모 마음은 그게 제일 무섭다.


나는 결국 이렇게 부탁했다.


“엄마가 바라는 거 딱 하나야.

나라에서 정한 그 룰만 지켜줘.

그 나이에 하지 말라는 건 하지 말고,

제발, 제~발, 연락만 잘되자!.”


내 말이 얼마나 효과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근데 오늘도 나는 다시 다짐한다.


“제발 제발…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와 다오!!! “


초등학교 졸업식
시드니가 포함된 뉴사우스웨일스(NSW)에서
매일 약 28명이 실종 신고되고,
그중 절반 가까이가 10대 청소년이라고 한다.
대부분 무사히 돌아오지만,
부모 마음은 그 ‘하루’도 평생 같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