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밤의 진상 손님, 그리고 가정의 안녕
나의 야밤의 라이딩은 수많은 손님들을 태우고 달렸다.
그중 상당수는 술에 취해 있었다.
특히 그날, 한 손님은 노래방에서부터 이미 진상이라는 소문이 따라붙은 분이었다.
대리 연락을 받을 때부터 예감이 좋지 않았다.
‘택시비를 대주지 않는다, 외상도 절대 넘기지 않는다.’
짧은 메모 속 문구는 그 사람의 전적을 암시하는 듯했다.
샵 앞에서 기다리던 그는 몸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할 만큼 만취한 상태였다. 50~60대쯤 되어 보이는, 가냘프고 초라한 중년 남자. 마담 언니가 애써 달래서 내보내는 모습에, 얼마나 술집에 민폐를 끼쳤을지 짐작이 갔다.
나는 이미 목적지를 받아놓았으니,
마음을 다잡고 출발했다.
그러나 곧 뒷자리에서 그가 시위를 하듯 말했다.
“담배 피워도 되냐?”
“안되세요.” 단호히 잘랐다.
“왜? 난 필 거야.”
“피기만 해봐요! 경찰서로 갈 테니.”
그 순간 운전대를 잡은 내가, 내 운명을 스스로 붙들고 있다는 감각이 분명했다.
아차 싶으면 같이 골로 갈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이상하게도 두렵지 않았다. 그냥 이렇게 선을 그어야 했다.
다행히 그는 더 이상 객기를 부리지 않았고,
곧 잠들었다.
그러나 목적지에 도착해서도 일어나지 않았다.
무전취식의 공포가 머리를 스쳤다. 나는 차를 세우고 내려 뒷문을 열었다.
“아저씨, 집에 도착했어요. 일어나세요.”
그는 비틀거리며 겨우 몸을 일으켰다. 그러더니 잔디 위에 주저앉아, 차 안에서 못 피운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대로 옆으로 쓰러지듯 구르는 모습.
한순간, 이 낯선 중년의 삶이 내 눈앞에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 같았다.
돈 이야기를 꺼냈을 땐 ‘오늘은 망했구나’ 싶었다. 그러나 그는 마지못해 지갑을 꺼내더니 구겨진 지폐를 내게 건넸다. 잔디 위에서 눈도 못 뜨고 바닥에 구르면서 말이다.
나는 “들어가세요!” 소리치고는, 더 엮이면 오늘 일 까지 망칠 것 같아 뒤도안 돌아보곤 돌아왔다.
그날밤, 내 마음에 오래 남은 것은 돈보다 그 사람의 비참한 뒷모습이었다. 흰머리가 성성하고, 옷매무새는 흐트러져 속옷 밴드마저 삐져나와 있었다. 여자 기사인 내가 도와드릴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고, 그저 처량하다는 생각만 남았다. 그리고 동시에, 그를 기다릴 아내가 안쓰럽다는 생각이 스쳤다.
나는 대리와 택시 일을 하며 수없이 많은 중년 남성들을 업소로 그리고 집까지 태워다 드렸다.
호주 시드니에는 여성 고객이 찾을 호스트바는 없다. 예전엔 있었지만 지금은 수요가 없어 사라졌다.
대신 남성들이 찾는 업소는 여전히 성업 중이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그들의 가정은 과연 평안할까 자꾸 궁금해졌다.
시드니 외곽엔 늦게까지 하는 술집이 드물다.
더더욱이 중년들이 갈만한 ’ 2차‘ 로 적당한 곳이 없다는 것이다. 중년 남성들을 두 팔 벌려 환영하는 곳은 이곳뿐이지 않을까 싶다 덤으로 프라이빗한 룸에서 젊은 여성들과 시간까지 말이다.
비즈니스차, 유흥, 또는 재미로 여러 사유도 존재할 것이고, 무료하고 할 것 없는 이 외로운 이민생활에 단비 같은 일이지 않을까?
물론 와이프에 시선에는 적절치 않다, 더군다나 그들을 옹호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내가 알려주고 싶은 건 의외로 많은 이들이 업소 출입을 한다는 것이다.
나는 내 남편이 그런 곳에 드나든다는 걸 견디지 못해 이혼을 두 번이나 선택했다. 치를 떨 만큼 싫었고, 지금도 싫다. 하지만 수많은 남자들을 태워주며 보니, 내 분노와는 별개로 그 세계가 결코 작은 비율이 아님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상에 안 가본 사람을 찾는 게 더 어려운 건 아닐까?”
스스로도 믿기 힘든 결론이지만, 눈앞에서 확인한 사실이었다.
예전에 이런 고민을 시드니 엄마 커뮤니티에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남편이 노래방 업소를 다니면 이해할 수 있겠냐”라고.
대부분의 댓글은 “절대 안 된다”, “말도 안 된다”라는 분노로 가득 찼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궁금하다. 정말 몰라서 그렇게 말한 걸까? 아니면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걸까?
왜냐면 어느 가정은 알고 있을 수도 있다 생각을 한다.
그리고 말 그대로 쿨 하게 보내줄 와이프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물론, 안 가시는 분들도 계신다. 현재 나의 남편도, 내 동생도 그런 곳을 찾지 않는다. 그렇게 즐기지 않는 분들도 많다. 이제 나는 그저 그렇게 믿고 있다.
나쁘다 아니 다를 떠나, 출입을 하는 그들의 아내들이 끝내 모른 채 살아간다면, 그것은 남편들이 목숨 걸고 지켜낸 비밀 덕분일 것이다. 그리고 행여 업소에 출입을 한다 하신다면 상대방을 위해 , 가정을 위해 죽을 각오로 영원한 비밀로 지켜내시기를 바랍니다.
그날 이후 지금까지 내 마음속에 남아 있는 질문은 하나다.
“댁의 가정은 안녕하신지요?”
평안하세요